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가 끝나고 도서관이 한적해질 무렵, 여전히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는 학우들이 있습니다. 슬쩍 들여다보니 토익, 토플과 같은 영어공부를 하는 사람, 공모전을 준비하는 사람 등 다양한데요. 그 중 언제나 빠지지 않는 부류가 바로 CPA를 준비하는 이들입니다. 매년 CPA 합격자 명단이 크게 나붙고 각종 유명 취업 카페에는 금융권 카테고리가 따로 마련돼 있는 등 금융권 취업에 대한 관심도가 굉장히 높죠. 그러한 금융권에는 ▲은행원, ▲펀드매니저, ▲보험설계사, ▲회계사, ▲외환 관리사 등 많은 종류의 직업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그 중 ‘재무설계사’에 대해서 들어보셨나요? 얼핏 듣기에는 보험설계사 같기도 하고, 재무설계라고 하니 기업 금융을 관리하는 거 같기도 합니다. 다소 낯선 이 직업을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국제관계학과 10학번 홍현주 동문을 만나봤습니다.
한국직업사전은 재무설계사가 하는 일에 대해 ‘고객의 생 환경이나 재무 상황 및 장래 계획을 파악하여, 고객의 생애주기에 적합한 금융 및 자산 설계를 지원하고 보험 상품, 펀드, 은행 상품, 대출 등 고객에게 적합한 솔루션을 권유한다.’ 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홍현주 동문은 다양한 상품을 찾는 많은 고객들을 만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는데요. 연세웹진도 인터뷰에 앞서 고객의 입장에서 재무설계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재무설계란?
“재무설계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홍현주 동문의 뜬금없는 질문에 말문이 막혔지만, 목돈 같이 규모가 큰 돈을 어떻게 쓸지 관리해주는 것이라고 나름의 답을 해봤습니다.
홍현주 동문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하며 재무설계는 기간에 따라 목표를 세우고 목돈 즉, 목적 자금을 만드는 거라고 설명해줬습니다. 보통 재테크와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재테크는 돈을 불리는 기술이므로 자산이 있어야 가능한데요. 반대로 재무설계는 자산을 만드는 기술이라고 합니다. 즉, 재테크를 하기 위해 재무설계를 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쉽다고 합니다. 보통 '나는 자산이 없는데 어떻게 재무설계를 하지? 굳이 재무설계를 받을 필요가 없지 않나?'라고 고민을 하지만 오히려 가진 돈이 적을수록 받아보면 좋은 것이 재무설계 상담이라고 합니다.
▲ 재무설계의 과정
그렇다면 재무설계를 잘하기 위해서, 그리고 목돈 마련을 위해서 어떤 것들을 염두 해두면 좋을까요? 재무설계 그리고 돈과 관련된 개괄적인 지식부터 유용한 팁까지 홍현주 동문으로부터 전해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중 두 가지를 알려드립니다.
“첫 번째, 위험설계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돈과 관련해서는 ▲안정성, ▲유동성, ▲수익성, ▲세금 네 가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안정성이란 은행이 망할 가능성을 말하고요. 유동성은 통장에 있는 돈을 바로 꺼내 쓸 수 있는가 아닌가의 의미입니다. 수익성은 흔히들 아는 적금과 펀드로 나뉠 수 있죠. 보통 수익률이 높을수록 변동성 또한 높아서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걸 따져본 후 비상 예비자금을 마련해둬야 하는데요. 매달 나가는 고정비용과 최소생활자금을 더한 것에 3개월을 곱한 금액 정도가 필요합니다. 한 달에 통신비, 주거비 등을 더한 고정비용이 약 15만 원, 최소생활자금이 약 30만 원 가량 된다고 했을 때 135만 원 정도를 언제나 쓸 수 있게 준비해 두는 것이 좋죠. 3개월로 정한 이유는 보통 이직에 3개월 정도가 걸리기 때문입니다.”
아직 대학생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지만, 몇 년 후 취업에 성공해 독립했을 때를 대비해서 들어두면 좋을 만한 정보였습니다. 다음에 들은 얘기는 더욱 더 세부적인 통장 관리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통장에 이름표를 붙여라!' 다소 낯설지만 흥미로운 주제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통장에 이름표를 붙여라.’입니다. 대학생 정도 되면 카메라, 노트북처럼 금액 단위가 큰 물건을 사기 위해 적금을 드는 사람이 많습니다. 보통 1년 만기로 용돈에서 조금씩 떼어 돈을 마련하곤 하는데요. 1년 단위로 통장을 만들다 보면 복리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맹점이 있어요. 그리고 키우던 애완동물이 아프던지, 휴대폰 액정이 깨져서 갈아야 하던지 등의 큰돈을 쓸 일이 생기면 통장을 깰 수밖에 없어서 적금 혜택 또한 받을 수가 없죠. 그래서 가로저축이 필요한 겁니다. ▲결혼 자금, ▲집 마련, ▲카메라 등 통장에 이름을 붙이고 통장 별로 만기일을 다르게 설정해서 동시에 시작하는 게 중요합니다.”
실제로 학교 다닐 때 자취방에서 키우던 고양이가 크게 다쳐서 수술을 받았던 일을 예시로 들어줬습니다. 가로저축을 할 경우, 이러한 일이 생겼을 때 가장 규모가 작은 적금 통장을 해지하면 다른 적금 통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훨씬 효율적으로 돈을 저축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재무설계사란?
사실 금융, 주식과 같은 단어들을 들었을 때 묘한 거부감이 들곤 합니다. 돈과 관련된 내용은 복잡하고 어렵다는 편견 때문일지도 모르겠는데요. 재무설계라는 말을 들었을 때도 괜스레 멀게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고객과 공감대를 찾고, 최대한 쉬운 사례를 많이 들며 설명해준 덕분에 약 30분가량의 설명에도 집중해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재무설계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들은 뒤, 월급 관리 포트폴리오를 통해 필요한 상품, 저축 방법에 흥미가 생기면 자신과 상담한 재무설계사에게 말하면 된다고 합니다.
계속해서 고객과 연락을 해야 하고, 또한 고객 각각 성향에 맞추어 설명해야 하는 만큼 재무설계사에게는 전문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능력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홍현주 동문도 비슷한 조언을 해줬는데요. 이론은 취직해서 배우면 되지만 기본적으로 사람 자체가 모나지 않고, 닫혀 있지 않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같이 있을 때 유쾌한 사람이면 더욱 좋다고 하는데요. 내향적인 사람이라면 좀 힘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대해 내향, 외향의 개념과 ‘open mind’와는 또 다르다고 했습니다.
▲ 재무설계사 홍현주 동문 소개 포스터
홍현주 동문은 자신의 학창 시절 중 기억에 남는 일들에 대해 말해줬는데요. 국제관계학과 선택, 연합 동아리 경험과 경영학과 이중전공, 회계사 준비 및 시험을 볼 수 없어 좌절했던 일 등 모두 다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어느 정도 답을 제시해 줄 수 있었던 경험들이었다고 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학부생활, AIESEC
가장 기억에 남는 학부생활로 1학년 때 했던 동아리를 꼽았습니다. 원래 KOICA(한국국제협력단) 입사를 원해서 국제관계학과를 바라보고 우리 학교를 왔다고 해요. 그런데 학과 공부가 별로 맞지 않았고 경영 쪽 동아리는 어떨까 하는 생각에 AIESEC(국제경상 학생협회)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AIESEC은 전 세계 91개국이라는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UN이 인정한 세계 최대 규모의 학생자치단체입니다. AIESEC 코리아에는 학교별로 10개의 정식 지부가 있고 매년 신입생 모집을 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각 동아리가 작은 회사 개념이기 때문에 매주 신촌을 오가며 마케팅, 홍보, PR 등 다양한 부서를 경험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힘든 일정 끝에 마케팅은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그래서 회계사 준비를 하게 됐다고 합니다.
회계사 준비와 좌절, 그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다.’
홍현주 동문은 회계 일을 하는 친척에게 마케팅 쪽은 맞지 않으니 회계 쪽으로 준비해 보는 건 어떻겠냐는 권유를 들었다고 합니다. 회계원리 과목을 수강해보니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회계사 준비를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다소 급작스러운 시작이었지만 평소 자신의 신조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다.’였기 때문에 CPA를 합격한다고 생각하고 1년 6개월 동안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고 합니다. 새벽 별을 보며 나가서 밤별을 보고 들어오는 경우가 다반사였다고 하는데요. 시험을 앞두고 건강에 문제가 생겨 수술을 하게 돼 때문에 시험을 볼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응원해 준 가족에 대한 미안함,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허투루 지나갔다는 생각 등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말할 수 없는 좌절의 늪에 빠졌다고 해요. 하지만 그렇게 좌절에 파묻혀 있었던 것만은 아니라고 하는데요.
비전과 동료의 중요성
“CPA 자격증을 따지 못한 채로 복학한 후, 아르바이트에 매진했어요. 서빙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었는데 되게 잘해서 매니저 자리를 달고 계속 같이하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받았었죠. 저는 일을 선택할 때 그 일의 비전과 같이 일하는 사람을 중점적으로 보는데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좋아서 일은 힘들었지만, 재미는 있었어요. 그런데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니 내가 이 자리에 계속 머물러 있을 것 같더라고요. 당장 직업을 구해 여기서 머무르면서 돈을 버는 것보다는 비전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바로 그만두고 나왔어요.”
홍현주 동문은 앞서 말한 비전과 동료의 중요성을 염두에 두고 앞으로의 진로를 결정했다고 하는데요. 4학년 2학기를 남겨두고 삼성생명 인턴에 합격해 회사에 다니고 있던 중 KB금융에서 내후년 복합지점을 제시하는 등 여러 비전을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속한 팀 모두가 KB금융으로 이직했고 당시 40여 명이던 인원이 현재는 100명으로 늘었다고 해요. 내년 1월부터는 홍현주 동문이 속한 지점이 카드, 캐피탈, 증권 등을 아우르는 KB금융그룹 직속 복합지점이 될 거라고도 얘기해줬습니다.
회사 내부에서 그리는 미래
“복합지점이 된 이후에는 팀장을 꿈꾸고 있어요. 세무사 자격증도 따고 기업금융 업무를 배워 일의 범위를 더 확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원래 기업 금융 쪽에 관심이 있기도 했고요. 하지만 아직 회계사의 꿈 또한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회사 외부에서 그리는 미래
“제 최종 목표는 음식 프랜차이즈업이에요. 요리를 워낙 좋아해서 요리하는 가게를 갖고 싶습니다. 서빙 아르바이트를 굉장히 많이 했기 때문에 매장 관리에는 자신이 있기도 하고요. 이런 부분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고, 저런 부분에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걸 나름의 노하우로 축적해놨어요. 하지만 요리사업을 위해서는 자본금이 필요하니까 30살에 조그만 가게부터 시작하고 싶어요. 그렇게 10년 정도 매장을 운영한 후에 아이템을 얻어서 프랜차이즈업으로 확장할겁니다.”
음식 프랜차이즈업이 재무설계사와는 동떨어져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홍현주 동문이 상상하고 있는 미래는 확실했습니다. 마냥 꿈만 꾸는 것이 아닌, 동기와 목표, 계획이 잘 정리되어 있어 꼭 실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홍현주 동문은 '안되는 게 어디 있어, 무조건 될거야.’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도전해보라고 조언해줬습니다. AIESEC에 들어가 도전했듯이, 그리고 CPA시험에 도전했듯이 두려움을 갖지 말고 도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또한 학우들이 목표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는데요. '어디에 취직하고 싶다.'가 아니라 ‘무엇을 하고 싶다.’로 목표를 정해보라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르바이트나 여행을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나보는 게 좋다고 했습니다. 그래야 자신에게 맞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기껏 취직했는데 회사가 자신에게 맞지 않아서 나오는 경우는 정말 안타깝다고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한 후에 자신에게 맞는 것을 꼭 찾으라고 말해줬습니다.
보험설계사와 헷갈리기도 하고, 언뜻 보면 회계사 같기도 한 재무설계사. 이제 어떤 직업인지 알게 되셨나요? 홍현주 동문처럼, 열심히 활동한 연합동아리의 업무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걸 느낄 때도 있고 1년 6개월 동안 준비한 시험을 못 보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로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접시만 수십, 수백 개를 나르느라 삭신이 쑤실 때도 있죠. 이럴 때면 영어 공부나 전공 공부를 해야 할 시간에 다른 것들에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역경들을 당당히 이겨낸 홍현주 동문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굳이 실패, 성공을 나눌 것 없이 모든 경험은 값진 경험이라는 것입니다. 조그마한 경험이라도, 혹은 실패한 경험이라도 자신의 진로와 인생에 도움이 되는 요소들을 얻어낼 수 있다면 소중한 경험이 되는 것이 아닐까요. 웹진을 읽는 여러분들도 머뭇거리지 말고 도전하라는 말을 건네면서 이번 기사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준 홍현주 동문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