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유행하던 TV 프로그램인 ‘슈퍼맨이 돌아왔다’, ‘아빠 어디가?’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 두 개의 공통점이 무엇일까요? 맞습니다. 바로 아이들을 주제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죠. 여기서 볼 수 있는 아이들은 사랑스러우면서도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사고를 치는 천방지축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사고가 나기 쉽죠. 유아 리빙 디자인은 바로 그런 아이들의 안전을 도모하고 전반적인 생활을 디자인하는 것인데요. 바로 여기 유아의 생활을 디자인하는 유아용품 디자이너 김세인(08·산디) 동문을 연세웹진에서 만나봤습니다.
Q. 알집 매트는 어떤 회사인가요?
저희 회사는 유아용품 중에서 주로 층간 소음과 관련된 유아 폴더 매트를 주력 상품으로 생산하는 기업이에요. 규모가 엄청나게 크진 않지만, 주력 상품에 대해서는 메이저 기업으로 알려진 인지도 있는 회사라고 할 수 있어요.
부서는 ▲ 제품 개발팀, ▲ 디자인팀, ▲ 마케팅팀, ▲ 경영지원팀 등 크게 4가지로 구분돼요. 저는 제품 개발팀에서 대리로 일하고 있고, 3명씩 팀을 이루어서 개발을 진행해요. 한 팀에는 ▲ 과장, ▲ 주임, ▲ 대리로 이루어져 있죠. 디자인팀은 시각 디자이너들이 속해있는 부서로, 웹이나 출판물 등 제품을 제외한 모든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어요. 마케팅팀은 국내 영업, 해외 영업으로 나누어져 있고, 경영지원팀은 회사 전체에 대한 경영 관리를 담당하고 있죠.
Q. 회사에 입사하게 된 계기와 준비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이번 회사에 입사하게 된 계기는 이전 회사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됐어요. 전 직장의 ▲ 복지, ▲ 급여, ▲ 업무조건이 점점 퇴화하고 있었거든요. 그때 마침 이번 회사의 공고가 올라왔죠. 첫 직장과 동종업계였고, 복지나 급여가 잘 마련돼 있어서 끌렸던 것 같아요.
사실 저는 학창시절부터 유아용품 쪽으로 취업하고 싶어서 그 당시 포트폴리오도 유아용품으로 다 준비가 된 상태였어요. 업무도 포트폴리오 자체였기 때문에 미루지 않고 잘 정리한 결과 이직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죠. 업무를 통해 기른 의사소통 능력도 면접 준비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 같아요.
Q. 자세한 채용과정을 말해주실 수 있을까요?
먼저 서류 전형으로 자소서, 포트폴리오를 제출해요. 대기업이 아닌 경우는 보통 사람인이나 잡코리아에 있는 기본 양식으로 제출하도록 합니다. 포트폴리오는 보통 10점 이내로 제출하는 대신 아쉽게 빠진 것들은 썸네일 이미지로만 넣어서 PDF 파일로 제출해요.
면접은 1차 면접과 2차 면접으로 나누어져요. 기본적으로 ▲ 직전 직장 퇴사사유, ▲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 진행과정, ▲ 문제 해결 능력 등이 면접 질문으로 나왔어요. 또한 작품에 대해서는 꼼꼼하게 물어보는 편입니다. 저는 경력직이었지만 실무 경험 위주의 프로젝트나 인턴 경험이 있으면 신입으로도 충분히 가능해요. 때문에 학교 과제만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보다는 실무경험에 많이 도전해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Q. 입사 후 하게 되는 일은 무엇인가요?
저희 회사의 특징은 외근이 많아요. 시장이라는 것이 항상 유동적이고 유행이 빨리 바뀌기 때문에 외근은 필수이거든요. 보통의 회사는 외근을 업무로 인정하지 않지만 알집 매트는 외근을 업무로 인정해주고 이를 적극 지원해줘요.
외근은 3가지 종류로 나뉘어요. 먼저 거래처에 가서 샘플링을 반복하는 업무와 박람회나 전시회 등 많이 조사하고 보는 거예요. 그리고 시장에 가서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물품을 찾아보는 업무가 있어요. 저희 회사는 빠른 개발 속도가 특징이라 시장에 나와 있는 기성품을 많이 적용하는 편이에요. 또 유아용품인 만큼 성분이나 안정성이 민감한 제품이라 수집을 미리 해놓아야 하죠.
회의를 통해 제품이 결정되면 시장 조사를 시작으로 제품 개발 업무가 시작돼요. 이후 스케치를 한 후 바로 3d 작업에 들어가요. 이후 작업지시서를 인쇄하여 거래처에 샘플링을 요청합니다. 샘플링 단계에서는 생각지 못한 오류가 발생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수정이 이뤄져요. 샘플링이 끝나면 완제품을 만들고 사진촬영이 진행됩니다. 촬영까지 끝나면 비로소 마케팅팀으로 넘어가죠. 이후 제품이 출시되면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개선하는 것까지가 제품 개발팀의 업무라고 할 수 있어요.
▲ 러프 목업 제작
Q. 유아를 위한 리빙 디자인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학교에 입학한 후 필수 교양으로 영유아 발달 수업을 우연히 듣게 됐어요. 그 수업에서 나오는 개념 중에 애착 이론이라는 개념이 나와요. 애착이론에 대해 설명하자면 애착이 잘 형성된 아이가 사회성이 잘 발달하고 스트레스 대처 능력이 향상된다는 개념이에요. 거기에 흥미가 생겨서 제품 디자인을 통해 아이와 부모 간의 애착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작용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유아용품만 바라보고 살았던 것 같아요.
▲ 학생 시절 작업 모습
Q. 디자이너란 직업은 어떤가요?
저는 디자이너가 소통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디자이너는 항상 디자인에 대해 소통을 해야 하고 누군가를 설득시키는 직업이에요. 소통에 소극적이라면 단기적으로는 괜찮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결국 본인에게 손해로 돌아오기 때문에 소통 능력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죠.
그리고 일반적으로 디자이너는 예쁜 것을 만드는 직업이라고 여겨지는 경우가 있는데 정말 잘못된 생각이에요. 예를 들어 인쇄물도 종이의 소재나 인쇄 원리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게 디자이너예요. 단순히 예쁜 것을 만드는 게 아니고 디자인을 하면서 ▲ 모든 공정 과정, ▲ 제품 소재, ▲ 원가 등 종합적으로 알아야 하는 만능 직업이라고 할 수 있죠.
Q. 학교에서 배우는 디자인과 실무는 어떻게 다른가요?
디자인의 모든 과정이 학교에서 배우는 정석대로 ▲ 스케치, ▲ 시장조사, ▲ 설문조사 등의 흐름을 따르지 않아요. 유연하게 삭제하거나 한 가지에 집중하는 때도 잦거든요. 이런 유연성은 학교에서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많이 경험해 보고 기르는 게 중요해요. 이런 문제 해결 능력도 기업에서 보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므로 미리 준비해 두면 좋을 것 같아요.
Q.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우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제 성향에 대해 아쉬운 점이 유행을 따라가는 것을 피곤해하는 사람이라는 점이에요. 아무래도 유행에 민감한 성향이 디자이너를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맞아요. 유행을 좇는 사람이 되라는 말은 아니지만, 디자이너라면 즐기진 못하더라도 많이 조사하고 파악해야 해요. 항상 마음을 열고 주변을 관찰하는 것이 일상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본인의 취향을 디자인에 적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어요. 내 취향을 디자인에 적용하는 것이 시장과 일치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거든요. 그래서 시장 조사를 통해 조사한 데이터 수치를 바탕으로 디자인을 구상해야 해요. 취향과 시장 사이에서 긴가민가하다면 시장을 선택하는 게 맞는 거로 생각해요.
이렇게 디자이너는 자신을 절제하면서도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는 어려운 직업이에요. 학생 때 막막하고 막연한 것은 당연한 거로 생각해요. 저는 지금도 어렵거든요. 하지만 어려워서 더 즐거운 것 같아요. 그 어려운 도전 과정이 저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아닐까 해요.
오래전부터 하나의 꿈을 가지고 준비한다는 것은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지 않고서는 힘들 수 있습니다. 유아 리빙 디자인에 대한 확실한 계기와 준비 과정, 그리고 취업까지의 연결은 어쩌면 부럽기도 한데요. 자신의 목표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은 취업뿐만 아니라 취업 이후 회사 생활에도 능동적으로 임할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학우 여러분도 본인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준비한다면 취업뿐만 아니라 그 이후로도 성공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