자산평가, 많이 들어봤을 법은 하지만 정확한 뜻은 모르시는 분이 많죠. 자산평가는 자산을 특정 시점에서 화폐가치로 측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일을 다루는 회사인 '에프앤자산평가'는 우리나라에 설립된 네 번째 자산평가 회사로, 국내 4대은행인 ▲ KB국민은행, ▲ 신한은행, ▲ 우리은행, ▲ 하나은행과 국내 최고의 금융데이터 제공 업체인 '에프앤가이드' 그리고 금융상품평가시스템 전문 업체인 'ITSCO'가 주주로 참여하여 설립된 업체입니다. 현재, 채권 등을 포함한 다양한 자산의 평가사업을 하고 있는데요. 금융권 취업이라는 어려운 관문을 뚫고 당당히 에프앤자산평가에서 자산평가사로서의 역량을 펼치고 있는 이동원 동문을 만나고 왔습니다.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끝없는 호기심을 바탕으로 자신의 목표를 이룬 이동원 동문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이동원 동문의 현재 소속은 '구조화상품팀'이며 팀 내에서 맡고 있는 업무는 '선도환상품(FW ; Forward)평가'라고 합니다. 그 전에 자산평가사라는 직업이 생소한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간단히 설명하자면 증권사나 운용사에서 파는 금융상품이 오늘을 기준으로 얼마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를 계산해주는 직업이라고 합니다. 금융상품을 팔고 있는 회사 스스로 상품이 얼마짜리라고 얘기할 수는 없으니까 평가사들이 대신해서 상품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죠. 그래서 자산평가회사는 '금융상품의 공정한 현재 가치를 산출하는 회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국내의 자산평가업체는 '나이스피앤아이'를 비롯해 4개 회사가 있다고 합니다.
이동원 동문이 맡고 있는 선도환상품은 미래 특정 시점에 교환이 이루어지는 외환거래를 뜻합니다. 예를 들면 내가 달러가 필요한데 지금 필요한 게 아니라 한 달 뒤에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이 아닌 한 달 뒤에 1100원과 1달러를 바꾸기로 누군가와 약속하는 거래와 같은 것인데요. 미래에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특성 때문에 날마다 달라지는 환율과 시장가격을 반영해 데일리 평가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선도환상품은 구조화 금융상품이 아닌 스왑(두 당사자가 각기 지니고 있는 미래의 서로 다른 자금흐름을 일정 기간 동안 서로 교환하기로 계약하는 거래)의 한 종류이지만, 에프앤자산평가에서는 스왑을 구조화상품팀에서 담당하고 있어 이동원 동문이 그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동원 동문은 학교생활을 그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합니다. 남들이 다 하는 대외활동은 전혀 안 했다는 것이 이동원 동문만의 차별점입니다. 유니버시아드라는 경영경제동아리에서 신입생 때부터 활동했고, 4학년 때는 정경대 학술소모임인 '금융오너'에서 활동하기도 했다고 하는데요. 학부생활을 하는 동안 동아리의 회장도 해보고 학술소모임을 이끌어 보며 여러 경험들을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대외활동을 못해본 점에 대해서는 아쉽긴 하지만 후회는 없다는 이동원 동문. 그 이유로는 동아리를 하면서 배운 게 많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작은 조직이지만 그 안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 흥미로웠다고 합니다. 특히 동아리 생활 중 동아리 내에 기업분석 소모임을 만들려고 했던 시도가 많이 기억에 남는다고 하네요. 소모임을 만들었지만 생각보다 운영이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2년 가까이나 공을 들이면서, 서로 모르는 것을 가르쳐주며 선후배가 모두 성장할 수 있는 그리고 모두가 지속적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소모임으로 만들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한 것이 아직도 많이 아쉽다고 했습니다. 실패 이유로 본인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을 했는데요.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천지차이라는 것과, 내가 열심히 한다고 해서 꼭 그것이 좋은 결과로 나타나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배우는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대외활동을 하지 않은 이동원 동문에게 열심이었던 것은 금융 관련 동아리 외에 또 한 가지. 바로, 학교 수업에 충실했다는 점입니다. 이동원 동문은 학교수업을 열심히 들었다고 합니다. 학점을 잘 받을 수 있는 과목보다는 내가 듣고 싶은 수업을 열심히 골라 들었다고 하는데요. 특히 2학년 때부터 재무, 금융 관련 수업을 위주로 들었는데 어려웠던 만큼 배운 게 많았다고 합니다. 수업을 수업만으로 그치지 않고 더 확장된 시야를 가질 수 있는 훈련을 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는데요. 예를 들자면, 경영학부 학생들이라면 모두 배우는 '가치사슬'의 내용을 실무에서 언제, 어떻게 적용하는 지에 대해서 생각해본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이렇듯 교수님들이 수업에서 가르쳐주시는 내용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남는 게 많이 없으나, 그걸 시작이라 생각하고 시야를 확장해 나가면 할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하다고 합니다. 그 예로 소모임을 위해 주식가치평가 공부를 하던 자신을 들었는데요. 처음엔 정말 막막했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만으로는 사실 다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회계원리, 재무관리 등 관련된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자료를 찾고 공부함으로써 실제 계산까지 해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학교 수업을 듣지 않았다면 아예 갈피를 잡지 못했을 텐데, 수업을 기반으로 더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던 셈이죠. 대외활동도 좋지만 열심히만 한다면 학교 안에서도 얻을 것이 충분히 많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 인터뷰 중인 이동원 동문
이동원 동문이 금융권으로 진로를 정한 시기는 2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군 제대 후 복학하자마자 들었던 수업이 장운욱 교수의 '채권시장론'이었는데, 그 수업을 들으면서 금융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합니다. 다른 것은 둘째 치고, 금융이 일단 너무 재밌었다고 했는데요. 이동원 동문은 재미없는 것은 억지로라도 잘 못하는 성격이지만,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금융에는 매력을 느끼고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은행에서 알려주는 이자율이 실제로 내가 받는 수익률과 다르다는 사실을 안 것도 그 때라고 해요. 기초적인 내용이지만 ▲ 대출금 상환, ▲ 적금 납입, ▲ 시장이자율에 따른 변화 등 모두 신기하고 재밌었다고 합니다. 금융이라는 분야가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필드라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금융에 대해 흥미를 느낀 후로는 금융과 관련된 수업을 집중적으로 들었다고 합니다. 만약 금융권 취업을 희망한다면 장운욱 교수의 수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지금 일하는데 필요한 지식의 거의 대부분을 그 교수의 수업에서 배웠을 정도라고 하면서, 아직도 가장 생각나고 존경하는 교수님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일하고 있는 에프앤자산평가는 우연한 기회로 입사하게 됐다고 합니다. 사실 이동원 동문이 처음부터 자산평가사를 생각했던 것은 아녔다고 해요. 원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희망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지난 겨울부터 증권사 RA에 여러 번 지원했지만 번번이 다 고배를 마셨다고 합니다. 그 후, 마지막 학기에 들었던 금융투자론 수업에서 지금의 에프앤자산평가를 알게 되었다고 했는데요. 당시 수업을 담당했던 최원석 교수가 있던 곳이 바로 그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곳에서 일하면 배울 기회가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 동계 인턴으로 일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봤는데, 그 당시에는 자리가 없었다고 해요. 그러다 올해 기업들의 상반기 채용이 모두 끝나갈 무렵 에프앤자산평가의 채용소식을 듣게 됐다고 합니다. 그렇게 지원을 하고 채용이 돼서 지금까지 다니고 있다고 하는데요. 일하면서 배우는 점이 많고, 그러면서 공부할 것도 많아진 점이 있지만 모두 만족스럽다는 말을 들으며 저도 동기부여가 됐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동원 동문은 증권사 RA에 지원했다가 모두 탈락했다고 하는데요. 거기다가 현재 일하고 있는 에프앤자산평가도 사실 한 번은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자신이 다시 지원해 합격할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로 '열정'을 꼽았는데요.
"에프앤자산평가 면접 전형에서 '혹시 불합격을 해도 인턴으로라도 일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이 점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대답을 했던 것이 여타 지원자들과는 다른, 지원 직무에 대한 확실한 관심과 열정으로 비춰졌었던 것 같아요. 당시 면접관에게 잘 보이려고 한 대답이 아닌 100%의 진심에서 우러나온 대답을 하면서 열정을 보여준 것이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금융에 눈을 뜬 시기부터 꿈꿔왔던 증권사 애널리스트와는 다르지만, 시장을 가까이에서 접하며 많은 것들을 자세히 보고 공부할 수 있는 직무였다는 점이 자신이 다시 이 회사에 지원할 수 있었던 두 번째 이유라고도 했습니다. 또한 자신이 지원하려는 직무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본인이 그 직무를 정말 원하는지 깊이 생각해보면서 이 회사에 다시 지원하겠다고 명확히 마음을 먹은 것이 세 번째 이유라고 하네요.
취업을 위해 뭔가를 많이 준비하지는 않았다고 말하는 이동원 동문. 대단한 자격증 하나 있는 것도 아녔고, 그렇다고 어학 성적이 특별히 높은 것도 아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는 본인이 하고 싶은 것에 집중했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고 하는데요. 작년 2학기 금융투자론 수업 때 한국투신자산운용의 이용우 전무가 특강을 온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그 분이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합니다.
"만약 현대자동차에 취업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현대자동차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 알아야 합니다. 금융권도 마찬가지입니다. 현대자동차가 차를 팔아서 돈을 벌듯이, 금융권의 회사들도 나름대로 돈을 버는 방식이 있기 때문에 그 방식을 알아야만 합니다. 그리고 금융권에 지원하고자 할 때는 자기가 그 방식을 습득해 얼마나 일을 잘 할 수 있는지, 거기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만 합니다. 자격증이나 스펙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일 자체와 자기 자신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말이죠. 이 관계를 명확히 아는 것, 그리고 열정을 보이는 것. 취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뭔지를 묻는다면 이 두 가지를 꼽고 싶습니다."
이동원 동문은 후배들에게 몇 가지 당부의 말을 남겼습니다.
"우선은 시야를 넓게 가졌으면 좋겠어요. 경영학부 후배들이라면 특히 그래요. 경영에는 너무 많은 분야가 있어요. ▲ 재무, ▲ 회계, ▲ 운영관리, ▲ 인사, ▲ MIS, ▲ 전략, ▲ 마케팅 등이 있는데, 수업을 들으면서 '이 수업이 어떤 분야의 수업이고 이 필드는 대략 이런 느낌을 가지고 있구나.'를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 '아, 전공필수 과목이라 어쩔 수 없이 듣고는 있지만, 정말 듣기 싫다.'는 생각은 절대로 하지마세요. 수업을 듣는 과정에서 나에게 맞는 분야가 어디인지 관찰해보고, 대략 답이 나왔으면 그 분야로 파고 들어가야만 합니다. 경영학부에 그 많은 필수과목들이 지정된 건 아마 이러한 과정을 학우들이 거치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조언을 미리 학부시절에 들었다면 저에게도 훨씬 더 많은 도움이 됐을 거라고 자신합니다."
"그리고 대입이 끝이 아녔듯이 취업도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뿐입니다. 스펙 잘 쌓아서 좋은 곳에 딱 합격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소리입니다. 당장 마음을 편하게 해줄 스펙보다는, 장기적으로 확실한 내 실력을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직업을 선택할 때도 이 직종에서 앞으로 30년을 일 할 수 있는지를 신중하게 고민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냥 겉보기에 그 직업이 좋아보여서 선택하면 안 됩니다. 어떤 일이든 나름의 고충이 있고, 특히 그 고충이 그 일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절대로 견딜 수 없는 것일 수도 있어요. '이 필드에서 내가 30년간 버틸 수 있을까?'를 깊이 생각해보고 선택에 신중했으면 좋겠습니다. 아, 마지막으로 주변에 있는 여러 관심 분야의 선배들을 많이 귀찮게 해보는 것도 유용하다는 팁을 드리고 싶어요."
여러 취업준비생들이 대외활동이라는 명목 하에 바쁘게 대학생활을 하지만, 정작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깊게 고민하지 않은 채 무작정 이것저것 건드리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많은 대학생들이 자신의 관심분야를 다루는 강의보다는, 학점을 잘 주는 소위 말하는 '꿀 강의'들을 찾아 수강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동원 동문의 금융에 대한 남다른 지속적인 노력과 열정을 보며, 자신에게 가치 있고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분야에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우리 학우들도 이처럼 자신이 원하는 목표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열정을 투자하는, 눈앞의 조급함보다 멀리 숲을 내다보는 시야를 갖고 꿈을 이루시길 응원합니다. 이상 기사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