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우 여러분, UX 디자인에 대해 아시나요? UX 디자인이란 ‘사용자 경험 디자인’을 뜻하는데요. 어디든지 사용되기 나름입니다. 예를 들어, 컵 홀더의 경우에도 컵이 차가우니까 안 차갑게 하려고 무언가를 씌우는 것이 UX 디자인에 해당합니다. UX 디자인은 굉장히 흥미로운 업무인데요, 여기 작년 여름부터 일 년간 SAP 코리아에서 UX 디자인 인턴십을 거친 홍익대학교 디지털미디어디자인학과 김소희 인턴을 만나봤습니다.
Q. SAP 코리아(이하 SAP) 인턴십을 알게 된 계기
삼성SDS에서 주최하는 대외활동을 2년 동안 하게 됐어요. 개발자, 디자이너가 함께 팀을 이뤄 한 가지 서비스를 만드는 걸 했는데 정말 재밌었어요. 그때, 삼성SDS에서 선망하는 회사가 SAP였어요. 그리고 아는 언니의 소개로 SAP 인턴십을 접하게 됐죠.
Q. 인턴십에 합격하는 건 힘들지 않았나요?
총 면접을 3번 보고 들어갔어요. 면접 과정은 ▲ 영어면접, ▲ 센터장 면접 그리고 ▲ 디자인 팀원과 인터뷰로 구성돼있어요. (Q. 경쟁률은 어땠나요?) 그때그때 달랐는데, 제가 들어간 이후에는 10:1 정도라고 들었어요. 인턴십 공고가 다른 인턴이 끝나면 채우는 식이어서 정기적으로 뜨진 않지만, 시기만 잘 알면 지원하기는 쉬운 것 같아요. 공고는 회사가 가진 잡포스팅 사이트에서 보거나, 선배들이 공유하는 걸 보고 지원하는 경우가 있어요. (Q. 영어 면접은 어떤가요?) 인턴한테는 기준이 높지 않아서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되는지만 확인하는 수준이에요.
▲ 인터뷰 중인 김소희 인턴
Q. 외국계 회사이다 보니, 면접관 분위기도 다를 것 같아요.
SAP 센터장에 의하면, 면접자들이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가 확실히 보인다고 해요. 한국인 면접관은 질문을 계속 던지는데, 외국인 면접관은 면접자에게 되레 질문을 하라고 해요. 그러면 면접자가 던지는 질문에 대해 평가를 하는거예요. 이 사람이 얼마나 회사에 관심 있는 질문을 하고 있는지, 혹은 의지 없이 그냥 질문하라고 해서 하는건 아닌지 보는거죠. 그게 외국계 기업의 특징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팀이랑 잘 어울릴 사람인지에 대해 판단해요. 면접자의 성격이 보이니까 여기 적응을 잘할 수 있을지, 아니면 혼자서 일할 사람인지 알 수 있는 거죠.
저는 제가 담당하게 될 일이 무엇인지 질문했어요. 그리고 ‘팀을 오랜 시간 지켜봤는데, 거기서 진행했던 행사나 사업을 알고 있으며 지원하고 싶었다’를 어필했죠. 그러면 면접관은 ‘이 사람이 오래전부터 우리 회사에 들어오고 싶었구나’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게 면접 합격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요?
인턴 업무에 대하여
Q. 인턴십 기간에 어떤 업무를 하셨나요?
제가 했던 일이 세 가지인데, ▲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 ▲ 프로젝트를 의뢰받거나, ▲ 회사 내부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 중 첫 번째의 디자인 싱킹이 주 업무였는데요, 이 회사가 기업을 상대로 영업하는 것 중 하나였어요. 디자인 싱킹이란 말 그대로 디자이너가 사고하는 방식 혹은 전략인데요. 상대방 회사가 바꾸고 싶은 부분(기업문화, 제품을 시장에 팔 때 어떻게 팔지 등등)을 디자인 싱킹으로 해결해줍니다.
Q. 저희가 알만한 일이 있을까요?
이 회사는 보안과제들이 많아서 알려 드리긴 힘들어요. 외부에 알리면 안 되는 기술을 의뢰받기 때문이에요. 상대회사는 ▲ SKT, ▲ GS칼텍스, ▲ 홈플러스, ▲ 두산, ▲ 신세계, ▲ 대한항공 등 다양해요.
Q. 일이 많은 편인가요?
일이 확 들어오면 바쁘고, 일이 적으면 쉬는 경우가 많아요. 센터장이 외국인이라 그런지, 특정 기간에는 프로젝트를 안 받아서 쉬는 시간을 만들어주기도 해요. 그리고 인턴은 야근을 안 하게 돼 있기 때문에 정시퇴근을 하면서 자율출퇴근제여서 하루에 일할 시간만 채우면 출퇴근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요.
복지라고 하면 근무 시간 중에 한 시간 정도 회사 1층 헬스장에서 운동할 수 있어요. 그리고 사무실 안에 주방이 있어서 뭔가를 해 먹어도 괜찮아요. 점심에 간단히 샐러드나 볶음밥을 해서 직원들이랑 자주 나눠 먹었어요. 회사가 판교 이외에 다른 데 가면 마사지해주는 사람도 있어서 예약하면 30분 정도 마사지를 받을 수 있대요.
제가 알려 드리고 싶은 게, SAP 본사에 디자인 센터가 있어요. 거기는 고객들을 상대로 행사하는 경우가 많아서 오피스 투어가 가능해요. 회사로 메일을 보내주면 그날 시간이 비는 디자이너가 직접 투어를 해줘요. 디자인 센터 공간을 디자이너들이 다 같이 만들었기 때문에 볼거리도 많고 잘 갖춰 있어요. 시간 되시면 한 번 와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 도곡동에 위치한 SAP 본사, 오피스 투어가 가능하다.
회사 내 분위기
Q. 인턴 업무는 어떤 식으로 진행됐나요?
외국계 기업이라 센터장이 실리콘밸리 출신이에요. 그리고 다른 팀원들도 해외경험이 많고요. 그래서 그런지 자율적인 분위기인데, 누가 누굴 책임져서 일을 주진 않아요. 일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식이죠. 처음에 저는 상사를 찾아가서 도와드릴 일이 있는지 물어보고 작은 일부터 시작했어요. 자잘한 디자인 기획을 혼자 맡는 경우도 있는데, 회사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다들 허락해주는 분위기에요.
Q. 회사 사람들과는 어땠나요?
팀 분위기가 가족 같았어요. 팀원이 15명 정도 있는데 다들 친했죠. 서로 영어이름으로 부르기 때문에 사실 누가 어떤 계급인지 전혀 몰라요. 센터장이 임원급이었는데 이름만 부르다 보니 너무 편하게 장난치고 대화했어요. 그래서 뭔가를 요구할 때 굉장히 편하게 요구할 수 있었죠. ‘출근 시간을 더 당겨도 되느냐’ ‘프로젝트가 힘들어서 하루만 자택 근무를 하겠다’ 등등 자기 상태에 맞게 요구를 할 수 있어요.
Q. 인턴십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점
이 회사에는 디자이너가 많으니까 함께 일하다 보면 사소한 것도 창의적으로 해결하려고 해요. 청소를 해도 ‘어떻게 해야 효율적이고 사용자들이 편하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죠. 모든 일을 1부터 10까지 디자인하고 협업해요. 그리고 일을 하고 나면 하나가 끝나는 게 아니라 좀 더 다르게 해보려고 과정을 바꿔요. 그런 점에서 디자인적인 사고방식과 습관을 많이 길렀죠. 그래서 일이 참 재밌어요. 물론 나쁜 면도 있어요. 아무리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했어도 센터장 마음에 들지 않으면 노력에 상관없이 무산되는 거죠.
특히 좋았던 건 혼자 할 기회를 준다는 거에요. 모든 사원이 동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처음에는 일을 너무 안 줬어요. 처음에는 눈치 보면서 있다가 나중에는 알아서 일을 찾는 거죠. 적응하는데만 2개월 정도 걸렸어요. 첫 달 동안은 아무 일도 안 시켜줘서 뭐해야 할지 상사에게 물어보면 회사에 적응하라고만 했어요. 그래서 두 달 동안 사람들이랑 대화하거나 밥 먹고... 그냥 회사에서 놀았어요(웃음).
Q. 일하면서 좋은 사람을 만난 경험이 있나요?
회사에 일을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하는 분이 있었어요. 그분은 모든 사람을 정말 평등하게 대해줬어요. 사실 인턴한테 큰일을 안 주거든요. 그런데 그분은 ‘한 번 해봐’ 이런 식으로 큰일을 믿고 맡겨줬어요. 그리고 실수하는 부분이 생기면 조언을 해주셨죠. 그분이 제가 빨리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줬던 분이셨어요. 저는 믿어주는 상사가 좋은 상사라고 생각해요. 실수해도 자신이 책임진다는 마인드로... 사실 상사가 책임지는 만큼 저도 책임이 더 커지는 거잖아요. 그래서 일을 많이 배우게 해주는 상사가 좋았어요.
학우 여러분은 어떤 인턴십 경험을 원하시나요? TV에 자주 나오는 틀에 박힌 회사생활, 경직된 분위기 때문에 취업과 진로 고민이 많진 않으셨나요? 인터뷰를 하면서 외국계 기업이 굉장히 매력 있게 느껴졌습니다. SAP의 인프라와 회사 내 자유로운 분위기를 김소희 학우가 여러 차례 강조했는데요. 특히 사원 모두를 동등하게 생각하는 원칙이 새로운 접근방식과 결과를 낳는다고 생각됩니다. 이번 기사를 통해 학우 여러분의 외국계 기업 인턴십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이 조금이나마 해소되는 기회가 됐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