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의 마블, ▲ 애니팡, ▲ 앵그리 버드. 대부분 한 번쯤은 들어봄직한 게임들일 텐데요. 오버워치(Over Watch), LOL (League of Legends)과 같은 PC 게임도 여전히 인기가 많지만, 스마트폰이 도입된 후 모바일 게임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2013년에는 모바일 게임 시장의 규모가 전년 대비 무려 190.6%로 성장했다고 하는데요. 게임을 흔하게 접하다 보니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은 사람들도 늘어났습니다. 또한 게임 제작에 관해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들의 수요로 게임기획학과, 게임그래픽학과 등 게임 관련 학과들이 새롭게 생기는 추세입니다. 매 년 10%대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는 모바일 게임 산업. 그 시장에서 졸업 후 2년 반째 몸담고 있는 의공학부 동문을 연세웹진이 만나봤습니다.
▲ 업무 중인 김진구 동문
김진구 동문은 펀라이드라는 소규모 게임 회사의 기획팀 사원으로 재직 중입니다. 라인에서 처음으로 게임 기획을 시작했고 이후 선데이토즈라는 애니팡으로 유명한 회사로 이직, 현재는 펀라이드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사실 게임 기획 자체도 큰 파트에요. 그 안에서도 업무가 굉장히 세분화 돼 있죠. 그 때문에 선데이토즈와 같은 큰 회사에서는 국소적인 파트만 경험할 수밖에 없었어요. 내가 좀 더 성장하기 위해서 게임 기획과 관련해 전반적으로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들어가 보고 싶었죠. 그래서 6명 정도의 규모인 벤처 회사인 펀라이드에 재직 중입니다."
큰 회사와 작은 회사의 업무는 어떻게 다른가요?
"세부적인 걸 하느냐 전체적인 걸 하느냐의 차이입니다. 선데이토즈에 있을 때는 게임 기획 중에서도 레벨 기획을 맡아서 했었어요. 이 레벨에서는 어떤 미션이 있고, 어떤 몬스터가 나와야 게임을 하는 사람이 흥미를 느낄까 그런 지점들을 고민해서 기획하는 거죠. 지금은 레벨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게임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6명이 부족하지는 않나요?
"한 가지 게임을 출시하기 위해서 대략 4명 정도면 팀을 꾸려서 해나갈 수 있습니다. 투자자와 디렉터가 있어야 하고요. 그 사이를 중계해주는 PD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 기획자, ▲ 디자이너, ▲ 개발자가 게임을 만들어야 하죠. 전체적인 걸 운영하는 사업팀과 게임을 알릴 마케팅팀이 있어야 합니다. 대략 4명 정도면 가능해요."
회사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프리해요. 자유로워요. 다들 게임을 좋아하니까 재밌게 일하죠. 계급 간 대화도 활발히 이뤄지고, 복장도 자유롭습니다. 그리고 여느 IT 업계 회사처럼 야근이 많고요. 게임을 출시하기 전에는 투자자들과 맞춰놓은 날짜가 있기 때문에 업무 강도가 강한 편이기도 해요."
▲ 업무 중인 김진구 동문
게임 회사에 대한 설명을 듣다 보니 게임 기획은 정확하게 뭘 하는 거고, 게임 기획자는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습니다. 또 게임 기획자가 갖춰야 할 덕목, 성향 같은 건 특별하게 있는 지도 알고 싶어졌습니다. 2년 반 동안 세 개의 회사에 있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 답해줄 거라 생각하며 직접 물어봤습니다.
게임 기획, 해보니 어떤가요?
"게임 기획은 상상과 다른 부분이 정말 많습니다. 막연히 게임을 기획하는 일이겠거니 정도로 생각하고, 난 게임을 좋아하니까 이런 태도로 회사에 들어오면 굉장히 힘들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전문적인 파트에요. 우선, 혼자 골머리 앓으며 기획하는 게 아니라 다른 팀과 소통을 많이 합니다. 사람을 설득하고 내 의견을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요. 소통하기 위해선 다른 팀들이 사용하는 용어도 알아야 하죠. 또 프로젝트가 많기 때문에 사람과의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게임기획자는 어때야 하는 사람인가요?
"소통이 많다 보니 말을 잘해야 합니다. 설득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죠. 끈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좋습니다. 게임 기획을 할 때 게임에서의 한 화면을 A4 용지 한 장을 빼곡하게 채워서 설명하기 때문입니다. 그 기획안 안에 엄청나게 많은 숫자가 들어있는데요. 이 수가 커지면 무엇이 커지고 작아지고 이런 것들을 파악하는 게 어려우면 업무가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수학과 통계에 능하면 게임 기획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게임기획자로서 일을 계속하기 쉽지 않겠네요?
"공부가 계속 필요합니다. 게임 회사에 갓 취업했다면 모르는 용어들을 공부하고 문서를 잘 작성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경력이 어느 정도 쌓인 후에는 프로그래밍이나 디자인 같은 다른 팀의 일들도 공부해두면 좋습니다. 공부만 계속한다면 오래 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또 무엇보다 요즘 시장이 새로운 게임이 나와서 성공하기 굉장히 힘들어요. 그래서 많은 회사가 이전의 버전을 업그레이드해서 내놓는 형태로 수익을 창출합니다. 그 과정에서 콘텐츠를 추가할 때 게임 기획 파트는 없어서는 안 될 파트죠. 그래서 게임 기획이 언제나 늘 필요하고, 게임기획자도 오래 일을 할 수 있는 겁니다."
게임이 출시되면 굉장히 뿌듯하겠어요.
"그렇죠. 어떤 팀원들이든 다 그렇겠지만. 이 질문을 들으니 예전에 애니팡을 만들 때가 생각이 나는데요. 어떤 한 스테이지를 만드는데 처음에 다들 별로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다가 모든 사람들에게 오 재밌다, 괜찮다는 평가를 받았을 때 정말 성취감이 느껴졌던 기억이 나네요."
▲ 업무 중인 김진구 동문
의공학부에서 게임기획자. 선뜻 떠올리긴 어려운 진로인데요. 왜 게임기획자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 그 준비과정은 어땠는지 질문 했습니다.
게임 기획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3학년 때였어요. 창업에 관심이 생겼죠. 과가 의공학부다 보니 의료 쪽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가 창업으로 눈을 돌리니 더 많은 분야가 들어오더라고요. 프로그래밍, 임베디드(embedded) 등 도전할 수 있는 쪽들이 많았어요. IT 계열인 애플리케이션 개발 쪽에도 관심이 갔고요. 그중에서도 엔터테인과 관련된 걸 하고 싶어서 찾다 보니 게임으로 구체화를 했습니다."
취업 준비 기간 동안 어떤 활동을 했나요?
"교내에서는 취업 캠프에 참가하거나 취업 센터를 많이 이용했어요. 센터에서 제공해주는 책자를 보면 인터넷 검색으로 알기 힘든 다양한 게임 회사가 있거든요. 학교 job fair 같은 곳에서도 이런 접하기 힘든 회사들을 알 수 있었고요. 교외 활동으로는 다양한 것들을 했는데요. IT 국가 지원 교육을 받기도 하고, 게임 스터디, 세미나에 참여했어요. 특히 세미나를 정말 많이 갔어요. 첫 회사인 라인도 한 세미나 강연자분이 추천해주셔서 계약직으로 들어간 거였죠."
어떤 게 가장 힘들던가요?
"게임기획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해요. 기획자가 하는 게 뭔지도 잘 모르겠고, 게임기획 자격증이 있긴 한데 취업에는 전혀 소용이 없어요. 그래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 거에요. 게임 기획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이 모인 동아리도 들어가고 세미나도 가는 식으로 발로 뛰며 정보를 모은 거죠. 문과 친구들도 우리과 선배가 뭐했는지 어떻게 취직했는지 잘 몰라서 힘들잖아요. 그런 거처럼 저도 정보난 때문에 정말 힘들었습니다."
게임 기획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게임 직군은 힘들긴 하지만 보람이 크다고 생각해요. 특히 게임 기획은 생각보다 전문적인 직업이니까 많이 준비하고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좋아한다고 해서 게임기획자를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취직해서 정말 힘듭니다. 그래도 게임기획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게임을 하나 만들어보는 걸 가장 추천해요.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적어도 자신이 쓴 기획서 포트폴리오는 있어야 합니다."
"2년이 넘는 준비 기간 동안 포기할 뻔 한 적도 많았어요. 지원서를 내고 떨어지고 그 과정이 반복되면 지치죠. 모두가 꿈이 있다고 해서 잘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꿈을 현실화하려면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또 어느 정도 잘하더라도 계속해서 자기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 지점에서 대외 활동 등을 통해 다른 사람의 준비된 모습과 끊임없이 비교하고 보완해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과생이다 보니 이과생을 보면서 저 학생들은 어느 정도 보장된 진로가 있어서 좋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인터뷰를 보면서 마냥 그렇지도 않구나, 다들 취업 준비 때문에, 정보가 없어서 힘든 상황이구나 깨닫게 되었는데요. 특히나 공감 갔던 부분은 좋아하는 걸 잘하는 거로, 직업으로 만드는 데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회사에서 게임 좋아하는 걸 전혀 자랑거리로 삼지 않을 만큼 다들 게임을 좋아하지만, 게임을 좋아 하는 누구나 게임 회사 직원이 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업무가 자신에게 맞지 않을 확률도 높고요.
우리도 늘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직업으로 삼을만한 것들 사이에서 고민합니다. 좋아하는 걸 업으로 삼아서 싫어지진 않을지, 내가 잘할 수 있을지, 돈벌이가 될지 등이죠. 그런데 좋아하는 게 있다면 우선 그것과 관련된 직업을 찾거나 혹은 어떤 큰 산업군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과 관련된 직업을 찾는 게 가장 먼저라는 생각이 듭니다. 찾았다면 그 직업과 관련된 노력을 끊임없이 해나가야겠죠. 그러면 취업에 성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잘못된 길임을 깨달아도 그러한 노력이 밑바탕이 되어 또 다른 진로를 향해 걸어나갈 힘을 얻게 되는 것 아닐까요.
게임 기획 또는 게임 직군에 관해 정보를 얻고 싶거나 상담이 필요하신 분들을 위해 김진구 동문의 메일 주소를 남깁니다. 주저 말고 연락해보시길 바랍니다. 김진구 hinevis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