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속담이 있죠. 혼자서는 불가능해 보였던 일도 여러 명이 손을 모으면 가능한 일이 되기도 합니다.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산업디자인과 학우들도 작은 기적을 만들어냈다고 하는데요. 바로 ‘카누 제작 프로젝트’입니다. 협업의 가치를 실현한 과정을 소개하기 위해서 연세웹진이 변서희(17·디예) 학우를 만나봤습니다.
카누 프로젝트의 시작과 목표
카누 프로젝트는 산업디자인학과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학과 교수님께 자문하며 시작됐습니다. 디자인예술학부 채승진 교수님이 전담해주시면서 카누 제작이 구체화 됐어요. 그렇게 창설된 카누 프로젝트가 매년 여름방학마다 열리게 되면서 2019년과 2020년에 저 역시 참가하게 되었죠. 제가 생각하는 카누 프로젝트의 목표는 산업디자인과 학생으로서 한 번쯤 경험해야 하는 거대 오브젝트(object)를 창조하는 것입니다. 큰 오브젝트(object)를 내 손으로 설계하고 생산해보면서 실제 작업에서 필요한 요구사항과 설계요소들을 몸소 느껴볼 수 있습니다. 또한 카누 제작을 통해 학사 과정으로 경험하기 어려운 제작스킬 그리고 팀워크(teamwork) 그 이상의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신청 방법과 대상
특별한 신청 방법은 없습니다. 선발 과정이 까다롭지도 않고요. 매년 진행되는 프로젝트로 원하는 학생들에 한해서 웬만하면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편입니다. 산업디자인과는 교수님 혹은 선배들에게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면서 프로젝트가 시작되기도 하거든요. 본인이 만들고자 하는 목표와 방법만 뚜렷하다면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따라서 연세대학교 디자인예술학부에 재학중인 학생이라면 자격요건은 충분히 갖춘 셈입니다.
카누 만들기 활동의 진행순서
카누는 크게 ‘설계’와 ‘제작’으로 나뉩니다. 보통 설계에 한 달, 제작에 한 달이 소요되는데요. 설계 과정에서는 드로잉으로 틀을 짜고, 실제 모델링과 도면 제작을 마치면 가제작 → 안전성 점검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다음으로는 제작 과정입니다. 대개 카누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아주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간단합니다. 카누제작에는 크게 ▲ dry 작업, ▲ wet 작업이 있습니다. dry 작업을 통해 카누의 전반적인 틀을 잡고 wet 작업을 통해 물체를 완성해 나갑니다. 작업을 시작한 지 3일에서 5일 정도면 얼추 모양이 잡힌 카누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남은 3주 동안은 에폭시(apoxy) 작업과 샌딩(sanding) 작업에 몰두해야 합니다. 에폭시(apoxy) 작업은 먼지나 물기 등을 깨끗이 제거하고 건조한 다음에 표면을 코팅하는 것입니다. 에폭시는 코팅 외에도 접착제의 용도로 쓰이는 경우도 있어요. 샌딩(sanding)은 말 그대로 표면을 부드럽게 다듬어 주는 거예요. 순서로는 복잡하지 않지만 체력적으로 힘들고 지치는 과정이라 많은 학생이 어려워합니다. 저 또한 그랬고요. 하지만 카누는 물 위에서 돌아다니는 물체이기 때문에 안전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힘들어도 모든 작업을 꼼꼼하게 할 수밖에 없죠. 4주 동안 카누를 제작하며 가장 많이 느낀 점은 섬세함의 중요성입니다.
▲ 트레일러 작업 후 모습
프로젝트 중 에피소드를 소개해주세요.
사실 제가 참여한 프로젝트 중에 워낙 덥고 힘들었던 미션이라 마냥 좋은 기억만 있진 않아요. 오히려 잠시 동안이지만 쉬는 시간에 간식 먹고 고단함을 푸는 사소한 순간들이 오히려 떠오르네요. 제일 감격스러웠던 순간을 꼽자면 2019년 카누팀이 제작을 마치고 카누를 직접 물 위에 띄워보는 진수식이에요. 저희가 만든 배를 띄울 때 느껴지는 설렘과 불안, 그리고 자신감이 다른 프로젝트로는 채워지지 않는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팀원들과 함께 고생한 걸 생각하면 서로에게 격려해주고 싶은 마음이 제일 크고요. 본인이 만든 걸 직접 탑승하고 물 위로 나아가는 그 순간이 힘들지만 매년 프로젝트를 참여하는 원동력이라 생각합니다.
▲ 페인트칠 후 건조하는 모습
전시회 후기를 알려주세요.
전시회라는 공간을 통해 저희가 만든 카누를 세상에 보여주는 기회를 얻게 되어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어요. 산업디자인과 학생들은 제품을 어떤 완성도로 만드는지, 얼마나 뛰어난지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니까요.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전시회에서는 물 밖에서 전시된 카누의 모습만 보여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카누는 물 위에 떠있는 모습이 정말 멋진데 최상의 상태를 전시할 수 없다는 게 제작자로써 아쉬울 따름입니다.
▲ 카누 전시회의 전경
이 활동을 추천하는 이유
솔직하게 말하면 아무한테나 카누를 제작하라고 추천하기는 어렵습니다. 방학 중 상당 기간을 이 프로젝트에 쏟아 부어야 하기도 하고 체력적으로 고된 작업이 많다보니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도 꽤 있다고 들었거든요. 한 명이라도 중도에 포기하게 되면 함께 작업하는 팀원이 짊어져야 할 몫이 늘어나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지고 임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은 책임감과 체력만 갖추고 있다면 도전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카누 프로젝트에 참가해서 느끼는 자신감과 뿌듯함은 교내에서는 물론이고 인생에 몇 번 없을 기회입니다. 따라서 연세대학교 디자인예술학부에 재학하면서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싶다면 이런 기회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처음 우리 학교에서 카누를 제작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놀라움이 가신 후에는 거대한 오브젝트를 함께 구현해내는 학우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협업의 사례는 디자인예술학부 학우뿐만 아니라 다른 전공을 가진 학우들도 참고할만한 사항인 것 같습니다. 그동안 불가능할 것 같아서 포기했었다면 이제 마음 맞는 사람들을 모아 실천해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