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생명과학기술학부 학우들 중 대학교수를 꿈꾸고 있는 분이 계신가요? 생명과학 분야의 교수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그리고 어떤 경험이 도움이 되는지, 그 외에도 많은 것들이 궁금할 것 같습니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생명과학기술학부 동문이며 작년 9월 강원대학교 화학·생화학부 조교수로 임용된 남궁심 교수를 연세 웹진이 만나봤습니다.
교수가 되고자 다짐하게 된 계기나 이유가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교수가 꼭 돼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생의학적 연구(Biomedical research)가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꼭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고, 이를 통해 난치병 환자들을 돕고 싶었어요. 그래서 대학원에 진학했고, 의미 있는 연구를 계속해 나갈 수 있는 여러 가지 길들을 생각했었죠. 이후의 내용은 아래 질문 내용과 많이 중복될 듯하니 거기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교수 임용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학위취득 과정 등)
저는 생명과학기술학부에서 학사를 마친 후, 동일 학부에서 박준수 교수님의 지도를 받아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미국 미시간주 앤아버에 위치한 University of Michigan에서 박사 후 연수 과정을 약 4년 반 동안 거쳤고요. 제가 공부하는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주로 논문과 과제를 실적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이에 집중하였습니다.
저는 궁극적으로 독립적인연구자(Principal Investigator, PI)가 되고 싶었고, 박사 후 연수 과정 3년 차부터 저의 전공에 맞는 자리가 생기는 대로 지원했어요. ▲ 대학교의 전임교원 (교수), ▲ 정부 출연 연구소의 선임급 연구원, ▲ 미국 제약회사의 연구직 등 지원한 부문은 다양했습니다.
학교와 기관마다 세부적인 것은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크게 서류심사-발표심사-최종면접의 절차로 나뉘게 되는데요. 제가 임용된 강원대학교의 경우, 서류심사에 통과한 3~4인이 해당 학과에서 발표심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심사는 시간차를 두고 개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저는 다른 후보들이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었고, 최종 1인에 선정되어 마지막 총장 면접을 본 후에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강원대학교는 제가 연구하기에 충분히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고, 특히 제가 소속된 학과 교수님들께서도 호의와 지원을 아낌없이 주셨기 때문에 큰 고민 없이 마음을 정할 수 있었습니다.
▲ 자연과학대학 화학·생화학부 조교수로 임용되신 남궁심 교수 (오른쪽에서 5번째)
현재 어떤 연구를 진행 중이신가요?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세포가 특정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세포질 내에 RNA(Ribonucleic acid, 핵산의 일종으로 지방, 단백질, 탄수화물과 더불어 생명체를 이루는 주된 물질)와 단백질로 이루어진 임시 세포소기관인 스트레스 그래뉼(Stress Granules)이 형성됩니다. 스트레스 그래뉼의 형성과 조절이 암과 퇴행성 신경 질환 등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에 대한 자세한 기전은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아서 관심을 두고 연구하는 중이에요. 현재 수행 중인 연구는 발암 유전자인 KRAS의 변이 때문에 변형된 스트레스 그래뉼의 기능에 관한 것입니다.
▲ 남궁심 교수님이 진행 중이신 연구
교수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질 혹은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너무 당연하지만, 본인의 전공 분야에 대한 전문가로서의 실력이 있어야 하고 이를 서류상에서 증명할 수 있는 실적들이 있어야 해요. 이는 분야마다 굉장히 상이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성실함과 꾸준함이 꼭 필요할 것이고, 거기에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예의 바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제관계학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국제관계학의 경우, 교수님들께서는 국내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해외 박사 학위(정치학의 경우 미국 학위 선호)를 취득하는 것이 실패 가능성이 낮다고 하시는데, 교수님의 연구 분야이기도 한 시스템 생물학의 경우에는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유리한 국가의 학위 등)
무언가를 일반화시키는 것은 약간 어렵고 위험한 것 같습니다. 저도 교수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저한테는 해당하지 않는 일이 많았거든요. 제 분야로 놓고 이야기하면, 국내에서는 서울의 어느 대학 이상, 그리고 특정 지역에 있는 과학 중심 대학 혹은 미국에서 학위를 받지 않으면 교수 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다수 계셨습니다. 통계적으로 보면 그럴 것 같기도 하네요.
일단 저는 외국에서의 연구 경험이 꼭 필요하고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전반적인 생명과학 분야에서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는 부분은 학벌보다 논문 실적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해당 분야에서 인정받는 저널에 논문을 일정 기간 내에 얼마나 많이 출판했는지가 일단 서류심사에서 가장 크게 작용하죠. 다시 말하면, 학벌이 좋지만, 논문 실적이 좋지 않아서 떨어지는 경우는 많아도, 논문 실적이 출중한데 학위 받은 곳이 명문이 아니라는 이유로 탈락하는 일은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소위 명문 대학은 아무래도 연구 환경과 지원이 좋은 경우가 많고 성숙한 문화가 형성돼 있는 곳이 많아요. 때문에, 같은 실력과 노력이라고 하면 더 좋은 결과물을 얻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익숙하지 않은 환경과 문화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만큼 제 실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수 있을 겁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무엇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정보도 수집하고 고민도 많이 한 후에 본인한테 잘 맞는 것을 찾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특별하게 계획이 있다기보다 당분간은 눈앞에 해야 할 일들을 잘하고 싶습니다. 강의, 연구, 학생지도 일을 주로 하는데 아직은 잘하는 부분보다 서툰 부분들이 많아요. 또한 경험을 쌓고 고민하면서 고쳐나가야 할 부분도 많습니다. 그리고 제 궁극적인 목표이지만, 난치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를 계속해서 하고 싶습니다.
교수가 되고자 하는 학부생들에게 당부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분야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교수가 되기까지는 박사 학위 과정을 거쳐 박사 후 연수 과정까지 거치게 됩니다.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의 젊은 시기가 금방 지나갈 거예요. 아무리 학문에 대한 열정이 있어도 흔들리기 쉽죠. 나는 아직 대학원생인데, 회사에 먼저 취직한 친구들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비교도 많이 될 거고요. 그래도 박사 과정까지는 학위취득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지만, 그 이후에 안정된 직업을 갖기까지는 굉장히 앞이 보이지 않는 뿌연 안개가 가득 끼어있는 것 같아서 불안감을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방황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한정돼 있고, 열심히 일하는 똑똑한 사람들이 셀 수 없이 많거든요.
단순히 교수라는 직업이 그럴듯해 보이고 좋아 보여서 시작하기에는 그 과정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저 또한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교수가 되고 나서 좋은 점도 많지만, 생각보다 힘든 점도 많습니다. 이렇게 말하니까 교수라는 직업이 유달리 힘들어 보이지만, 다른 직업 또한 어려움의 종류만 다를 뿐 정도는 비슷할 거라고 생각해요.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곳에서 일하시라고 말하고 싶어요. 두 가지 모두를 고려해야 해요. 바꿔 말하면, 보기에 좋은 보상을 받는 자리라면 그만큼 어렵고 힘든 일을 해내야 한다는 것도 의미합니다.
학부 시절만큼 고민하고 생각하고 방황하기에 좋은 시간이 없습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고 하는 말이 있어요. 지금의 시절이 있기에 앞으로의 미래가 더 빛이 날 것입니다. 순간 길을 잃은 것 같다고 좌절하지 마십시오. 길을 잃었기 때문에 길을 찾으려고 노력하게 되는 겁니다. 지금 고민과 생각을 끊임없이 하시고, 정답을 결정하신 후에는 그것에 최선을 다하시라고 말하고 싶어요. 모든 것이 합력해서 선을 이루게 될 겁니다.
저는 본인이 하고 싶은 분야에서 좋은 연구 실적과 인품을 갖춘 교수님 밑에서 공부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생각보다 사회는 빠르게 변합니다. 처음에는 정도를 따라가다 보면 그에 맞는 왕도를 볼 수 있을 겁니다.
저 또한 교수를 목표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기사를 기획하고 준비하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어요. 엄청나게 특별한 내용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래도 바라자면 교수라는 꿈을 가지고 있는 생명과학기술학부 학우들, 그 외 다른 모든 학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바쁘신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신 남궁심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