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조명 아래 수려한 외모와 지적인 말솜씨를 뽐내는 아나운서는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던 직업일 것입니다. 여전히 여자 대학생 희망 직업 상위에 머물러있는 직업인만큼 경쟁률도 매우 높은 편입니다. 이 엄청난 경쟁을 뚫고 기독교 복음방송과 olleh TV 방송 등에서 아나운서로 활동한 후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으로 다네꽃 플라워룸을 운영 중이신 김지선 프리랜서 아나운서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 기독교 복음방송 메인 앵커 시절
Q. 언제부터 아나운서를 꿈꾸셨는지 궁금합니다.
다른 분들은 뭔가 특별한 계기가 있을 거로 생각해요. 예를 들어 특정 아나운서를 닮고 싶어서라든지 말이죠. 근데 저는 그런 계기보다는 자연스레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꿈꾸게 된 거 같습니다. 일단, 고등학교 때 우연히 방송부를 들어가게 됐어요. 재미난 점이 사실 저는 아나운서가 아닌 엔지니어를 지원했다는 점이죠. 근데 마침 선배가 아나운서 자리가 비었다고 그걸 권유하는 거예요. 엔지니어가 더 하고 싶었지만 뭔가 또 색다를 거 같다는 생각에 아나운서를 맡게 됐죠. 그렇게 방송부 생활을 하다 고3이 됐을 때 자연스레 진로를 아나운서로 결정하게 된 거 같아요.
Q. 아나운서 준비를 할 때 어떤 점이 힘이 드셨나요?
정말이지 아나운서 준비생 중에는 ‘잘난’ 학생들이 정말 많답니다. 뛰어난 외모는 물론이고 학벌과 집안까지 좋은 친구들이 너무 많았어요. 워낙 치열한 분위기이기도 했지만 이렇게 뛰어난 경쟁자들이 많다는 점들이 힘들었죠. 아나운서 준비 스터디나 수험장에서 이런 친구들을 만나면 ‘과연 내가 이들을 제치고 아나운서가 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던 거 같아요.
Q. 그렇다면 현재 언론고시를 준비하고 있을 학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려요!
먼저, 진심으로 이 분야에 꿈이 있는지 생각해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워낙 버티기 힘드니까요. 제가 아나운서 준비생 시절 인연을 맺게 된 멘토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그분은 PBS 평화방송에서 은퇴하신 아나운서이신데, 저를 보자마자 대뜸 “아나운서를 왜 굳이 하고 싶니”라며 저를 말리시는 것 같았어요. 예상치 못한 반응에 잠시 당황했지만 그래도 꼭 하고 싶다고 말씀드리니까 그러면 이 일 이외에도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고 있으라고 하셨죠. 멘토께서 취직하실 때는 그래도 아나운서 등 방송, 언론 관련 일자리가 지금보다는 충분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기본 경쟁률이 몇천 대 일이잖아요. 그러니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겠죠. 왜 이 일을 하고 싶은지, 그리고 진짜 이거 아니면 안 되겠는지 꼭 고민해보세요. 그리고 제 멘토님 말씀처럼 이것 외에도 할 수 있는 일, 대안을 계획해 놓으시라고 당부드립니다.
Q. 결국은 아나운서라는 꿈을 이루셨는데 아나운서의 직업적 매력과 단점이 궁금합니다.
아나운서는 방송의 ‘꽃’이라고 하죠. 이미지가 중요한 만큼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비치는지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점들 때문에 외적으로도 항상 관리하고 신경을 쓰는데, 그만큼 화면에 예쁘게 나오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요. 또, 매번 방송이 끝나면 스스로가 만족스러운지 아닌지 느낄 수 있거든요. 만족감이 느껴지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어요. 이런 매력들 때문에 즐겁게 일한 거 같습니다.
요즘 미투운동이 활발해지고 있죠? 아나운서 분야에도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종종 있습니다. 아나운서라는 직업 특성상 여성들이 많죠. 그리고 지상파같이 큰 방송국보다는 작은 방송국에서 더 많이 발생하기도 하는데요. 상사들이나 임원들에게 성희롱적 발언을 듣기도 하고 때로는 그들이 불쾌한 일을 시키기도 했었습니다. 또, ‘좌절감’을 느껴보기도 했는데 그때는 기자와 아나운서 일을 동행할 때였어요. 취재하고 싶은 아이템이 있어도 직장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맞지 않으면 취재를 중단시키거나 짧은 기사만 실을 수밖에 없답니다.
Q. 아나운서로 활동하다 플로리스트로 새로운 시작을 하셨어요. 그 계기는 무엇일까요?
기독교 방송에서 메인 앵커를 하고 있을 때였는데, 너무 지쳤어요. 분명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너무 감사했지만 계속해서 의문이 들기 시작했죠. ‘내가 지금 행복한가?’부터 시작해서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후배들이 생기면서 언젠가 이 자리를 내주고 뒤에서 그들을 지지하고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에 더욱 고민이 늘기 시작했고요. 그러던 와중에 플라워 원데이 클래스 수업을 들어보게 됐는데, 평상시에는 꽃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수업에서 예쁜 꽃을 직접 보고 만져보는 그 자체로 힐링이 되더라고요. 강사님께서도 칭찬을 많이 해주시니 괜스레 뿌듯해지면서 흥미가 점점 커졌죠. 그래서 결단을 내렸습니다.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아나운서로서의 일은 욕심으로 버텼던 거예요. 이제는 그 욕심을 조금은 내려놓고 잘하는 일을 하자! 라고 결심했습니다. 아, 어렸을 적부터 무언가 만드는 걸 잘했거든요. 이런 제 결정을 들으신 아버지께서는 “꼬마 때부터 그렇게 조물조물 만들 더니...”라고 하시며 웃으셨던 거 같습니다. (웃음)
▲플라워룸에서 직접 작업을 하고 계신 모습
Q. 앞으로 플로리스트로서의 계획이나 목표는요?
처음에는 집에서 작업했었죠. 근데 꽃의 온도나 주변 환경 때문에 다른 공간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래서 현재 소박하지만 아늑한 공간을 찾아 공방을 오픈했어요. 첫 오픈에는 지인들에게 주문이 많이 들어왔어요. 이제는 제법 규모를 키워보고 싶습니다! 주문도 많이 들어오고 클래스에도 오시는 분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현재 플로리스트, 스피치 강사, 그리고 프리랜서 아나운서까지 3가지의 직업을 가지고 계셔요. 이렇듯 요즘은 투잡, 쓰리잡 시대라고 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슬픈 거 같습니다. 조금 더 먼 미래에는 투잡, 쓰리잡을 넘어서 포잡, 파이브잡이 될 수도 있는 거니까요. 저는 이것저것 제가 해보고 싶은 것을 다 해볼 수 있어서 좋았긴 하지만 이런 직업 체계가 필수화된다면 왠지 두려울 거 같기도 하고요. 저는 현재 프리랜서이니까 플로리스트로도 활동할 수 있지만, 직장인이라면 투잡도 어려울 거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Q. 마지막으로 직업 선택을 앞둔 학우들에게 잘하는 일과 재밌는 일(혹은 하고 싶은 일) 중 어느 것을 권해주시겠어요?
제 경우를 빗대어 말하고 싶어요. 저는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아기 때부터 만드는 것을 잘했지만 뭔가 만드는 것이 직업이 되고 일이 되니까 힘이 듭니다. 반면에 저에게 있어 재밌는 일은 방송 쪽이었어요. 잘 하지는 못했죠. 카메라 앞에 서는 데 매번 스트레스 받고 부담감도 너무 컸으니까요. 방송이 있으면 그 전날 잠을 잘 못 자 기복도 심한 편이었거든요. 그런데도 묘한 성취감도 있었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관심 있고 원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고 계속 도전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성취감도 들고 짜릿함도 느낄 정도가 됐죠. 그래서 저는 재밌다고 느끼거나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노력하면 되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후회 없는 게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
졸업을 코앞에 두고 내가 잘하는 일을 해야 할지 아니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 두 가지가 일치하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경우는 흔치 않죠. 그래서 여기저기 조언을 구하고 있었는데요. 그러던 찰나 김지선 아나운서를 만나 명쾌한 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언론인을 꿈꾸는 저로서는 아주 값진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바쁜 시간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인터뷰 요청에 응해주신 김지선 아나운서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