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라디오 하면 어떤 게 떠오르시나요? 라디오가 시작하면서 좋은 글귀나 에세이로 시작할 때가 종종 있죠. 청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대본을 작성하고, 재밌는 이야기를 고민하는 것은 라디오 작가의 주된 일인데요. 여기 ‘SBS 송은이, 김숙의 언니네 라디오’에서 라디오 작가로 활약하고 있는 류재곤 동문(11·철학)의 이야기를 연세웹진이 전해드리겠습니다.
먼저 일하는 분위기는 어때요?
“저는 재밌게 일하고 있어요. 원래 하고 싶었기도 했고, 정말 재밌는 팀이에요. 라디오 특성상 팀의 분위기가 돈독해요. 다 같이 먹으러 갈 때도 많아요.(웃음)”
라디오 작가가 하는 일
“방송작가는 ▲ 예능, ▲ 교양, ▲ 라디오 이렇게 세 분야로 나뉘어요. 라디오 작가는 (게스트)섭외를 주로 하고, 원고 작성, 코너 구상도 하죠. 이런 걸 전체적으로 구성이라고 해서 ‘구성작가’라고 불러요. 쉬는 날에 섭외가 다 진행돼요. 이때 일정표를 다 작성해서 큰 그림을 그리겠죠. 어떤 날은 특집이고. 원고를 쓰는 날이면 사연을 추리고... 출근할 때는 이미 원고가 완성돼있는 상황이어야 해요. 그리고 원고를 오타 없이 출력해서 방송 녹음이 들어가죠. 쉬는 날엔 다 쉬진 않고 원고를 쓰거나 섭외를 해요. 그래야 출근하면 방송만 할 수 있어요."
라디오 작가의 어떤 면이 가장 좋았어요?
“저는 회사에 양복 입고 출근하고 싶진 않았어요. 그래서 방송 작가가 딱 좋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Q. 근데 조직생활은 다 있잖아요?) 그래도 비교적 딱딱하진 않죠. 다 사복 출근이니까요. 특히, 재밌는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다른 회사에 비해 저희는 수익을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방송이 재밌을까 이야기하니까요. 그래서 좀 더 재밌게 회의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거? 정시 출·퇴근이 아니라 ‘몇 시쯤에 가면 이걸 끝내고 방송에 들어갈 수 있겠다’를 계산해서 출근하고 퇴근하죠. 이게 팀마다 다른 게, 아침 라디오는 거의 녹음 없이 생방송을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서 거의 정시 출·퇴근일 때가 많아요. 만약에 교양 프로그램은 아이템 구상하는 주간, 촬영·편집주간으로 패턴이 달라져요. 편집주간에는 거의 잠을 안 자고, 방송을 내고 나면 일주일 정도 쉰 후에 또 기획하기도 하죠. 근데 라디오는 매일 방송을 내보내는 매체잖아요. 그래서 남들이 안 쉴 때 쉬거나, 빨간 날일 때는 못 쉬는 경우가 많죠. 그때는 라디오를 많이 들으니까요.”
▲ 류재곤 동문이 작가로 활동중인 'SBS 송은이, 김숙의 언니네 라디오'
그때가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저는 휴학을 하고 방송아카데미에 들어갔어요. 그때가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Q. 방송아카데미에 많이 오나요?) 네. 반반인 것 같아요. 거치는 사람도 있고 안 거치는 사람도 있어요. 라디오 작가는 공고를 접하기 어려워서 아카데미에서 연결되는 경우가 많죠. 현직 작가님들이 오셔서 강의하고, 자리가 났을 때 아는 사람들 중에 뽑거나 구인 공고가 떠요. 작가협회에서 직접 지원해서 가는 때도 있어요.
자소서나 면접은 기업이랑 다른 점이 있어요. 기업 면접처럼 정장 입고 사진찍기보다 좀 더 편안하게 찍어요. 자소서 형식도 저는 다르게 했거든요. 딱딱한 칸 다 없애고 재밌게 썼어요. 보통 어렸을 때 뭐 했고... 이렇게 쓰잖아요. 그런데 저의 능력치를 조금 장난스럽게 표현해 봤어요. 예를 들면, ‘저는 평소에 스케줄러를 사서 체크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하고 꼼꼼함에 별 다섯 개 주는 식으로 능력치를 다섯 문항 정도 만들어서 별을 달아줬어요. 재밌는 프로그램이어서 재밌게 썼어요. 나중에 면접 볼 때 이력서를 특이하게 써서 기억에 남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여기는 이런 게 통하는 곳이고 이런 걸 좀 더 쳐주는 곳인 것 같아요.”
라디오 작가가 가져야 할 강점
“방송 많이 보고 라디오 많이 듣고... 이런 사람을 원해요. 평소에 ‘이 프로그램은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을 원하는 것 같아요. 여기는 티비 보는 게 공부라서 방송 많이 보고 책 많이 읽고 그런 사람을 뽑죠. 만약에 어떤 그룹을 좋아하면 그 그룹에 대해 잘 알고 라이벌 그룹이나 그 그룹이 속하는 회사에 관해서도 잘 아니까 되게 강점이 돼요.
그리고 노래를 많이 알아야 해요. 아이돌 노래도 알아야 하고 옛날 노래도 알아야 해요. 저는 음악을 편향되게 들어와서 처음엔 괴리감이 좀 있었어요. 그래도 여긴 정말 재밌는 라디오라서 금방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인터뷰 중인 류재곤 동문
작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
“저는 무언가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어렸을 때 꿈은 웹툰작가, 선생님이었어요. (Q. 글쓰는 직업에도 종류가 많은데, 왜 하필 라디오 작가를 선택했나요?) 라디오이기 때문에 글에 집중할 수 있잖아요. 부담 없이 누구나 들을 수 있고 파급력이 좋으니까요.
그리고 제가 라디오를 들으면서 느꼈던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도 전하고 싶었어요. 전 고등학교 3학년 때 라디오를 듣기 시작했는데, 밤 12시 라디오였어요. 근데 학교에 가야 하니까 잠을 자기 싫었어요. 그래서 라디오를 듣게 됐는데 너무 재밌어서 나중에도 계속 라디오를 들었어요. 그러다가 어떤 에세이를 우연히 봤는데, 이 라디오의 작가님 글이었던 거에요.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걸 라디오 작가로 이룰 수 있겠구나’ 생각했죠.
강세형 작가인데,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라는 제목이에요. 짧게 그날의 감상을 쓴 건데 저에게 와 닿아 있는 게 많았어요. 특히 영화 장면을 묘사하면서 자기 느낌을 써두는데,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어요.”
문예창작과로 갈 수도 있었나요?
“저는 원래 선생님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고등학교 3학년 때 근현대사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사학과랑 인문학부로 다 썼어요. 그런데 대학교 와서 사학과 수업을 들었을 때 제가 생각했던 수업과 너무 다른 거예요. 그래서 실망을 했죠. 그런데 철학입문 수업이 너무 재밌어서 철학과에 오게 됐어요. 그리고 진로설계 수업에서 모의면접도 해보고 자소서도 써보면서 제가 뭘 하고 싶은지 알게 됐어요. 저는 뭘 만들어서 감동을 주고 인정받는 게 하고 싶은 거에요. 직업은 그저 수단 인 거죠.
어느 날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있었는데 어떤 사람을 알게 된 적이 있었어요. 글을 되게 잘 쓰는 사람이었는데, 알고 보니 같은 아파트 사람이었던 거에요. 이 사람이 자기 글에 이사하는 사진을 올렸는데 그게 저희 아파트 사진이었거든요. 만나서 얘기를 들었더니, 그 사람은 문예창작과 출신인데 어떤 회사에서 글을 쓰는 거로 일하는 사람이었어요. ‘글 쓰는 직업이 작가만 있는 게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죠.
하루는 경주여행을 갔는데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시던 분이 프리랜서 작가였어요. 그분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면서 작가 일을 하시는 거죠. 그래서 이렇게 사는 삶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많은 꿈 중에 제일 먼저 제대로 발 닿은 곳이 방송아카데미였고, 잘 풀리게 돼서 라디오작가를 하게 됐어요. 그래서 저는 뭐든지 해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SNS에 글이라도 안 올렸더라면, 여행도 안 가봤다면 못 만났을 사람들이었잖아요.”
▲ 류재곤 동문의 사무실 책상 모습
라디오작가 준비할 때 진입 장벽이 높나요?
“자리가 안 나서 경쟁이 세지만, 사실 특별히 고스펙을 요구하는 건 아니에요. 거기서 돋보이려면, 만약에 수업의 하나로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는 시간이 있었는데 사연을 보내는 게 재밌어서 매일 사연을 보낸 거예요. 그리고 라디오에 지원하면, 이 사람을 뽑는 거죠. 사연을 많이 쓴 사람이 좋은 사연을 아니까요. (Q. 일 할 때 가장 재밌었던 것?) 가장 재밌었던 건 웃어줬으면 하는 멘트를 썼는데 진짜로 웃어줬을 때. 그리고 실제 방송에서 재밌게 나갈 때. 그때가 진짜 짜릿하죠. 그리고 사람들이 라디오를 들으면서 공감해줄 때, ‘힐링 된다’ 이런 얘기 들으면 좋아요.”
라디오는 공감하는 능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라디오는 실시간으로 청취자들과 소통하니까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살고 있나 관심을 두는 자세가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기록하는 습관도 중요해요. 자기 안에 들어있는 게 많아야 쓸 수 있어요. (Q. 그럼 어떤 사람을 안 뽑을 것 같아요?) 책상 앞에만 있는 사람. 공부만 하거나 책만 읽는 사람. 아무래도 라디오는 사람들 간의 소통이 중요하고, 방송 작가로 일하는 것도 그런 것 같아요. 사연 중에 육아하는 엄마의 사연이 오면 이제는 그분들의 관심사가 어떤지 알 것 같아요. 그래서 간접경험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무엇인지 찾고 싶다면
“이런 친구가 있었어요. 자기는 카페에서 일하고 싶고 서핑도 하고 싶다. 그래서 휴학하고 스타벅스에서 일하면서 주말에는 서핑하고 있어요. 자기가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참지 말고 빨리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앉아서 취업준비를 한 건 아니었거든요. 좀 더 많이 했으면 볼 수 있는 게 더 넓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강점보다는 약점을 보완하는데 시간을 투자합니다. 진로나 취업의 경우에도 자신의 관심사보다는 남들보다 내가 어떤 점이 부족한지에 주목하죠.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면서 나의 관심사를 외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단은 부딪쳐봐야 나의 강점, 약점을 알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은 여전히 변함이 없습니다. 류재곤 동문의 꿈을 찾아가는 여정을 들으면서 나의 여정은 어떠했는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상으로 기사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