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이용하는 시설 중 하나인 지하철. 저 멀리 여행이나 출장을 가게 될 때 이용하는 KTX. 이 둘을 관리하는 ‘한국철도공사‘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어떤 분들에게는 익숙할 수도, 어떤 분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는 ’한국철도공사‘의 또 다른 이름은 바로 ‘코레일’입니다.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 시장의 문에서 청년들의 눈은 공무원 또는 공기업으로 많이 향하고 있는데요. 수많은 공기업 중에서 대한민국의 교통을 책임지는 한국철도공사에 합격해 근무 중인 이태환 (12·경영) 동문을 연세 웹진이 만나봤습니다.
Q. 한국철도공사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아시다시피 전국의 철도, 열차를 관리 운영하는 곳이에요. ▲ 전국을 일일생활권으로 만들어준 KTX, ▲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이어주는 ITX-새마을호, ▲ 수도권 출퇴근을 책임지는 지하철까지 국민의 발이 되어 열심히 달리는 중이죠. 또한, 역세권 개발, 열차와 관련된 중소기업의 기술을 지원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사회적 가치 증진에도 힘쓰고 있어요.
Q. 한국철도공사는 어떻게 구성된 조직인가요?
일단 한국철도공사는 임직원이 3만 명이 넘어갈 정도로 조직이 커서 많은 부서가 있습니다. 저는 사무행정, 즉 사무영업이라고 하는 직렬에 지원했어요. 아무래도 저와 같은 직렬에 지원하는 후배들이 많을 테니, 사무영업을 기준으로 알려드릴게요. 크게 ▲ 본사, ▲ 지역본부, ▲ 역으로 구성돼 있어요. 본사는 대전에 있고, 각 지역별로 지역본부가 있으며 지역본부에 소속된 역이 있죠.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철도 관련 시설을 관리하기 때문에 근무지는 전국이에요. 다만 순환 근무가 잦은 타 공기업과 다르게 본인이 희망한다면 한 지역에서 계속 일할 수 있죠. 역에서는 주로 안내나 매표, 관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요. 고객과의 접점에서 일하다 보니 행정업무가 많은 편은 아니에요. 지역본부는 역과 본사의 다리 역할을 한다고 보면 돼요. 본사에서 자료 요청이 오면 데이터를 취합해서 가공하기도 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본사에 전달하기도 하죠. 또한, 해당 지역만의 특색 있는 사업을 진행하기도 하고요. 본사는 타 행정기관과 협업하며 사업에 대한 큰 틀을 짜고, 지역본부들과 소통하는 일을 합니다.
Q. 현재 하고 있는 업무는 어떤 것인가요?
앞서 말했듯이 저는 사무영업 직렬로 입사했습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역에서 일하다가 본부로 발령을 받아, 현재는 서울본부에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죠. 경영학도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OLAP(On-Line Analytical Processing)이나 SAP를 사용하며 ▲ 여러분들에게 가장 인지도가 높을 ‘내일로’부터, ▲ 전국을 누비는 레일크루즈 ‘해랑’, ▲ 지역경제 활성화에 앞장서는 ‘팔도장터열차’ 등 여행과 관련된 사업을 담당하고 있어요. 열차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관할구역 내 여행사를 관리하고 있기도 합니다.
▲ 한국철도공사의 레일크루즈 ‘해랑’
Q. 채용되기까지의 과정은 어땠나요?
▲ 학점, ▲ 자격증, ▲ 시험 준비, ▲ 인턴 순서대로 말하겠습니다. 블라인드 채용이기 때문에 학점은 기재하지 않아요. 또한 토익 700점 이상인 성적만 제출하면 돼요. 저는 토익과 한국사 자격증만 기재했어요. NCS는 3학년부터 2년 정도 준비했는데요. 혼자 공부하는 스타일은 아니어서 인근 학교 학생들과 꾸준히 스터디를 했습니다. 원주에 사는 사람들을 위주로 스터디를 구성해서 방학에도 지속적인 활동을 할 수 있었고, 문·이과 출신이 골고루 구성돼 저 같은 경우는 수리영역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죠. 저희 공사는 서류전형이 간단한 편이라 많은 지원자가 몰려요. 합격을 위해서는 평소에 실력을 키워둬야 합니다. 제가 준비할 때 경쟁률은 약 200 대 1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자격증보다 NCS 실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기업은 서류전형보다 필기가 어려워서 해당 단계를 뚫어야 면접까지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수 있거든요. 스펙은 ▲ 토익, ▲ 한국사, ▲ 컴퓨터활용능력 정도면 충분한 것 같아요. 추가적으로는 KBS한국어능력시험이나 통계 관련 자격증도 유용해 보였습니다. 참고로 MOS나 워드프로세서는 현업에서 쓰이는 것과 거리가 멀어 대부분 기업에서도 알아주지 않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아요.
인턴 활동을 꼭 해보는 것도 추천 드립니다. 인턴 활동 경험은 면접에서 플러스 요소가 되거든요. 저는 금융 공기업에서 인턴을 했어요. 금융 공기업이 높은 벽처럼 느껴질 수 있어요. 그러나 해당 기업에 대한 관심을 자기소개서에 잘 녹여낸다면 체험형 인턴은 무리 없이 합격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체험형 인턴은 면접에서 전공과 관련된 질문은 하지 않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을 꼭 한다는 것을 캐치해서 열심히 준비했어요.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는 ‘어렸을 때부터 현재 공사 홍보모델의 팬이었다. 함께 일하며 애사심을 키우겠다.’고 말해서 면접관 모두가 웃으셨던 기억이 나요. 그 덕분인지 면접점수 1등으로 합격할 수 있었죠.
Q. 면접은 어떤 식으로 진행됐나요?
면접은 다대일로 진행했습니다. 면접자는 저 혼자고, 면접관이 7명 정도 됐어요. 넓은 대기실에서 각자 준비해온 자료를 보다가 10명씩 끊어서 면접장 복도로 이동해요. 1명씩 순서대로 들어가는데 면접은 총 10분으로 굉장히 짧기 때문에 최대한 긴장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면접 중 너무 긴장해서 말을 더듬었다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줘도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 앞 번호의 지원자가 면접장에 들어가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시작이에요. 제 차례가 오기 전까지 10분이 남는데, 이때 미리 상황면접 질문이 적힌 A4와 펜을 제공받아요. 지문을 읽고 글로 정리하다 보면 차례가 오는데요. 면접장에 들어가서 간단한 자기소개 후 자리에 앉았고, 상황면접 질문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한 뒤, 자기소개서 위주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블라인드 채용이기 때문에 이름은 말하지 않고 번호를 얘기했어요.
면접 중, 한 면접관이 자기소개서 문항을 보고 ‘해당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냐’는 물음에 ‘구글 설문지로 의견을 모았다'라고 답했었는데, 다른 면접관이 다른 문항을 보고 ‘이거는 어떻게 해결하고 싶냐’고 질문했었어요. 순간 당황했고,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나지 않아서 ‘이것 또한 구글 설문지를 활용하겠다. 이전 사례를 참고해서 질문을 더 정교하게 만들어낼 수 있기에 다른 방법보다 더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대답했죠.
자기소개서 내용에 대해서도 평소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저 또한 평소에 아무생각 없이 질문을 받았다면 당황하며 대답하지 못했겠지만, 예전에 친구들과 나눴던 얘기가 생각나 자연스럽게 면접관들의 질문에 답할 수 있었어요.
▲ 한국철도공사 사원 이태환 (12·경영) 동문
Q. 한국철도공사의 장단점이 있다면?
아까 말씀드렸지만 저는 금융 공기업에서 인턴으로 일 했었는데요. 금융 공기업은 높은 연봉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곳이었습니다. 인턴이었지만 명절 상여금으로 문화상품권 50만원어치를 받았을 정도로 돈은 많이 받았어요. 그러나 마음을 바꿨던 첫 번째 이유는 근무 시간 때문이에요. 직원들은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저녁 10시에 퇴근했습니다. 제가 일했던 지역은 버스 막차가 10시까지라서 집에 가야했기 때문에 그때까지만 일한 거예요. 그렇다고 주말에 쉬는 것도 아니었죠. 평일에는 민원인들이 방문해서 바쁘지만 주말엔 오지 않으니 이때 집중해서 일을 끝내야 했습니다. 게다가 공기업 인턴은 일을 잘 안 시키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았어요. 일이 너무 많아서 휴대폰 볼 시간조차 없었죠.
두 번째 이유는 실적 압박 때문이었어요. 공기업이라고 실적 압박이 없는 게 아니더라고요. 본사로부터 지역본부로 일정 상품에 대한 할당량이 내려오는데 이걸 채우지 못하면 많은 압박을 받았습니다. 인턴인 저를 제외한 다른 모든 직원들이 회의실에 모여서 혼나는 모습을 봤어요. 이런 모습을 실제로 보니까 은행이나 금융 공기업에 대한 환상이 깨졌어요. 돈은 많이 벌어도 저녁, 주말이 없는 삶을 보면서 평생 그렇게 살 자신이 없어졌거든요. 농담이 아니라 거기 있던 남직원 대다수가 머리숱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 기억 때문인지 저는 한국철도공사가 너무 좋았습니다. 교대근무를 할 때는 쉬는 날이 많다보니 근처 식당 아주머니가 절 백수로 알 정도였으니까요. 또 저희 공사는 근무지가 고정된 편인데요. 만약 여러분들이 공공기관을 생각한다면 근무지를 꼭 고려해야 합니다. 저는 연봉보다 이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방 발령을 피할 수가 없기 때문이죠. 대다수의 공공기관은 2년에서 5년 사이에 다른 지역으로 발령이 나요. 정말 심한 곳은 칼같이 1, 2년마다 사무실을 옮깁니다. 연애 중이라면 장거리 연애가 되고 끝이지만, 자식을 학교에 보낼 때 근무지가 바뀐다면 아이와 함께 이사를 하든, 홀로 이사를 하든 선택해야 해요. 다른 공기업은 수도권에 들어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힘들어요. 누구나 가고 싶은 곳이기 때문에 근속연수에 밀려서, 나이 많은 분들이 주로 가거든요. 하지만 저희는 수도권에 한 번 발을 담그면 평생 안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장점만 있진 않아요. 단점은 교대근무가 있어요. 현재 3조 2교대 '주주야야비휴' 형태로 근무하는 곳이 많습니다. 아침 9시부터 19시까지가 주간, 19시부터 다음 날 아침 9시까지가 야간, 비와 휴는 비번, 휴무인데 둘 다 휴일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간단히 말하자면 15일 일하고 15일 쉬는 구조예요. 쉬는 날이 많지만, 야간근무를 마치고 일어나면 피곤하긴 합니다. 교대근무를 해보면 기계의 부속품이 된 느낌이거든요. 공휴일이나 명절에도 근무가 잡히면 출근해야 하고, 친구들과 약속 잡는 게 힘들 때가 많아요. 이 부분은 결국 선택의 문제입니다. 쉬는 날이 많은 대신 공휴일에도 일할 건지, 아니면 남들과 같이 쉴 때 쉬고 일할 때 일할 건지 선택하는 거죠. 현재 저는 교대근무가 아닌 일근을 하고 있는데 체감 상 교대근무가 더 편한 느낌이기는 해요.
두 번째 단점은 연봉이에요. 저희 공사는 공기업에서 연봉이 높은 편이 아니에요. 하지만 저 같은 경우 현재 워라밸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행복하게 재직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시차출퇴근을 하고 있어 08시 출근 17시 퇴근 중인데요. 07시 40분에 출근하면 일찍 와도 할 거 없다며 시간 맞춰 오라고 하고, 17시만 되면 다른 직원분들이 이상한 거 하지 말고 빨리 퇴근하라고 말해주셔서 부담 없이 출퇴근하고 있어요.
Q.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수도권 학교에 비해 외진 곳에 있는 우리 학교는 스펙이나 스터디, 학회를 통한 커리어를 쌓기에는 분명 불리한 점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학우들이 취업에 대한 생각을 빨리 구체화하길 바랍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퇴직으로 공공기관에서 대규모 채용을 하고 있는데 이게 언제까지 유지될 지는 아무도 모르거든요. 또 지금부터 하는 말이 이번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에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달 25일이면 월급 통장에 돈이 딱 맞춰 들어오는 게 얼마나 큰 장점인지 몰라요. 신용등급도 저절로 관리돼서 나중에 집을 마련할 때도 혜택을 받을 수 있죠. 돈이 필요할 때 대출 상담도 편하게 받을 수 있습니다. 퇴근 후에는 실적 압박 없이 자기만의 삶을 계획할 수도 있어요. 운동, 요리, 여행, 게임 등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미뤄왔던 버킷리스트를 실현하기만 하면 돼요. 육아휴직, 어학연수 등 개인적인 사정이나 꿈으로 자리를 오래 비워도 책상이 없어지는 일은 없죠. 은퇴 이후의 삶이 어느 정도 목돈이 형성되어 있을 60대에 찾아온다는 것도 큰 장점이에요. 다만 입사를 위해선 노력해야 합니다. 저는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니라 마음을 계속 다잡기 위해 꾸준히 스터디를 했어요. 또 2년 동안 시중에 나온 문제집은 정말 남김없이 다 풀었고요. 나중에는 책이 없어서 풀었던 문제들을 수차례 반복해서 풀었죠. 후배님들도 열심히 하셔서 좋은 결과 이끌어내길 바랄게요. 모두 파이팅입니다!
취업 문제로 많은 학우들이 고민할 것 같은데요. 저 역시도 취업에 관해 여전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작년에 우리 학교에서 진행한 이태환 (12·경영) 동문의 한국철도공사 취업 특강을 듣고 공기업 또한 생각해보게 됐어요.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진로 설정에도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지금은 한국철도공사뿐만이 아닌 다른 공기업들도 알아보고 준비하고 있어요. 이번 기사를 통해 저 뿐만이 아니라 공기업에 관심이 있던 분, 없던 분 모두 취업 계획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마지막으로 부득이하게 메일 인터뷰로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후배들을 위해 기꺼이 시간 내어 답변해 준 이태환 (12·경영) 동문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학우 여러분들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 조심하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