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들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 합니다. 행복한 삶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과연 우리는 누군가를 수단으로 이용하고 그들의 행복을 짓밟을 권리가 있을까요? 유기견은 매년 8만 마리가 버려지고, 그중 2천 마리는 안락사 됩니다. 그들도 원래는 유기견이 아닌 가족들이 사랑스럽게 부르는 이름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그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편견적인 시각으로, 사회의 무심함으로, 차가운 손길로 그들의 작은 자리조차 만들어주지 않고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진 않나요? 인간에 의해 아픔을 겪은 유기견들을 다시 인간에 의해 치유되어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데도 말이죠. 유기견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 자리를 내어주고 잃어버린 가족과 행복을 찾아주는 기업 노아도그를 소개합니다!
Q. 유기동물 방송국이라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생각하신 건가요?
제가 복돌이라는 유기견을 키우고 있었어요. 한 마리 더 입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유기견 홈페이지에 들어갔는데 입양을 할 의욕이 싹 사라지더라고요. 정말 처참한 광경이었어요. 저는 유기견도 똑같이 사랑받고 다른 애완동물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홈페이지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오직 사람들의 동정심을 자극하기 위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잘못된 전달이 '사람들이 유기견에 선입견을 품는 이유'라고 생각했고, 이것을 바로잡기 위해 유기동물들을 위한 창업을 준비했죠.
Q. 그렇다면 두 대표님은 어떻게 만나시게 된 건가요?
저희는 대학생 때 마케팅 공모전을 준비하다가 만났어요. 서너 번의 공모전을 나갔지만 단 한 번도 상을 받은 적이 없었죠. 그렇지만 이 친구랑은 사람이 참 괜찮아서 인간적인 우정을 나누게 되었고 그 뒤로 쭉 연락했어요.
저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고 있었는데 어느 날 이 친구가 조심스럽게 창업을 제안했어요. 처음에는 고민했지만, 제가 다니던 직장에 앉아서 똑같은 일만 하니까 삶이 참 무료해지더라고요. 색다른 일을 해보고 싶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창업의 취지가 좋아서 뜻 맞는 친구랑 함께하게 됐어요. 지금도 그 선택에 후회하지 않아요.
▲ 시세로니 2기와 한종혁 대표(왼), 김정민 대표(오)
저희는 정부의 투자나 다른 기업의 투자를 받지 않았어요. 그냥 저희 둘이서 생각하고 기획하고 만들었죠.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고 카페에서 회의하고 아이디어를 냈어요. 그러다 저희가 대학생 때 공모전에서 만난 것처럼 대학생 친구들과 함께하자는 의견을 냈고 지금 그들이 시세로니 역할을 해주고 있어요. 시세로니는 프랑스언데, 우리나라로 번역하면 ‘안내자’라는 뜻이죠.
근데, 지원하려면 뭔가 갖추어져야 대학생 친구들이 지원할 거 아니에요. 그땐 회사 홈페이지도 없어서 초록 창에서 아무나 만들 수 있는 모두(modoo) 홈페이지를 이용해서 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1기를 모집할 때는 아무도 지원을 안 하면 어떡하지 하면서 많이 고민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지원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오히려 아무것도 없는 기업에 저희가 생각하는 가치와 마음이 같은 친구들과 함께해서 더욱 힘이 났고 애틋하더라고요.
Q. 정부의 지원이나 도움이나 후원을 받지 않으셨나요?
A. 네. 안 받은 게 아니라 못 받았어요. 저희도 창업아이디어 대회나 스타트업에 많이 도전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어요. 저희뿐만 아니라 동물을 위해 아이디어를 낸 모든 기업이 그랬죠. 정부는 유기동물에 손을 쓰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랍니다. 아직은 인간을 위한 기업들에만 관심을 쏟고 있고 유기동물 시장엔 큰 관심이 없어요. 그게 바로 아직 우리나라가 다른 선진국을 따라가기엔 멀었다고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정부보다는 오히려 기업들이 더 열려있는 편이에요. 기업들은 이 시장이 얼마나 클지 알고 있기도 하고 해외에는 벌써 성공사례가 있으니까 많은 관심을 두고 지켜보면서 지원하고 반응도 호의적이에요.
처음엔 주변 파트너들에게 회사 운영 계획을 말했을 때 다들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며 응원을 해주셨어요. 또 기사가 나갔을 때는 아예 모르시는 분들이 댓글로 좋은 일 한다며 칭찬해주시는 걸 보고 놀랐어요. 사실 저희끼리는 맞는 길이라며 믿고 있었지만, 주변에서 칭찬해주시고 적극적으로 지지를 해주셔서 남들이 보기에도 올바른 길이구나 생각하며 더욱더 힘이 됐습니다.
또 최근에는 리즈(강아지)가 입양이 됐는데 리즈는 심장사상충 3기였었어요. 게다가 일반 사람들이 싫어하는 조건을 다 갖추고 있었죠. 블랙에, 믹스견, 병이 있는데다가 나이까지 많았어요. 사람들은 다 입양이 안 될 거라 생각했죠. 하지만 리즈가 방송을 타고 입양자를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저희 방송을 보신 시청자분이 선뜻 입양하시겠다고 나타나 주셔서 지금 리즈는 새 가족을 만났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 유기견을 위한 수제 간식 만들기 촬영장 모습
4월에 홍대 연트럴 파크에서 유기견 전시회를 열 생각이에요. 유기견 전시회의 큰 틀은 사람에게 사랑받으며 예쁘고 멋진 강아지 사진들을 보여주고 마지막엔 이 강아지들은 사람들에게 버려진 유기견이었다는 내용이에요. 즉, 우리가 바라보는 유기동물은 색안경을 쓴 채 보고 있었지는 않을까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이런 전시회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이후에는 건대 커먼 그라운드에서 입양 축제를 계획하고 있어요. 기존과 다른 입양 방식이죠. 젊은 장소에 맞춰 젊은 분위기를 만들려고 해요. 한강 밤 도깨비 시장처럼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목이 마르면 맥주를 한 잔 마시고, 직접 유기동물을 만날 수 있는 자리, 여러 가지 캠페인 부스와 굿즈 상품들도 기획해서 판매수익으로 유기동물을 위한 기부를 하고 싶어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의 유기동물 인식 개선과 같이 놀 수 있는 자리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또 SkyPetPark 에서 하는 ‘잘살아보시개’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됐어요. 4월 안으로는 대학 내일 잡지에도 소개되고요. 아마도 이런 언론 노출과 축제들은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많이 진행하려 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방송의 타겟층은 10대와 20대이고 누구보다 그들이 확산성이 광범위하고 빠르니까요.
원하는 기업보다는 원하는 사회가 있어요. 입양이 보편화되는 사회, 펫샵이 아닌 서로 입양하는 문화를 누구보다 꿈꾸고 있죠. 그래서 최종적으로 되고 싶은 기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답을 하자면 나중에 노아도그라는 기업이 필요가 없어져서 망했으면 좋겠어요. 그런 기업이 되고 싶어요. 언젠가 마지막 촬영은 “유기동물이 더는 없어서 촬영이 종료되었습니다.” 라며 방송을 끝내고 싶네요. (웃음)
유기견 이야기는 선뜻 잘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가족을 나이가 들어서, 병이 있어서, 말을 듣지 않아서 버릴 수 있을까요? 그런데 왜 동물들은 쉬운 걸까요? 나랑 같은 인간이 아닌 동물이고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라면, 그들은 외국에 온 것처럼 답답하고 생김새가 달라 차별적인 시선을 받는 빡빡한 인간 세상살이에 힘들겠습니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배우죠. 남들을 존중하고 차별하지 말며 똑같이 평등하게 대하라고. 또 우리가 남들에게 원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남들에게 편견어린 시각으로 보이는게 싫다면 우리부터 바꿔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