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하는 건 뭘까’ ‘대2병에 걸린 것 같아’ ‘면접, 자소서가 너무 부담스러워’ 다들 한 번쯤 이런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졸업은 가까워져 가는데 막상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고민은 많은데 누구에게 호소해야 할지 막막하셨을 겁니다. 그런데 만약 이런 고민을 전·현직 여성 임원들이 직접 들어준다면 어떨까요? 강원도 내 여대생들을 위한 멘토링이 지난 9월 16일 강릉원주대학교 강릉캠퍼스 교육지원센터에서 열렸는데요. 강릉원주대학교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와 LINC+사업단이 주최 및 주관하는 2017년 드림온(Dream On) 멘토링 현장을 연세웹진이 생생하게 담아왔습니다.
드림온 멘토링 프로그램에서 개인의 타고난 재능을 발견하고, 강점을 발휘하는 '진정한 나’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데요. 학우들은 4명씩 한 그룹이 되어 각 분야의 여성 임원 멘토를 만나 자신의 재능과 롤모델을 찾고 3년 목표를 설정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드림온 멘토링이 끝난 후 학우들의 고민을 들어보는 진로 토크콘서트가 열렸습니다.
▲ 강릉원주대 강릉캠퍼스 교육지원센터(C9)에서 개최된 드림온 멘토링
▲ 점심으로 제공된 런치 박스
진로토크콘서트(이하 토크콘서트)에서 학우들의 진로, 취업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패널에는 ▲ 윤희정 AT커니 전무, ▲ 강수연 오비이랩 전무, ▲ 이지애 삼성생명 부장, ▲ 조현수 강원랜드 팀장이 자리했는데요. 학우 분들의 고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하는 멘토의 마음으로 토크콘서트는 예정시간인 60분을 훌쩍 넘겨 2시간 이상 진행됐습니다.
▲ 왼쪽부터 윤희정 AT커니 전무, 강수연 오비이랩 전무, 이지애 삼성생명 부장, 조현수 강원랜드 팀장
진로 고민
Q. 요즘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해하는 학생들이 많은데요. 어떤 조언을 해주실수 있나요?
(윤희정 AT커니 전무) 며칠 전에, 저희 아이가 5학년이 돼서 수학학원을 보내려고 했어요. 그런데 아이는 ‘학원에 왜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하면서 학원에 가길 거부했어요. 사실, 아이가 좋아하는 게 수학이나 영어가 아니라 곤충, 자연 이런 거였거든요. 그래서 아이가 뉴질랜드에서 열리는 낚시자연캠프를 스스로 알아오고 ‘여기(뉴질랜드) 갔다 오면 수학학원에 가겠다’고 그랬어요. 그런데 낚시자연캠프에 다녀오면 학교를 90일을 연속으로 결석하게 돼서 5학년을 한 번 더 다녀야 하는 문제가 생기는 거에요. 주변 분들에게 정말 많은 조언을 구했지만, 결론은 그랬어요. ‘하고 싶은 거 마음대로 해봐라’
그래서 아이를 뉴질랜드에 보냈어요. 혼자서 비행기 타고 갔어요. 그리고 몇 달 뒤에 아이에게 전화가 왔는데 이 캠프를 더 하고 싶다고 연장해달라고 그러는 거에요.(웃음) 근데 그러면 학교를 한 학년 더 다녀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아이를 설득하니까, 아이가 ‘내 인생이잖아’ 그러더라고요. 남들은 저의 선택이 무모하다고 말했지만, 12주를 또 연장했어요.(웃음)
여러분이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는 모르겠는데 당장은 하고 싶은 게 있을 거에요. 예를 들어, 당장 산책하러 나가거나 혹은 당장 도서관에 가거나. 남들은 조급해하지만 당장 생뚱맞게 하고 싶은 게 있잖아요. 저는 여러분이 하고 싶은 걸 했으면 좋겠어요. 본인들이 하고 싶은 걸 하면 또 하고 싶은게 생길거에요. 그때마다 최선을 다하고 목표를 설정하다보면, 또 다른 목표가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번 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
Q. 한국사람들은 너무 열심히 사는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에 번 아웃(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다가 무기력해지는 상태)이 되기도 하잖아요. 그럴 땐 어떻게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조현수 강원랜드 팀장) 저는 처음에 뚜렷한 목표 없이 강원랜드에 입사했어요. 회사에 들어가고 나서 기존의 회사 사람들의 역량을 따라가기 위해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죠. 그런데 여러 가지 공부를 하고 나를 키워나가려고 하다 보니까 금방 지치더라고요. 제가 처음 카지노 딜러로 일을 시작했을 때, 이 일이 나한테 맞는지 확신이 없어서 2, 3년에 한 번씩 번 아웃이 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걸 어떻게 극복했느냐고 물어보시는데, 저는 그냥 견뎠어요. 무기력해지는 상황에 직면하면 저는 일단 내려놓고 아무것도 안 했어요. 그러고 있으면 ‘아,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런 생각이 들어도 뭔가 하기는 싫었어요. 그래서 강제로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었어요. 예를 들면, 회사에 가기 싫으면 차를 바꿔버려요. ‘차 때문에 이 회사를 버티다 보면 2, 3년 후에 기력이 생기겠지?’ 하고 강제적인 의욕을 만들었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버텨온 것 같아요. 그리고 자꾸 포기하고 싶어도 일단 회사에 다니다 보면 즐거운 일이 생기더라고요. 그게 저의 20여 년간의 직장생활을 이끌어오지 않았을까요? 번 아웃이 오면 일정 기간 쉬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쉬다 보면 뭔가 하고 싶다는 꿈틀거림이 생길 거에요. 작은 거라도 내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을 하다 보면 예전의 의욕적인 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겁니다.
블라인드채용, 면접 tip
Q. 블라인드채용에 관해서 스펙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요. ‘어떤 친구는 스펙이 엄청나게 높은데 계속 떨어지고, 어떤 친구는 학교 공부만 했는데 합격하고’ 이런 점에서 혼란이 많은 것 같아요.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무엇을 갖추었을 때 취업을 잘할 수 있을까요?
(강수연 오비이랩 전무) 재작년에 이화여대 리더십센터에서 멘토링에서 금융권을 희망하는 학생들과 상담을 했었어요. 그런데 희한하게 금융권을 준비하는데 (아직)준비된게 없는 학생을 20명 정도 만났던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정답은 본인이 생각하는 분야가 정해지면 그 분야에 맞는 스펙을 쌓는 거에요. 그런데 막연하게 ‘토익은 몇 점 받아야 해요?’ 이렇게 질문하시더라고요.
그 분야에 대한 공부와 스펙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문과대학을 나왔는데 삼성증권, 삼성생명을 지원했어요. 자격증이나 스펙 하나도 없는 상태로 입사했어요. 그런데 저는 문과대학을 나왔고 제 동료는 다 정경대학을 나왔더라고요. 회사에서 요구하는 역량이 있는데 그에 비해 제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회사에 다니면서 경영대학원에 다니고, 중국으로 파견을 나가기 위해 중국어 공부를 하고, 파견을 가려면 영어를 해야 하니까 영어 공부를 하고...그렇게 저는 상황에 맞춰서 공부했어요.
그런데 지금 대학생으로서는 자신이 가고 싶은 분야를 정하고 거기에 맞는 스펙을 쌓아야 해요. 그리고 면접 볼 때 자신의 경험이나 의지에서 나오는 답변과 영혼 없이 준비된 답변은 정말 다른 것 같아요. 자신이 분야를 정해서 스펙을 쌓으면 면접에서 자신감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윤희정 AT커니 전무) 추가로 면접 때 팁을 드리고 싶어요. 실제로 면접관은 어떤 사람을 뽑고 싶은지 연구를 했는데 첫 번째는 첫인상, 두 번째는 유사성, 세 번째는 남다른 경험을 보고 뽑는다고 해요. 처음에 면접장에 들어왔을 때 면접관을 보고 웃는지 혹은 심각한 표정을 짓는지를 보고요. 그리고 면접관과 같은 ▲ 학교, ▲ 취미, ▲ 가치관 등 유사성이 있는지 보고요. 마지막으로 면접자들의 스펙이 비슷하다면 남들과 다른 경험이 있는 사람을 뽑는다고 하더라고요. 이 세 가지를 기억해두셨다가 면접에서 활용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면, 요새는 회사에 면접 보러 갈 때 안내해주시는 분들이 있잖아요. 아르바이트인 듯 직원인 듯... 그분들도 여러분에게 느끼는 이미지가 있어요. 이미 회사에 들어갈 때부터 평가가 이루어지는 거에요. 그래서 기본적으로 친절하고, 눈 인사하는 걸 주의해주셔야 해요. 그분들도 모이면 한 표가 되거든요.
자소서 tip
Q. 자소서를 쓸 때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리해주세요.
(윤희정 AT커니 전무) 공채 면접 때 주의할 점이 있어요. 첫 번째는 대학생들이 원서를 너무 많이 쓰다 보니까 자소서의 회사명만 바꿔서 내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데 본인이 어쩔 수 없이 넣는 지원서라면 정말 회사 이름만 주의해서 넣어주세요.
두 번째는 자신이 잘하는 게 뭔지 모르고 너무 많은 스펙을 쌓아요. 그런데 이력서를 내실 때는 해당 직종에 필요한 스펙만 쓰세요. 자격증이 수십 개 있다고 해서 수십 개를 다 쓰시면, 리뷰어(면접관)들은 ‘아, 이 사람은 특별히 관심 있는 데가 없네’ ‘열정이 부족하네’ 이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만약에 유통을 원하면 유통에 관계되는 스펙만 쓰시고, 모두 쓰지는 마세요.
세 번째는 매일 출근해야 하는 부서인데 회사의 주소가 우리 집이랑 너무 멀 수가 있어요. 이력서에 주소를 쓸 때 한 번쯤 고민해보세요. 주소를 쓰더라도 ‘이사 가능’이라고 쓸건 지도요.
마지막으로 특별한 경험을 쓰라는 문항에 대부분이 ‘어디서 창업을 했다, 트럭을 열어서 장사했다, 커피숍을 열었다’ 등을 쓰세요. 그런데 남들이 다 쓰는 내용이 90%에요. 10년 동안 너무 많이 봐서 그런 것들이 지금은 전혀 특별하지 않아요. 그래서 자소서를 쓰실 때 설사 그게 사실에 기반을 둔 것일지라도 더는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걸 아셨으면 좋겠어요. 오히려 이제는 가치관을 보는 자소서가 뜨고 있거든요.
▲ 드림온 멘토링을 마치며
토크콘서트가 끝나고 ‘나의 강점 찾기’ 강의를 진행한 박지선 이데에(Idee) 컨설팅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박지선 대표는 사람들이 자신의 강점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목표를 설정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전했습니다.
“제가 외국계 회사에 다녔을 때 강점 진단을 하고 나면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에서는 ‘아, 이거 정말 나네’ 라고 말하는 비율이 80퍼센트가 넘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학생들은 ‘이게 진짜 저인가요?’ ‘이게 나인지 모르겠다’고 대부분 답해요. 심지어 30대, 40대 넘어가셔야 ‘아, 이게 나인 것 같다. 그런데 싫다’라고 하세요.
지금 사회는 본인에 대해서 인식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되고자 열심히 사는 사회인 것 같아요. 우리는 그냥 목표만 이루려고 하고 나에 대해서 돌아보려고 하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장시간 노동해도 성취감보다는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고 못난 나를 꾸짖는 악순환이 생겨요. 약점 기반 사회가 되는 거에요. 그래서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생각을 했죠. 반대로 자신의 강점에 주목하는 거에요. 사람들이 강점진단을 통해 ‘그래서 뭘 해야 할지 알겠어. 방향을 잡았어. 목표를 찾았어.’ 그런 말을 할 때 뿌듯한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드림온 멘토링에 대한 학생들의 소감을 듣고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현실적인 조언을 해줘서 좋았다’, ‘무겁고 막막하게만 느껴졌던 내 고민을 다른 학생들과 나누니까 마음이 편안해졌다’, ‘대2병에 걸려서 학교에서 발 디딜 틈 없이 붕 떠있는 기분이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 조언을 들어서 좋았다’ 등 긍정적인 소감이 많았습니다. 드림온 멘토링 참여가 학생들의 취업 고민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었던 기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만큼 쉽게 풀리지 않는 고민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집에만 있으면 그 불안은 더 커지기 마련이죠. 그런 복잡한 마음을 멘토링을 통해 친구들과 서로 나누고 공감하고 용기를 얻으면서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강점진단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봤는데요. 나를 괴롭히고 도움을 주지 않는 고민은 과감히 버리고, 의욕적이고 건설적으로 나 자신을 바꾸는 고민을 얻어가는 좋은 계기가 됐던 것 같습니다. 이상으로 기사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