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평생 차 안에서 보낸 시간은 어느 정도일까요? 저는 셀 수 없을만큼 다양한 곳을 다녔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차 안에서 보냈습니다. 그만큼 저에겐 애착이 가는 물건이자 장소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자동차를 타면 주로 내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주변의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는 사람들은 주로 외관을 디자인하는데 초점을 맞추더라고요. 정작 차주는 차 안에만 있는데 말이에요. 저는 여기서 한가지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정말 실무자들도 자동차를 만들 때 외관을 중요하게 생각할까? 어떤 점을 고려하면서 만들까?" 그래서 직접 취재에 나섰습니다. 자동차의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창조하는 자동차 디자이너들을 연세웹진이 만나 봤습니다!
Q. 디자인팀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자동차 디자인은 특수하고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업무라 역할을 나누어 협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디자인 부서는 ▲디자인팀, ▲디지털디자인팀, ▲컬러 앤 트림(color and trim)팀, ▲클레이 모델링팀, ▲TQ(technic quality) 팀 총 5개 부서로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Q. 각 부서의 업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디자인팀은 새로운 컨셉을 제안하고, 그것을 시각화하는 팀입니다. 디지털디자인팀은 디자인팀에서 받은 평면 스케치를 3D렌더링(rendering) 합니다. 입체적 구현과 디지털 데이터화 후 리뷰하는 과정을 담당하는데, 자동차 설계 부서에 보낼 데이터를 만드는 과정이죠. 컬러 앤 트림팀은 다양한 색상 제조, 자동차에 컬러 샘플과 소재를 적용하는 일을 합니다. 클레이 모델링팀은 디자인을 출시하기 전, 클레이로 작은 사이즈부터 1:1 크기까지 제작합니다. 실제로 만들 자동차와 디자인 계획의 오차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요. 마지막으로 TQ팀은 이름처럼 기술적 퀄리티를 평가하는 팀입니다. 사용성과 기술적 결함 유무, 실현 가능성 등을 평가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출시 직전까지 디자인 실현을 하는데 여러 방법으로 점검하고 다듬는 일을 해요.
Q. 각자의 팀이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보이네요. 그럼 각 팀의 협동 능력이 중요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자동차 출시 직전까지 모든 팀이 서로 협동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왜냐하면 각 팀의 디자인 작업이 연계되어 이루어지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모든 작업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쉽게 말해, 디자인 부서 내의 5개 팀은 시작 단계에서부터 마지막 단계까지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차 생산 전까지 디자인을 다듬는 일을 계속 합니다.
▲ 르노삼성 자동차 중앙 연구소 외부 모습
Q. 회사에 처음 들어와서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회사에 대한 공부를 하죠. 자신의 조직과 업무에 따라 트레이닝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조금씩 일을 하기 시작해요. 트레이닝 과정은 회사에서 원하는 디자이너를 만들어 효율적인 업무를 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입니다. 트레이닝은 같은 부서 선배들이 실무 경험과 팁을 알려주고, 기본기를 다지도록 도와줍니다. 보통은 3개월간의 트레이닝을 정식으로 거치지만 우리회사는 다른 회사들보다 실무에 들어가는 시기가 빠릅니다.
Q. 인터뷰 중인 세 분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설명해주세요.
네. 저희는 디지털 디자인팀과 컬러 앤 트림(color and trim)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디자인팀에서는 3D 렌더링(rendering)을 하고, 컬러 앤 트림(color and trim)팀은 디지털 디자인 팀에서 넘긴 3D 작업물에 적절한 컬러 샘플들을 적용하고, 인테리어에 들어갈 소재를 정합니다. 입히기 놀이처럼요. 차를 좀 더 예쁘게 만드는 거죠. 이렇게 말하긴 해도 우리 회사는 타 회사들보다 규모가 작아 잡다하게 모든 일을 같이 하고 있어요.
Q. 자동차는 출시되기까지의 기간이 길다고 들었는데, 미래의 소비자 심리와 시장 유행을 예측하는 방법이 있나요?
자동차는 출시까지 년 단위의 시간이 걸립니다. 시간차에서 오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프랑스 본사(이하 본사)는 디자인 전략팀을 만들어 시장과 소비자 심리를 예측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디자인 부서와 함께 디자인 아이디어를 도출합니다. 먼저, 디자인 전략팀이 예측한 미래 시장과 소비자의 변화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차종과 기능을 기획을 하면, 디자인 부서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디자인 스케치를 합니다. 쉽게 말해서, 디자인 전략팀은 비시각적인 틀을 잡고, 디자인 부서는 시각적으로 구체화시킨다고 할 수 있어요.
이렇게 말하면 디자인 부서는 기획력이 필요 없냐고 질문할 수 있지만 디자인 부서는 디자인 전략팀의 기획을 시각적으로 올바르게 구현해야 해요. 기획력을 키우기 위해 비핸스, 핀터레스트에서 많은 시각 자료를 경험하고, 전시회를 통해 영감을 얻기 위해서 공부한답니다.
▲ 르노삼성자동차 디자인부서에서 디자인한 대표 자동차, SM5.
Q. 회사소속 디자이너와 개인 디자이너의 차이점이 뭘까요?
첫 번째로, 본인이 뭘 디자인하느냐에 따라서 다르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자동차는 개인이 작업하기에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개인 작업이 불가능하죠. 회사 소속 디자이너로 일을 하는 이유입니다. 반대로, 개인 디자이너는 혼자서도 작업이 가능합니다. 작업 과정이 단순하고 기술도 크게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기술과의 연관성 유무에 따라 대학생 때부터 입사를 위한 준비를 하거나 개인 작업을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아요. 두 번째로는 작품에 본인의 스토리를 넣는 것의 유무입니다. 프리랜서는 본인의 스토리를 작품에 투영할 수 있어요. 회사 소속 디자이너는 회사의 스토리를 대신 넣고요. 하지만 공통점도 있는데요. 바로 디자이너의 작업은 고객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프리랜서든 회사 소속이든 아니면 스타 디자이너이든 상관없이 디자인을 할 땐 고객들의 공감을 얻는 것이 필수입니다.
Q. 자동차 디자이너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차가 좋아서요. 저희 다 차를 좋아해서 여기서 일을 하고 있어요. 저(김모세 사원)랑 이선홍 사원은 산업 디자인과를 졸업해서 자동차와 어느 정도 연관이 있었는데 김여령 사원은 산업 디자인 전공자가 아니에요. 학교에서 섬유 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연관성은 없었지만 차가 좋아서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았어요. 자동차 인테리어에 천 소재가 쓰인다는 걸 알고는 혼자 차에 대해 공부했고, 지금 회사에 들어왔죠. 좋아하는 게 확실했기 때문에 전공이 아니어도 어떻게든 차와 관련직을 갖고 싶어서 노력했고 지금은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어 만족스럽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그럼 어떤 분야든지 전공과 상관 없이 일하는게 가능한가요?
예를 들어, 자동차 커리큘럼이 있는 학교에서 공부한 학생과 관련 없는 디자인과를 졸업한 학생이 있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전자를 선호합니다. 하지만 학교가 다는 아니에요. 아까 말했 듯, 김여령사원은 산업 디자인과가 아닌데 자동차 디자이너 일을 하고 있죠. 중요한 건 요즘은 학교 외에도 배울 수 있는 경로가 엄청 다양하다는 거에요. 인터넷만 들어가봐도 전문적이 정보들이 흘러 넘치죠. 꼭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걸 이루기 위해 본인이 무엇을 얼마나 노력했는지가 중요해요. 하고 싶은 걸 찾았다면 그것을 특화시키세요. 포트폴리오도 만들고 혼자서 깊은 공부도 하고 조사도 해보고요. 한마디로, 본인이 열심히하면 뭐든지 가능합니다.
Q. 이 회사에 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김모세 사원: GM에서 1년간 인턴을 했습니다. 디지털 디자인팀에서 실무 경험을 많이 쌓았고요. 학교 다닐 때 공모전 수상 경력이 많아 인턴 경험도 쌓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수상 경력은 자동차 관련이 아니라서 르노의 정식 사원이 되기 위한 결정타는 아니었어요. 산업디자인 관련 상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높게 쳐주지는 않았지만 공모전에 많이 나가보면서 제가 자동차를 좋아한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자동차 회사에 입사하려는 동기가 되었던 것은 확실해요.
이선홍 사원: 가구 회사의 인턴 경험이 있어요. 나중에는 GM에서 인턴을 하면서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실무를 쌓았고요.
김여령 사원: 전공대로 패션 분야에서 다양한 알바를 해보다가 자동차 독학 후 현대 기아에서 인턴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자동차가 어렵고 전문적인 분야이다 보니 실무 경력을 중요하게 보는게 아닌가 싶어요.
Q. 디자이너가 될 친구들에게 한마디씩 해주세요.
김모세 사원: 다른 사람들의 말 한마디에 휘둘리는 건 좋지 못해요. 본인 모습은 본인이 만들어세가요. 자신만의 '맛'을 찾으라는 말이에요. 그런 건 누구에게 배워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밖으로 나와서 전시도 보고 사람도 만나고 좋은 걸 찾아 헤매야 합니다. 대인 관계에 소홀해 자기 세계에 빠지는 걸 조심하세요. 디자이너는 남들이 본인 아이디어에 공감하게 만들어야 하는 게 업인 사람들이에요. 공감을 끌지 못하면 실격입니다. 이건 예술가와 디자이너의 차이에요. 지금부터 사람들과 부대끼며 사람들이 원하는 걸 찾는 연습을 하세요.
이선홍 사원: 좋은 자료는 인터넷에 많아요. 본인 학교가 좋지 않다고 자신감을 잃고 걱정하는 데에 시간을 쏟지 않았으면 합니다. 대신 본인에게 맞는 길을 찾으려 시간을 쓰세요. 그리고 남한테서 본인 인생의 답을 찾으려 하지 마세요. 잘 되기 위해 남처럼 노력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김여령 사원: 본인이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발로 뛰어 직접 경험해 보았으면 좋겠어요. 앉아서 고민만 하고 있다면 당장 밖으로 나와 경험하며 부딪혀 보세요.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공부를 해보았으면 합니다. 디자이너로서 나만의 차별화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과정이거든요.
저도 디자이너와 같은 직업을 가지려 노력하는 학생입니다. 이번에 르노삼성 자동차 소속 디자이너들의 취재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없는 경험들을 들어 보았는데요. 이를 통해 내가 해야 할 일을 소홀히 한 것에 대한 반성도 많이 하게 됐습니다. 그렇지만 깨달은 점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첫 취재라 조금 서투른 점도 있겠지만, 다음에는 더 좋은 기사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