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크리에이터’라는 직무에 대한 높은 관심도와 비례하여, 개인 SNS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데요. 이로 인해 개인의 콘텐츠가 중요시되고 있어요. 그리고 자신만의 독특한 무언가를 창출해 나가는 예술적 측면에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다양한 개인 작업물이 나오고 있는 요즘, ‘사진’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포토그래퍼 강인기(02·디예) 동문을 연세웹진에서 취재했습니다.
▲ 강남 논현동에 위치한 Bone Studio의 내부
Q. 사진과 연관된 프로젝트 팀을 꾸리게 된 계기
사실 어릴 때부터 사진 찍는 것 자체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아마 대학교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관심이 생겼을 거예요. 고등학교 때 이과 계열에서 공부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학 계열 학과로 입학하게 됐어요. 그 당시 공학 전공 수업과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고, 평소에는 '그라피티 그림(Graffiti art)'을 그리는 것을 취미로 가졌었어요. 그러다가 주변인들의 권유와 조언을 들으면서 개인적으로도 '시각 디자인'에 더 흥미를 가져 전과를 하게 됐어요.
그렇게 시각 디자인학과의 학생으로서 다양한 디자인 수업을 들으며 디자인 체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어요. 또, 그 당시에 '디지털카메라'의 보급과 '프리챌(Freechal:한국에서 운영되었던 포털 사이트이며 현재는 폐쇄된 상태)'의 유행이 맞물리면서 개인적으로 다양한 사진 활동을 하고 지냈었어요. 그러다가 대학교 3학년 때 취미가 맞는 친구들과 함께 '스튜디오를 만들자'라는 생각이 들어, 논현동의 한 교회 지하에서 '셰어 하우스(Share house)' 개념으로 사진을 매개로 한 스튜디오를 시작하게 됐어요. 그 시절에는 모든 게 즐겁고 재밌어서 가구 인테리어도 1달 동안 직접 다 하나하나씩 했던 기억이 나요. 그렇게 대학교 3학년 때 취미와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시작했던 것이 지금의 스튜디오로 완성됐어요.
Q. 스튜디오를 준비하면서 가장 도움이 된 것
아마 사진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무엇보다도 ‘인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되게 뻔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중요도는 무시할 수 없어요. 저는 운이 좋았던 건지는 몰라도 어렸을 때부터 취향이 맞는 친구들과 자주 놀았었어요. 그렇게 취향이 맞는 친구들과 놀다 보면 자연스레 그 친구의 친구 또, 다른 친구의 친구까지 다 알게 되더라고요.
한마디로 취미가 비슷한 친구들을 연속적으로 알게 되면서 자연스레 친목 관계가 형성됐던 거죠. 그런 친구들과 만나면 '너 그 사진 봤어?' '이번에 새로운 주제로 찍더라' 같은 사진 관련된 이야기도 자연스레 공유 됐어요. 함께 사진을 찍으러 다니기도 하고요. 같은 취미를 공유하다 보면 함께 있는 사람들이 곧 인맥이 되더라고요. 물론, 사진 작업의 기술적인 능력도 중요하지만 저는 기술은 누구나 습득 가능할 수 있다 생각해요. 하지만, 인맥은 무조건적으로 내가 원한다 해서 얻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는 자연스럽게 알게 된 ‘취미가 같은 사람’들의 존재가 포토그래퍼를 준비하는 것에 가장 큰 도움이 됐습니다. 사진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서 '최신 트렌트'에 대해서 알게 됐고 그
주제에 대한 의견도 서로 교류하게 됐었죠.
▲ 스튜디오에 진열되어 있는 여러 카메라와 패션 잡지들
Q. 주로 하는 사진 작업에 대한 간단한 소개
주로 '패션'과 관련된 사진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다양한 패션 브랜드들의 이미지들을 '사진과 영상'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해요. 그중에서도 디테일하게 꼽자면 '패션 잡지' 화보 사진 작업을 다루고 있어요. 패션 잡지를 떠올리면 흔히 잡지 속에 보이는 그런 '화보집' 을 떠올리실 텐데요. 이런 화보집을 직접 구상하고 촬영하는 일을 맡고 있죠. 한마디로 각 브랜드마다 가지고 있는 가치들을 사진과 영상으로 사람들에게 확실하게 전달하는 것을 직업으로 갖고 있어요.
Q. 사진 작업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라 하면 아마도 지금 와이프를 만난 게 아닐까 싶네요. 제 와이프를 만나게 된 건 모처럼 '사진 촬영'을 하게 되면서 알게 됐어요. 당시 제 아내는 유럽 브랜드를 마케팅을 하고 있었고, 저는 사진 촬영을 담당하고 있었어요. 작업을 같이 하다 보니까 이런저런 커뮤니케이션도 서로 자주 됐었어요. 그렇게 순조롭게 촬영 작업을 다 마친 뒤에 가졌던 '애프터 파티(After party)'에서 서로 더 가까워진 것 같아요. 그렇게 가까워져서 추후에 따로 만나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됐습니다. 현재 제 와이프는 발레복 브랜드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며, 가끔 제가 발레복 브랜드 화보 촬영을 도와주기도 합니다.
Q. 사진 작업을 하면서 의미 있고, 보람찼던 일
가장 의미 있고 보람찼던 일은 부모님이 저의 직업을 인정해 주신 순간이죠. 사실 국내에서 '포토그래퍼'를 업으로 인정해 준 시기가 그리 길지는 않아요. 1세대가 아직까지도 활발히 활동 중인, 역사가 20년이 채 안 된 짧은 기간에 속해요. 제가 처음 시작했을 시절에는 사람들로부터 더 인정을 받기 힘들었던 직업이었죠. 저희 부모님도 처음에 제가 '사진 작업'을 하겠다 하는 말씀을 듣고 크게 반대하셨고, 또 이런 저를 창피해 하시기도 하셨어요. '밖에 나가 네 직업을 알리지 말아라' '4년제 대학 나와서 사진관을 차리냐' 이런 식의 말들도 들었어요.
그러다가 박지성 축구선수가 아인트호벤 팀에서 활동할 당시에, 제가 네덜란드에 가서 '스포츠 브랜드 광고'를 담당해 찍게 됐어요. 그때 한국에 돌아오면서 박지성 선수가 친필 사인해 준 축구공이나 유니폼을 부모님께 드리며, 제가 하는 일에 대해서 한 번 더 설명해줬어요. 그때부터 저를 인정해주시더라고요. 주변 사람들에게 아들이 이런 작업을 하면서 산다고 직접 자랑하시기도 하더라고요. 그 순간이 저는 가장 보람차고 의미 있었던 순간이었어요.
Q. 사진 작업을 하면서 시행착오나 슬럼프를 겪은 적 그리고, 벗어나는 방법
개인적으로 사진 작업을 11년 동안 하면서 슬럼프 기간이 딱히 없었어요. 제가 하는 일이 지금까지 즐거웠고, 또 앞으로도 즐거울 거라 생각 들어서인지는 몰라도 그런 기간이 없는 것 같아요. 슬럼프라는 특정 기간이라기보다는, 그냥 포토그래퍼로 활동하면서 가끔 매너리즘 (Mannerism :항상 틀에 박힌 일정한 방식이나 태도를 취함으로써 신선미와 독창성을 잃는 일)에 빠질 때가 있긴 하죠. 제가 하는 사진 작업들이 창작 영역이면서 또, 동시에 반복적인 일을 수행하는 것이에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매너리즘에 빠지는 제 모습을 볼 때도 있죠. 그럴 때 저는 전시회나 여행을 가는 방법으로 그 매너리즘 상태에서 벗어나요. 전시회를 가서 새로운 영감을 받기도 하고, 또 여행을 가서 온전히 그 시간에 집중하다 보면 다시 회복이 되더라고요.
Q. 하고 있는 일에 관한 향후 계획
제 개인적인 향후 계획은 '계속적인 발전'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앞서 말했듯이 국내에서 포토그래퍼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아서 아직까진 사진 작업의 길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는 롱런(Long run)의 한국 사진작가들이 드물어요. 20대 포토그래퍼들은 많지만 나이가 더 들면서 점점 사진작가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어요. 거의 사진작가의 나이별 분포도가 피라미드형을 띈다고 봐도 돼요. 이런 국내의 상황과는 달리 외국에는 장기적으로 활동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이처럼 프랑스 파리에 '스튜디오'를 설립하는 것이 제 목표예요. 당장은 이룰 수 없지만, 계속적으로 저는 이 자리에서 사진에 관해 디깅(Digging)하고, 생각할 계획입니다.
▲ 개인 작업대에 앉아있는 강인기 동문
Q.포토그래퍼를 꿈꾸는 미래 디자이너에게 해줄 말
우선 포토그래퍼라는 직업은 개인적으로 한마디로만 단정 짓기 어려운 직업이에요. 요즘 핸드폰 카메라의 발전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개인적인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고, 또 그 사진을 개인 SNS 계정에 쉽게 업로드하는 세상이죠. 이러한 사람들과 본인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파악해서 자신만의 성향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해요. 포토그래퍼라는 것도 일종의 자신의 직업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생계와 연결되죠. 그저 사진 찍기를 좋아하기에 사진작가를 꿈꾸는 것보다는, 자신만의 이미지와 의견을 가져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 즉 크리에이터(Creater)가 돼야 하죠. 그저 사진기를 다룰 줄 아는 기술자에 멈추기보다는, 자신의 의견과 사진간의 예술적 교집합을 찾는 것이 중요해요.
저는 현재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면서, 포토그래퍼와 연관된 직무에 관심을 갖고 있어요. 인터뷰 전에는 사진작가와 관련된 정보들이 아직 디테일하게 잡혀있지 않아서, 많이 혼동이 되기도 했었어요. 하지만 실제로 포토그래퍼로 활동하시는 강인기 동문의 인터뷰를 통해 좀 더 세부적으로 저의 진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저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음에도 어떤 상황에 놓여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계속적으로 생각하고, 개발한 강인기 동문의 행동들이 저에게 큰 자극이 됐어요. 학우 여러분들도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들을 위해 계속적으로 디깅(Digging)하는 사람이 되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