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시절, 꼭 해봐야 할 경험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1학년일 때 선배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답 중 하나가 ‘해외경험’이었습니다. ▲교환학생, ▲해외여행, ▲어학연수 등의 여러 형태로 해외를 경험할 수 있죠? 저는 그 중 해외에서 일하며 자금을 마련하고, 현지인들을 접해 어학실력도 키우는 일석이조의 ‘워킹 홀리데이’에 대해 알아보고자 해요. 전세계적으로 코로나 이후의 시대를 준비하는 만큼 학생들도 내년의 해외경험 꿈을 갖고 올해부터 차근차근 준비할 수 있기를 바라며, 아름다운 나라 ‘체코’로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 이지윤(17·정통) 학우를 연세웹진에서 만나봤습니다.
Q. 체코로 워킹홀리데이에 지원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제가 대학교에 입학한 후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었어요. 제 2의 사춘기랄까요. 덕분에 저의 인생과 진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는데, 그러던 중 워킹홀리데이의 매력에 반해서 약 1년 동안 지원 준비를 했습니다. 체코라는 나라가 생소하실 거예요. ‘워킹홀리데이’라고 하면 흔히들 호주나 캐나다를 생각하잖아요. 그렇지만 저는 나라를 선택할 때의 1순위가 ‘흔하지 않은 곳’이었어요. 그랬더니 바로 영어권 나라들은 후순위로 밀려났죠. 처음에는 네덜란드를 고려했는데, 체코로 갈 경우의 장점이 아주 커서 체코를 선택했습니다. 체코는 물가가 저렴하고, 외국 회사들이 유럽으로 사업 진출할 경우 유럽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는 체코로 진출하는 회사가 많아요. 처음에는 회사에 지원해볼 계획이었기 때문에 체코어를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영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회사가 많은 체코로 지원한 거죠.
Q. 지원과정이 어떻게 되는지?
대사관에 비자를 신청하려면 서류가 아주 많이 필요해요. 특히 체코는 필요한 서류가 많기로 유명하죠. ▲ 체코 왕복 항공권, ▲ 은행 잔고 증명서, ▲ 6개월 거래 내역서, ▲ 범죄 경력 여부 진술서, ▲ 서약서, ▲ 보험 가입 증명서, ▲ 여권 실물과 사본 1부, ▲ 여권용 증명사진 3매, ▲ 계좌와 연계된 신용카드 사본, ▲ 비자 신청서 등 총 10가지의 서류를 준비해야 합니다. 간략하게 과정을 말씀드리자면, 먼저 대사관에 언제 방문을 희망하는지 메일을 보낸 후 약속을 확정해요. 당일이 되면 준비한 서류를 모두 가지고 가 비자 인터뷰를 합니다. 허가가 되면 2~3개월 후 대사관에 방문해 발급된 비자를 받아요. 더 자세한 지원 과정은 ‘주한 체코 공화국 대사관’ 사이트를 보면 확인하실 수 있답니다. 비자 인터뷰는 개인적으로 체코가 워킹홀리데이로 인기 많은 나라가 아니었기 때문에 쉬운 수준이었다고 생각해요.
Q. 영어 회화 공부를 어떻게 했는지?
저는 외국어 공부를 워낙 좋아해서 스스로 영어 회화 공부를 했어요. 그리고 외국어에 대한 갈망이 결국 워킹홀리데이로 이끌기도 했던 거죠. 영어 회화 공부 방법을 2가지로 말씀드리면 먼저 첫 번째로, 미국 드라마와 외국 영화 시청입니다. 자막이 있더라도 자막과 들리는 영어 표현에 집중하면 영어 회화 공부에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두 번째로, 외국인 친구를 사귀는 것입니다. 우리 학교에 교내 프로그램(▲ 교환학생, ▲ Peer Tutor, ▲ 버디버디, ▲ 글로벌 빌리지 프로그램 등)도 있고, 요즘에는 어플로 외국인 친구를 사귈 기회가 많아졌잖아요? 실제로 교환학생 친구를 약 6개월 동안 자주 만나면서 영어 회화 실력이 크게 향상했음을 느꼈습니다.
Q. 어떤 일을 주로 했는지?
사실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기 한 달 전부터 일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체코에 도착해 회사부터 시작해서 구직 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일을 찾아봤어요. 영문 이력 작성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꿋꿋이 많은 곳에 지원을 했죠. 한 달 동안 계속 지원을 했지만 아무 곳에서도 합격하지 못해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것저것 해본 경험이 많았기 때문에 일을 구하는 것에 대해 자신감이 충만했던 반면, 체코에서는 발휘되지 못했죠.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습니다. 결국 회사 지원은 그만하고, 서비스직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2가지 방법으로 일거리를 구하기 시작했어요. 첫째, 구글맵에 있는 주변의 모든 카페나 음식점 메일로 저의 이력서와 함께 사람이 필요하면 연락 주시기를 바란다고 적어서 보냈어요. 덕분에 면접도 꽤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둘째, 무작정 가게로 들어가 사람을 구하는지 물어봤어요. 결국 프라하 성 안의 기념품 샵에서 4개월 동안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처음 면접 봤던 캔디샵
Q. 숙소는 어떻게 구했는지?
초기에는 에어비앤비(Airbnb)에서 숙소를 구했어요. 그 후에는 부동산 사이트, 그리고 페이스북을 이용해서 숙소를 구했습니다. 부동산 사이트는 복비(중개 수수료)를 많이 받아요. 월세가 100만원이면 복비도 그에 동일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프라하의 숙소 직접 거래를 찾아 숙소를 보러 다녔어요. 만약 프라하에서 숙소를 구하신다면 프라하 중심부는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어느 정도 떨어진 곳에서 숙소를 구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Q. 언어 적응은 어떻게 했는지?
영어회화를 꾸준히 공부했기 때문에 체코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제가 일했던 프라하 성 자체가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으로 가득했기 때문에 거의 영어만을 사용했죠. 그렇기 때문에 제가 이 일을 할 수 있었던 거였을 겁니다. 만약 프라하 성에서도 체코어를 사용해야 한다면 저는 일을 구할 수 없었을 거예요. 체코어는 따로 공부하지는 않되 간단한 용어나 표현은 조금 배웠습니다.
Q. 금전적인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는지?
사실 허리띠를 조이면서 살았죠. 외식을 거의 하지 않았어요. 외식을 하면 어느나라에서든 마찬가지로 비용이 많이 들잖아요. 참고로 외식 비용은 체코와 우리나라가 비슷합니다. 그러나 체코의 마트에서 사는 식재료들은 우리나라의 반값도 되지 않아요. 재료를 사서 직접 만들어 먹으면 훨씬 저렴하게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누가 한국인 아니랄까봐 한인마트에 가서 고추장, 간장 같은 것들을 자주 구입했고, 한식을 만들어 먹었어요. 참고로 체코에 가면 개인적으로 체코식 족발보다 ‘스피치코바’라고 평범하게 생겼지만 맛은 비범한 음식을 꼭 한 번 맛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 숙소로 머물렀던 빌라
Q. 힘든 점은 없었는지?
구직활동과 부족한 체코어 실력 때문에 힘든 점은 있었어요. 그러나 체코 자체는 아름다운 도시에 물가도 저렴해서 구직과 체코어의 힘듦을 잊을 수 있었습니다. ‘프라하 한 달 살기’를 사람들이 왜 많이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특히 여행한 다른 유럽의 나라들과 비교하니 체코가 살기 좋은 곳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다른 곳에서 경험한 인종차별과 소매치기, 그리고 충격적이었던 길거리 쓰레기를 체코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답니다. 또한 처음에 체코 사람들이 무뚝뚝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숙소인 빌라의 엘리베이터에서 먼저 인사해주고, 일자리 구하러 들어가면 다른 곳에서라도 일자리를 구할 수 있게 적극적으로 체코인들께서 도와주셔서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어요.
Q. 체코 워킹홀리데이에서 가장 좋았던 점 3가지는?
첫째로, 현실감각을 깨우치게 되었어요. 사실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기 전에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많았습니다. 덕분에 패기 있게 연고도 없는 나라로 떠났지만, 그곳에서 저는 그 나라 말도 하지 못하고, 그 나라 학교 출신도 아니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마치 우리나라 사람들도 체코에서 좋은 학교가 어디인지 모르는 것처럼요. 일거리를 구하기 위해 굉장히 노력했지만 구해지지 않아 외국에서 제 자신의 위치에 대한 감각을 얻게 되었습니다.
둘째로, 절대적인 미보다 개인의 개성을 중시하는 환경이 좋았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패션 감각이 좋습니다. 외국인들도 우리나라에 오면 사람들의 패션을 보고 놀란다고 하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외모에 신경을 쓰고,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한민족이 모여 살다보니 외모에 대한 기준도 명확한 편입니다. 그러나 체코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은 환경이 아니다보니 여러 사람에 대한 미를 폭넓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제가 경험한 체코에서는 겨울에 반바지를 입는 등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기가 입고 싶은 걸 입더라고요. 덕분에 개인의 개성이 잘 드러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영어 회화 실력의 향상이에요. 어학 공부는 해당 언어에 대한 노출량이 많은 게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아무리 한국에서 영어 회화 학원을 다녀도 일상생활에서는 다시 한국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드라마틱한 실력 향상을 기대하기 힘들어요. 저는 체코에서 영어 회화 공부를 위해 일상생활에서 자꾸 들으려고 했습니다. 일부러 영화관을 가서 영어권 영화를 끝까지 집중해서 보기도 했죠. 덕분에 워킹 홀리데이를 다녀온 후 치른 영어 시험에서 좋은 성적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가장 근접하게는,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갈 준비를 하고 있어요. 교환학생을 가기 전까지는 휴학을 할 계획입니다. 또한 저의 전공인 정보통계학을 살려서 요즘 세계에서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IT 쪽으로 취업을 생각하고 있어요. 워킹홀리데이 경험을 해보니까 해외 취업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 곳에서 살고 싶지 않기 때문에 영어권 뿐만 아니라 유럽 혹은 아시아와 같은 제2 외국어권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도 가지고 있어요.
▲ 프라하 성에서
Q.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우리나라가 효율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잖아요. 그런데 저는 ‘효율적’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아요. 저는 현재 3학년 2학기를 다닐 나이가 아니고 친구들도 졸업을 다 했습니다. 효율을 따지면 휴학이든 워킹홀리데이든 그 기간을 줄이고 졸업을 해야 해요. 그렇지만 교환학생 자체도 대학생 때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이고, 그 전까지의 휴학 기간에 교환학생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동시에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고 싶어요. 보통 ‘그 나이에 해야할 것’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이런 저의 생각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나의 인생은 다른 사람이 살아줄 수 없는 온전한 나만의 것이에요. 그리고 20대 때 할 수 있는 것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20대 때 하고 싶은 것은 다 해보라고 전하고 싶어요.
저도 예전부터 막연하게 ‘해외경험을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하지만 작년 초에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예정되었던 해외 일정이 취소되던 주변인들을 보고 생각을 접었습니다. 지금에서야 조금씩 회복의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며 다시 해외경험, 그 중에서도 특히 ‘워킹 홀리데이’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분명 대학생 시기의 다양한 경험은 세상을 보는 눈을 훨씬 넓혀주고, 자신을 알아가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겁니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하지 않으면 내년에 기회가 주어졌을 때, 기회는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릴지도 몰라요. 저도 지금 당장 어학 공부를 하러 가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