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하기 전 자신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중요합니다. ▲ 자신의 성향, ▲ 자신이 좋아하는 것, ▲ 자신이 잘하는 것 이런 것들을 잘 안다면 자신에게 맞는 회사를 고르기 더 편하죠. 하지만 잘 맞는다고 생각한 업무가 막상 시작하면 안 맞을 때도 있는데요. 이를 위해 인턴을 통해 미리 경험하고 활동해 볼 수 있습니다. 인턴십을 통해 본인의 성향을 파악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정지현(12·영문) 동문을 연세웹진에서 만나봤습니다.
원래 확실한 꿈이 없어 우선 신촌 국제대학원을 가려고 했어요. 국제학부로 지내다 2학년 때 취업을 할지, 국제기구로 갈지에 따라 전공을 정하려고 했죠. 하지만 졸업 후 바로 이어서 공부하기도 힘들었고 투입되는 돈, 시간보다 열정이 높지 않아 고민이 많았어요. 그러던 중 KOICA(이하 코이카) 인턴십 공고를 보게 돼 인턴십을 선택하게 됐어요.
KOICA 가나 인턴십
KOICA는 정부 일자리 사업이에요. 상반기 하반기로 나누어 1년에 총 2번, 100명이 넘는 인턴을 채용하고 각 해외 사무소로 파견하고 있어요. 대체로 국제개발을 전공하거나 이 분야에 관심 있는 대학(원)생들이 현지에 나가 일해 봄으로써 국제기구로 진출하기도 하고 커리어를 쌓기도 해요. 저는 국제개발에 관한 일을 하고 싶어 직무를 파악하기 위해 지원하게 됐어요.
지원서에 대륙별로 3지망을 적어 제출하고 면접을 보는 방식으로 진행돼요. 저는 아프리카에 대한 정보가 적어 잘 모르고 세계에서 제일 빈곤한 나라여서 아프리카 쪽으로 지원해 가나로 가게 됐습니다.
▲ KOICA 사업분야
아무래도 국제개발 쪽 커리어를 생각하는 사람들이어서 정치 외교, 국제개발 관련 학과 또는 언어학과가 많았어요. 하지만 이와 관련 없는 학과를 안 뽑는 건 아니에요! 면접에서 관련된 활동을 한 적이 있는지,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주로 물어보기 때문에 관심이 있고 정말 하고 싶다면 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인턴 외에도 봉사단, 코디네이터 등 다양한 활동을 지원해주기 때문에 만약 국제기구에 관심 있다면 KOICA를 이용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코이카에 있을 때 ‘연수사업’을 담당했어요. 이 사업의 목표는 개발도상국의 공무원들이 한국에 와서 노하우를 배움으로써 자국 발전에 도움이 되고 좋은 영향력을 많이 끼칠 수 있게 함이죠. 여기에는 2년짜리 석사 프로그램에 선발하는 석사연수 프로그램과 2-3주 정도 단기로 파견하는 단기 연수 프로그램이 있어요. 연수 프로그램 공고가 있을 때마다 관련 부처의 주재국 공무원들을 선발하는 일부터 각 연수 프로그램에 합격한 분들의 비자, 항공권 등 파견 준비를 도와주는 일까지 제 업무였습니다.
이외에도 외교부 산하 단체이다 보니 가나 대사관과 협력해 일할 때도 많았어요. 따라서 대사님, 영사님 등과 대화할 기회도 많았죠. 또한, 행사를 직접 기획하기도 해 ▲ 장소 선정, ▲ 행사 식순 제작, ▲ PT 준비 등의 일을 맡기도 했죠.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어서 나와 잘 맞는다는 확신이 없었어요. 이때 직접 경험해봐야 자신과 맞는 성향의 일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음을 깨닫게 됐어요.
HSBC란?
흔히 은행이라고 하면 통장 발급 같은 개인 금융을 생각하실 텐데요. HSBC는 2013년 이후 일반 개인금융 관련 업무는 하지 않고 기업금융으로 은행의 성격이 바뀌었어요. 그 때문에 주 고객 역시 외국인 투자자 위주로 변했죠. 국내 투자자를 도와주는 팀도 있지만 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이나 채권을 투자할 때 거래 결재를 하는 글로벌 수탁은행이에요. 해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에 직접 투자 하는 게 불가능해 외국인 투자등록번호도 발급해주고 이를 통해 거래를 결제하는 업무를 하는 회사죠. 그룹 자체는 영국에 본사가 있으나 홍콩에 제일 먼저 생겨 유럽계이지만 본사는 홍콩에 있습니다.
부서
▲ 글로벌마켓, ▲ HR 인사부, ▲ 리스크관리부, ▲ KYC 고객 정보관리부, ▲ IT부, ▲ 증권관리부가 있어요. 그리고 은행 안에서 증권과 은행으로 나뉘어요. 증권은 거래를 일으키는 업무를 맡고 있어요. 매수, 매도 거래를 실제로 일으키는 거죠. 그리고 은행은 일어난 거래를 처리하고 결제일 날 결제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죠.
저는 증권관리부에서 일하고 있어요. 외국인이 투자하려면 원화가 필요해 손님이 보낸 지시서를 바탕으로 원하시는 시간과 방식으로 환전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이것으로 결제를 진행하죠. 따라서 환전이 주된 업무라고 할 수 있어요.
비전공자인데 힘들지 않았나요?
회사 대부분 사람이 금융학을 전공한 사람들이에요. 저는 경제 쪽 수업보다는 인문, 사회학 수업만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증권거래의 구조를 잘 몰라 업무의 이해도와 거래의 큰 그림을 그리는 능력이 부족했어요. 하지만 입사 후에 직무에 대한 교육을 받아 비전공자여도 보완할 기회가 있어요. 오히려 업무가 다양해 전공의 관련성을 떠나 숫자에 대한 감각이 더 중요한 거 같아요.
영어 사용량
회사 내 외국인 직원 수가 많지 않아요. 한국인이 80%정도라 회사 내에서는 주로 한국어를 많이 사용해요. 그리고 부서마다 다르지만, 외국인과 직접 대화하는 것보다 문서, 이메일로 영어를 접할 기회가 더 많아요. 하지만 글로벌마켓은 투자자들과 만나야 해서 외국어 실력을 많이 요구하는 편이에요.
분위기
팀을 짜서 같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보다 개인적으로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이어서 개인적인 편이에요. 자기 할 일만 끝난다면 퇴근할 수 있는 거죠. 그리고 효율서 있게 일하는 것을 중시해서 오래 일하는 사람을 선호하지 않아요. 야근을 지양하는 편이죠. 회식 역시 1년에 2번 상반기, 하반기 한 번씩만 공식적으로 하는 게 끝이에요. 이 역시 강요하는 분위기는 아니죠.
▲ 인터뷰 중인 정지현 동문
회사의 장단점
효율성을 중시하다 보니 이를 증진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처음에는 시스템 자체가 바뀌는 것이 불편하지만 익숙해지면 확실히 효율성이 높아져 업무처리가 빨라지더라고요. 그리고 사내 소통증진을 위해 설문조사를 자주 해요. 이 결과 중 하나로 직급에서 오는 위화감을 없애기 위해 주소록에서 직급을 빼고 이름만 넣었어요. 최대한 수평적인 분위기를 위해 노력을 하고 있죠.
휴가가 많고 보장해주는 것 역시 장점이에요. 우선 한 달에 한 번 생리휴가를 무조건 써야 해요. 그리고 입사날짜에 따라 다르지만, 코어리브라고 1년에 10일 이상의 휴가를 제공해요. 하지만 업무가 많거나 환전량이 많은 4월에는 딱 하루만 쉴 수 있게 제한하지만 이외에는 휴가를 쓰는데 눈치 볼 일이 없어요. 그리고 육아휴직 역시 마찬가지예요. 회사에 육아휴직하고 돌아와 다시 일하는 워킹맘이 많아요. 그만큼 이런 복지를 보장해주죠.
하지만 회사의 규모가 작다 보니 구내식당이나 휴게시설 같은 기내시설이 잘돼 있지 않다는 단점이 있어요.
빈자리가 나서 필요할 때만 공고를 내는 편이라 공고가 수시로 올라오진 않아요. 저 역시 지인을 통해 공고를 알게 돼 지원했고요. 그리고 정보도 적어서 경쟁률이 높은 편은 아니에요. 그러다 보니 면접을 볼 기회는 많이 주는 편이죠.
채용은 ▲ 이력서 제출, ▲ 필기시험, ▲ 1차 면접, ▲ 2차 면접, ▲ 그룹승인으로 진행됩니다.
이력서는 일반 기업과 양식이 비슷해요. 질문도 ▲ 지원동기, ▲ 그동안의 노력, ▲ 살면서 힘들었던 점같이 기본적인 질문으로 이뤄진 커버레터와 학점을 적어요. 하지만 공기업과 비슷하게 사진은 안 붙이더라고요. 그리고 특이하게 취업결탁을 막기 위해 은행 안에 가족이 있느냐는 질문이 있어요. 또한, 외국계 기업이다 보니 이 모든 내용이 영어로 되어 있고 답변 역시 영어로 적어 제출해야 해요.
회사의 규모가 크지 않아 정량적인 스펙보다 사람들과 잘 어울려서 일할 수 있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스펙과 학점을 높게 요구하지 않아요. 하지만 평균보다 낮다면 불성실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하죠.
서류가 끝나고 1차 면접 전에 필기시험이 있는데 개별적으로 컴퓨터로 한 시간 반 정도 응시해요. 적성을 묻거나 숫자에 대한 감각, 통계에 관한 문제가 나왔어요. 하지만 깊은 지식을 요구하기보단 IQ 테스트 같은 느낌이에요.
면접에서는 직무에 관한 내용보다는 기본적인 것에 대한 질문이 많았어요. ▲ 은행이 무엇인지, ▲ 지원동기, ▲ 인턴십에서 어려웠던 경험, ▲ 성향, ▲ 스트레스 푸는 방식 등의 질문이 나왔죠. 오히려 기본적인 질문이 어렵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룹승인 절차는 ▲ 신상정보, ▲ 성적표, ▲ 졸업증명서, ▲ 추천서 2부를 제출하는 과정이에요. 영국 본사까지 가야 해서 한 달 정도 소요되는 편이에요. 그룹승인까지 나야 최종합격이 확정돼서 면접에서 통과했다 하더라도 입사가 확실시되는 건 아니에요. 그룹승인에서 안 될 수도 있는 거죠.
인턴십이 취직을 준비하는데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보수를 받으면서 일을 하므로 회사에 정식으로 취직하기 전에 직무를 경험할 좋은 기회니까요. 업무에 들어가기 전에 어려운 상황을 많이 마주치면서 자신을 파악할 수 있기도 해요. 이런 다양한 경험과 활동을 해보고 성향을 확실히 파악했으면 좋겠어요.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는 과정은 다 다르지만 부딪혀야 알 수 있다는 정지현 동문의 말은 굉장히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저 역시 아직 잘 맞는 직무를 어떻게 찾아야 하지라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다양한 활동을 알게 돼 뜻깊은 인터뷰였습니다. 학우 여러분은 본인의 성향을 잘 알고계신가요? 아직 모르신다면 직접 경험해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인터뷰해 주신 정지현 동문에게 감사드리며 기사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