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나요? 과연 내가 생각하는 길이 나에게 맞는 길인지 고민하고 있나요? 그에 대한 대답이 ‘YES’라면 일단 부딪혀보면 됩니다. 무엇이든 직접 경험해봐야 자신에게 어울리는지 알 수 있는 법입니다. 오늘은 경험해보기를 두려워하는 학생들을 위하여 진로에 대한 막연한 생각이 현실로 이루어진 반기문 센터 인턴십 참가자를 만나봤습니다.
Q. 반기문 세계시민센터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시겠어요?
반기문 세계시민센터(이하 반기문 센터)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위치한 NGO 성격의 준국제기구입니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과 하인츠 피셔 전 오스트리아 대통령이 2018년 1월 함께 개원을 해 공동 의장을 맡고 있는 곳이기도 해요. 반기문 세계시민센터는 여성과 청년의 사회적 참여 기회를 넓히고, 그 과정에서 역량을 강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반기문 센터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4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첫 번째는 리더십(leadership)으로, 세계적인 리더십을 통해 실제로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주관합니다. 그 예시로, 정부에서 정책을 제정할 때 지속가능개발을 그 안에 어떻게 녹여낼 수 있는가에 대한 컨설팅을 해줘요. 이외에 멘토십(mentorship), 펠로우십(fellowship) 등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옹호(advocacy)로, 기후변화나 평화여성청년역량강화 등의 세계적인 공동 목표를 위한 세계 시민들의 행동을 촉진하는 장을 만들어주는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혼모들에 대한 그릇된 편견과 차별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요.
세 번째는 중재(mediation)로,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청년이 미래라고 한 만큼 평화와 안보를 위한 국제적 대화에 청년에게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마지막은 교육(education)으로, 세계시민의식 교육을 통해 지속가능개발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해요. 한국에 본부가 있는 유엔 산하기구인 유네스코 아시아 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APCEIU)와 협력을 해 지역 사회에 변화를 가져오는 프로젝트를 지원합니다. 그리고 세계시민리더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장학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종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이렇게 네 가지 주제로 프로젝트를 나누었지만, 한 주제의 프로젝트마다 그 안에서 진행하는 여러 가지의 프로젝트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반기문 센터 내부에서 회의를 진행하는 장면
Q. 반기문 센터 인턴십 프로그램을 지원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중학생 때부터 UN 혹은 국제기구에 대한 관심은 많았지만 저에게는 아주 먼 이야기로 느껴졌어요. 그러나 반기문 센터 인턴십 프로그램(이하 인턴십 프로그램)을 지원하며 그 관심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저는 인턴십 프로그램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는데, 2019년 2학기 때 수강한 글로벌 행정학 수업의 교수님께서 학생들에게 인턴십 프로그램에 대한 메일을 보내주셔서 알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관심, 그리고 꿈이 현실로 다가와 열정이 생겼어요. 인턴십 프로그램을 나가기 전까지는 한 번도 외국에 나가본 적이 없었는데, 국제적 도시인 비엔나에서 인턴으로 생활하며 견문을 넓히고 경험을 쌓고 싶다는 게 가장 큰 목표였습니다.
Q. 서류제출부터 면접까지의 과정을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서류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만만치 않았습니다. 지원서의 자기소개서 문항이 간단한 편에 속했지만, 오히려 간단해서 너무 어려웠어요. 왜냐하면 간단한 문서 안에 제 자신을 100% 보여줄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죠. 방학 동안 어딜 가든 노트북을 들고 다니면서 계속 자기소개서를 작성했습니다. 각 항목의 의도를 파악해 반기문 센터에서 원하는 경험이나 자질을 소유하고 있음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작성하려고 했습니다. 메일을 보내주셨던 교수님께 자문하면서 여러 번 수정하는 과정을 거친 후 마침내 서류를 제출할 수 있었어요. 서류합격발표가 한국 시각으로 새벽에 메일로 오도록 예정되어있어서 밤잠을 설치면서 확인을 해야 했지만 최종적으로 합격 메일이 와 있었습니다.
면접은 개인당 30분씩 영어로 진행됐고, 고정 질문은 하나였습니다. 만약 업무 시간이 지나서까지 해야만 완료할 수 있는 업무를 상사가 부탁한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었어요. 저는 일이 많이 있어 요청하신 기한까지는 못 끝낼 것 같아 다른 사람한테 부탁을 할 수 있을지 사양하겠다고 했습니다. 정해진 답은 없었지만 중요한 포인트는 ‘거절을 할 수 있는가’에 있었어요. 반기문 센터의 분위기가 개방적이며 인원이 적어 상호작용이 잘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거절을 해야 할 상황에서 적절히 거절을 할 수 있는지 보려고 질문한 것이었습니다. 고정 질문을 제외하고는 주로 자기소개서에 적은 내용에 대해 물어보셨어요.
인턴십 프로그램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준비할 것은 두 가지예요. 첫 번째는 반기문 센터와 그에 관련된 지식입니다. 예를 들어 지속가능한 지구의 발전을 위한 국제적인 약속(SDGs)들에 관한 공부를 해야만 해요. 자신이 반기문 센터에 관한 충분한 관심이 있음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영어실력이에요. 비엔나는 기본 언어로 독일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영어를 어느 정도 구사하더라도 생활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또한 반기문 센터에는 여러 나라의 사람이 모여 소통을 해야 하며, 인턴도 대외 업무를 보거나 메일을 보내야 하는 상황도 많이 존재하기에 영어회화는 필수이며, 영어 작문도 완벽하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인턴생활 중에 영어공부를 따로 할 시간을 내기 어려우므로 지원을 하기 전 자신의 영어실력을 점검해봐야만 해요.
Q. 반기문 센터에서 주로 어떤 업무를 맡으셨나요?
반기문 센터에는 ▲ 매니저(manager), ▲ 오피서(officer), ▲ 인턴들이 근로하고 있습니다. 그 중 인턴은 주로 사무실 유지 관리 업무를 맡으며, 한 명을 배정받아 오피서 혹은 커뮤니케이션 오피서(communication officer)를 보조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요. 제가 인턴으로 파견된 지난 학기에는 저를 포함해 총 2명의 학생이 인턴으로 근로를 했습니다. 다른 학생은 프로그램 측면의 지원을 맡았으며, 저는 커뮤니케이션 인턴으로 대외에 기관을 홍보하는 역할을 주로 맡았습니다. 편집툴을 다룰 수 있어서 다양한 홍보물을 만들고, 반기문 센터 홈페이지 디자인을 맡기도 했어요. 이외에도 대외 업무를 나가는 일이 있으면 오피서와 함께 나가 보조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반기문 센터에서는 인턴도 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할 수 있는 등 참여의 기회가 열려있었습니다. 저는 실제로 프로젝트에 의견을 제시해 프로젝트의 방향을 바꾼 적도 있어요. 이에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저의 면접 때 있었습니다. 저는 평소에 ‘미혼모’라는 용어가 피해자 탓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껄끄러웠어요. 왜냐하면 문제는 차별하는 사회적 구조에 있는데, 용어가 여성들이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 지칭하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미혼모라는 단어가 해외에는 따로 존재하지 않아 ‘결혼 못한 엄마들’이라고 직역해서 사용했어요. 그런데 제가 면접을 볼 당시 면접관이 ‘반기문 센터가 고쳤으면 좋겠는 점’에 대해 물어보셨습니다. 그래서 반기문 센터에서 직역해서 사용한 미혼모(unwed mothers)는 적절하지 않아 아이를 홀로 키우는 엄마(stand-alone mothers)로 용어를 바꾸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드렸어요. 면접 때 그렇게 말을 하고 비엔나로 가 보니, 제가 말한 용어로 프로젝트 이름이 변경되었습니다. 이렇게 인턴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곳이 반기문 센터예요.
▲ 직접 디자인한 반기문 센터 홈페이지(bankimooncentre.org)
Q. 인턴십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어려운 점이 있었나요?
같이 일했던 동료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아 업무적으로 특별히 어려움 점은 없었지만, 당시 코로나19가 오스트리아까지 퍼져 어려운 점이 생겼습니다. 비엔나는 작은 수도임에도 불구하고 확진자수가 100의 자리를 유지하는 바람에 3월부터 2개월 동안 자택근무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자택근무는 동료들이 서로 업무를 보며 쉬는 시간이 다르다는 특성이 있어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소통의 어려움이 그 당시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어요.
Q.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얻은 3가지는 무엇인가요?
제가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것들을 총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첫 번째는 자신감입니다. 해외 생활을 하고, 인턴십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다양한 국적의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되었어요. 특히 외국에는 나이에 따른 서열이 없어 나이에 대한 장벽이 사라지며 자신감이 많이 향상되었어요. 또 이전에는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생활은 불안할 것 같다는 걱정이 있었는데, 막상 직접 경험해보니 불안함은 사라지고, 해외를 나가서도 일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두 번째는 세계시민의식이에요. 해외 생활을 하면서 정말 크게 느낀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일상적으로 인권 혹은 시사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자주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비엔나에 있으면서 식사 자리에서 소수자 보호, 유럽연합, 난민 문제 등에 대해 토론을 나누었어요. 이런 대화의 자리를 통해 세계시민의식의 필요성을 느꼈고, 그것을 가지고 한국으로 올 수 있었어요.
마지막은, 실무능력 혹은 부족한 실무능력에 대한 인지입니다. 저는 인턴십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일을 잘 했습니다. 인턴을 경험하며 웬만한 업무는 다 배워왔습니다. 또한 여러 능력이 요구되는 업무를 맡으면서 저에게 부족한 능력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Q. 인턴십 프로그램이 진로에 영향을 준 부분은 무엇인가요?
인턴십 프로그램은 저에게 아주 큰 기회였어요. 이 길이 저에게 맞고, 제가 추구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인턴십 프로그램을 가지 않았더라면 아직까지도 고민하고 있었을 저의 진로문제였을 거예요. 또한 저는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시야가 넓어지고, 관심 영역이 넓어졌습니다. 세계의 여러 나라가 공조해서 하는 업무를 보면서 하나의 문제는 하나의 나라에만 국한되지 않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 예로, 불어오는 황사는 우리나라만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여러 나라가 협력해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죠.
▲ ‘협력’이라는 단어를 강조하기 위한 반기문 센터의 회의 장면
Q. 앞으로의 진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아직 정확히 정해놓은 계획은 없지만 국제기구에서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를 위해서는 국제관계에 대한 공부를 진행하고, 여러 인턴십을 통해 경력을 쌓아야 해요. 국제기구마다 요구하는 활동 경력과 특정한 학업 경력도 있으므로 잘 알아보며 준비를 할 것입니다. 국제기구의 여러 부서 중에서도 갈등을 조절하는 컴플릭트 매니지먼트(conflict management)에서 일을 하고 싶어요. 제가 비엔나에서 생활하면서 여러 갈등 지역에서 오는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그래서 레바논에서 큰 폭발사고가 일어났을 때 그곳에 거주하는 친구의 지인 생사를 걱정해주기도 했죠. 이렇게 갈등은 우리 주위에서 아직까지 많이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에 큰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Q. 인턴십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우들에게 조언 부탁드려요.
인턴십 프로그램은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다음 인턴십이 오기 전까지 자신이 인턴십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준비를 해왔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반기문 센터의 홈페이지에 링크가 있는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APCEIU)에 들어가시면 수강할 수 있는 여러 온라인 코스가 존재합니다. 그 코스를 끝마치면 수료증을 받을 수 있어요. 그 외에도 세계 시민의식 포스터 공모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신이 지금 인턴십 프로그램을 위해 준비할 수 있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해요.
우리는 각자 저마다의 별을 하나씩 가슴에 품고 살아갑니다. 확신의 빛으로 빛나는 별이든, 이제 막 빛이 나기 시작하는 별이든, 별을 갖고 싶다는 소망으로 생긴 별이든 상관없이 각자 다른 별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그 별이 자신의 가슴에서만 빛나고 끝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일단 부딪혀 봐야 합니다. 물음표가 물음표로 끝나지 않기 위해, 물음표가 느낌표로 변하기 위해서는 직접 경험을 해봐야 알 수 있어요. 강한솔(19˙영문) 학우는 우리에게 좋은 본보기가 돼 주었습니다. 해보기도 전에 지레 겁을 먹고 한발자국 물러서면 영원히 뒷걸음질 치는 인생을 살 수밖에 없겠죠. 그런데 조금만 용기를 내서 한발자국 앞으로 나아가면 거기에 따라오는 값진 경험들을 발견하게 되고, 더더욱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물음표가 느낌표로 변할 우리 각자의 꿈을 위하여,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