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의 붉은색 십자가 표시가 단지 헌혈만 하는 장소라고 생각하나요? 저 또한 헌혈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이곳은 ‘대한적십자사’로, 국내는 물론 범국가적인 문제까지도 해결하기 위해 최전선에 나아가 임무를 수행하는 공기업입니다. 어쩌면 공기업의 사전적 의미와 가장 부합한다고 생각해요. 이처럼 헌신적인 대한적십자사에서 현장실습 경험을 통해 인도적 지원 사업과 공기업의 업무를 배웠던 유영랑(18·글행) 학우를 만나봤습니다.
대한적십자사란 어떤 기업인가요?
대한적십자사는 ▲ 재난구호, ▲ 공공의료, ▲ 남북교류, ▲ 혈액 등의 사업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인도주의 공기업입니다. 특히 남북교류에서는 이산가족 상봉 업무도 맡고 있어요. 또한 현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코로나 팬데믹 사태에도 힘을 쓰고 ▲ 강원도 산불피해, ▲ 포항 지진, ▲ 6.25 피난민, ▲ 4.19 혁명과 5.18 민주화 운동 등 각종 대규모 문제에 대한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단순히 봉사의 개념보다는 기획과 개발을 통해 어떻게 하면 지원 사업을 더욱 효율적으로 시행할 수 있을지 노력하는 기업이라고 생각해요.
대한적십자사를 지원한 이유
글로벌행정학과 학도로서 전공을 살리며 실습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고민을 해봤습니다. 원주 소재 공기업들을 살펴보던 중 대한적십자사가 국제기구임과 동시에 공공기관임을 알게 됐습니다. 범국가적인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국제협력과 공공기관의 행정 절차도 함께 배울 수 있다는 것에 관심이 갔어요. 또한 3학년 2학기 때 들었던 ‘인권 및 분쟁과 갈등해결’ 수업에서 인권 관련 레포트를 작성하며 국제인권법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즉, 인간에 대한 기본적 권리와 개선에 관한 것들이 어떻게 시행되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마침 대한적십자사 현장실습 지원부서가 인도법연구소였고 국제인권법을 다루는 업무를 한다고 들어 지원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지원 절차
지원 절차는 정말 간단합니다. 3단계로 절차를 설명하자면 먼저 1단계는 링크사업단 홈페이지를 통해 현장실습 참여기업 정보를 열람해서 어떤 기업들이 지원 가능한 기업인지 살펴봐야 해요. 모든 기업들에 지원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2단계는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고 흥미를 느꼈던 기업들을 우선순위로 정렬하는 것입니다. 1지망에서 3지망까지 지원을 정할 수 있어서 우선순위의 선정이 꼭 필요해요. 마지막 3단계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서식에 맞게 작성하여 제출합니다. 이처럼 3단계를 거쳐 본인이 원하는 기업에서 현장실습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기업에서 직접 선발하는 경우가 있고 학교를 거쳐 선발하는 기업이 있는데 이것은 원하는 기업의 공지사항을 잘 살펴보고 지원해야 합니다. 여러분들도 전략적으로 지망 순위를 배치하여 가고 싶은 기업에 합격하기를 바랍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합격 요점
글로벌 행정학과라는 전공이 플러스 요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행정학과 안에는 국제개발 트랙이 있어요. 행정에 국한된 내용이 아닌 국제 인도법과 인도주의 활동에 대해서 배우기도 하기 때문에 대한적십자사 인도법연구소에서 담당하는 인도적 지원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합격 후 팀장님께서 ‘우리가 하는 업무와 글로벌 행정학과에서 배우는 업무가 유사하다’라고 하며 학과에 대한 이점이 존재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부서로 배정을 받았나요?
대한적십자사 인도법연구소 부서에 배정을 받아 실습하였습니다. 부서가 연구소라서 의아한 분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해요. 이름만 연구소이고 다른 공기업 사무실과 똑같은 환경입니다. 부서의 업무는 ▲ 적십자 표장 보호, ▲ 학술 세미나 개최, ▲ 논문 지원 사업, ▲ 국제적십자 운동 교육 등 적십자사의 정신을 고취하고 학문적인 부분의 지원을 담당했습니다. 업무 중에서도 ‘적십자 표장 보호’에 대해서 추가로 설명하고 싶어요. 거리를 돌아다니다 약국과 같은 의료기관들을 보면 적십자를 사용하는 곳들이 있습니다. 원래 적십자 표시는 적십자사만이 쓸 수 있는 권한이기 때문에 그것을 보호하고 바로 잡기 위해 캠페인을 진행하는 업무입니다. 이처럼 적십자의 올바른 쓰임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 사무실에서 업무하는 모습
새롭게 배웠던 점
유익한 부분들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2가지가 기억에 남습니다. 먼저 첫 번째는 적십자 표장 관련 온라인 특강 홍보자료를 만든 것입니다. 직접 사업 계획서를 만들고 홍보문구도 구상하며 자료제작을 맡았어요. 이 과정에서 보는 사람이 어떻게 하면 잘 파악할 수 있을까 그리고 흥미를 느끼면서 볼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내가 아닌 타인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자세를 기를 수 있었습니다. 또한 기업에서 제가 담당한 업무가 활용되는 것을 보며 사명감도 느낄 수 있었어요. 두 번째는 영국정부의 국제인도법 자발적 이행보고서 원문을 한국어로 번역하며 일반적인 영단어와 달리 새로운 뜻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Society'는 사회라는 뜻으로 대부분 알고 있었지만, 각국 보고서에는 적십자사를 칭하는 용어로 사용합니다. 이처럼 국제법에서 사용하는 영단어와 문장에 익숙해지며 해석능력도 한층 키울 수 있었어요.
▲ 직접 만든 적십자 표장 보호특강 홍보자료
어려웠던 점
기업의 영어번역과 행정업무가 새롭게 접해보는 분야여서 원활하게 처리할 수 없었어요. 평소 읽어오던 영어문장과 단어가 아니었고 앞서 언급한 'Society'처럼 새로운 뜻을 가진 단어들이 있기 때문에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렸습니다. 물론 아무도 재촉을 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완벽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행정업무에서는 엑셀과 전화응대가 쉽지 않았습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엑셀을 정리하는 것이 아닌 기업의 정해진 양식에 따라 정리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전화응대는 새로운 사람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기에 떨렸습니다. 이 외에도 새로운 환경에서 익숙하지 않은 업무를 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배우는 과정이 재밌었고 그 안에서 배워가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다 보니 극복해낼 수 있었어요.
본인에게 도움이 되었던 점
기관에서 현장실습을 했다는 것 자체가 공공기관 취직을 꿈꾸고 있는 저로서 쉽게 얻을 수 없는 도움이었어요. 특히 공공기관 기획서를 살펴보며 기획서의 만들어지는 과정과 프로그램 시행 이전에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도 파악할 수 있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대학교에서 공부만 하면서는 깨달을 수 없던 점이기 때문이죠. 또한 기업에서 만난 직장 선배들과의 대화가 많았던 것이 진로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학교 선배 그리고 교수님과의 상담은 학업적인 고민이나 생활에 관한 고민을 나누지만 직장 선배와는 실질적인 진로에 대해 고민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진로적인 고민이 많은 학우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되리라 느껴요. 저 또한 고민이 많았고 원하는 직장에서 근무하는 분들을 만나는 기회가 흔치 않기에 만남 자체가 소중했어요. 본인이 도움이 됐다고 느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를 거라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는 학우들도 현장실습의 경험을 통해 다양한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현장실습을 준비하는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
실습을 준비하는 학우와 합격한 학우 그리고 실습을 끝마치는 학우들에게 각각 다른 말을 하고 싶습니다. 실습을 준비하는 학우는 일단 최대한 많은 활동을 했으면 좋겠어요. 기업은 학점뿐 아니라 본인이 경험한 것들에서 의미를 찾았다면 높이 평가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실습에 합격한 학우들에게는 시키지 않아도 부서 안에서 많은 것을 보고 찾아서 하는 ‘적극성’이 필요함을 말하고 싶어요. 모든 이에게 찾아오는 기회가 아니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 것은 시간을 죽이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마지막으로 실습을 끝마치는 학우들에게는 현장에서 만났던 사람들과의 접점을 만들고 관계를 만들어 나아가는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대학생이라는 신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인연이 아니며 배울 수 있는 점이 앞으로 더 많기 때문에 꾸준한 관계 유지가 필요합니다.
대학생에게 실제 기업에서의 업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무실 속 업무에서 작은 것 하나하나 모두 배울 점이 가득하고 새로운 것을 배워나가는 재미도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대한적십자사의 인턴은 다른 공기업보다도 희생정신과 열정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실습이라고 느꼈어요. 연세대 학우들을 위해 본인이 느꼈던 어려움과 극복해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 유영랑(18·글행)학우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기사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