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 시대가 열리면서 우리에게 제일 먼저 친숙해진 존재는 역시 외국인 직원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전에는 자주 볼 수 없었던 외국인 근로자들은 어느새 우리의 일상 속에 하나둘씩 자리 잡고 있죠. 우리는 근로 중 문제가 생겼을 때 노동청에 문의하면 되지만, 그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은 어디서 도움을 받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연세웹진이 한국외국인력지원센터(이하 센터)의 상담팀에서 근무하시는 이건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 한국외국인력지원센터 상담팀
Q. 한국외국인력지원센터는 어떤 일을 하나요?
이 센터는 ‘외국인 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즉 외고법에 근거해 설립된 곳입니다. 또 이 법에 근거해 만들어진 법이 바로 고용허가제이고요. 현재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대부분이 고용허가제를 이용해 들어와 있는 상태입니다. 이 근로자들을 고용한 사업주들을 지원하는 것이 센터의 설립 목적이자 사업 방향이에요. 구체적으로는 ▲ 외국인 근로자와 사업주를 대상으로 하는 통역과 상담, ▲ 외국인 근로자들의 한국어 교육, ▲ 문화 행사 등의 사업을 진행합니다.
Q. 센터가 특별히 갖는 의미가 있을까요?
아주 많죠. 첫 번째로 센터는 정부 사업을 민간단체에 위탁해서 운영됩니다. 예산은 물론 정부 보조금이고요. 전 세계적으로 이주민 지원 단체 중 정부가 지원하는 단체는 얼마 없습니다. 거의 다 민간 NGO 단체들이죠. 대한민국은 정말 드물게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요. 두 번째는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언어적 지원입니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한국어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업장이나 일상생활에서 상당히 많은 어려움을 겪어요. 근로자들의 차원에서는 센터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는 것이 의미가 있죠. 사업주들의 입장에서도 여러 가지 업무 지시를 할 때나, 사업장의 수칙을 전달할 때나, 단순 언어소통같은 것들이 거의 불가능하니까 저희 센터를 통해 도움을 많이 받아요. 근로자들을 고용했는데 제대로 된 직원 관리가 안 되면 곤란하니까 센터에서 직접 출장을 나가서 통역해 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사업주들이 근로자들을 돌봄에 있어서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습니다.
Q. 우리나라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은 편인가요?
고용허가제를 통해 들어온 근로자들은 동남아에서 약 20만 명, 조선족 동포들이 또 20만 명 정도, 외국 이주민 200만 명 정도 돼요. 이것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죠. 여기에 유학생이나, 미등록 체류자들을 더하면 더 많아요. 사실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근로자들의 수는 고용노동부에서 관리하고 있고, 매년 국무총리실 회의해서 올해는 몇 명을 도입할지 결정하기 때문에, 거의 매년 일정하게 유지되는 편이에요. 일정한 규모의 숫자를 정해서, 외국인 근로자들의 수가 내국인 일자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매년 조절을 합니다. 또, 고용허가제 비자는 1인당 3년으로 제한돼 있고, 연장하더라도 1년 10개월이 한계예요. 그리고 재입국 기회도 딱 한 번밖에 주지 않아서 다 합치면 총 9년 8개월 정도 되죠. 물론 한국에 더 머물 기회가 없는 건 아니지만 바늘구멍 통과하기나 다름없고, 대부분이 본국으로 돌아갑니다. 본국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줘야죠. (웃음)
▲ 상담을 진행하는 모습
Q. 센터에서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계신가요?
저는 상담팀 과장과 태국어 통역원으로 일하고 있어요. 팀마다 개인에게 할당된 사업 분량이 있어요. 내방 1건, 출장 1건 이런 식으로요. 그 분량을 채울 수 있도록 직원들을 독려합니다. 상담팀 언어지원가들 대부분이 이주 여성 출신이라서, 한국어로 된 법령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어려우니까, 변경사항 등을 전달하는 중재 역할도 해요. 또 태국인 근로자들에게 통역 상담 등을 하며 ▲ 체불 임금 문제, ▲ 산재 처리, ▲ 사업장 변경, ▲ 사업주와의 통역과 같은 업무도 도맡아서 하고 있어요.
Q. 어떤 계기로 입사하셨나요?
태국에서 1년 유학한 후, 어렵게 배운 태국어를 잊지 않으려고 애썼어요. 그런 와중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받는 교육에 직원으로 참여하게 됐어요. 그런데 협회 측에서 상담할 땐 아무래도 사장님들 입장에서 상담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근로자들 입장에서 상담하고 싶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할 때쯤, 센터의 상담 팀장님이 면접 권유를 하셔서 근무하게 됐습니다. 근무한 지는 올해로 6년쯤 됐네요.
Q. 센터에서 일하려면 어떤 공부를 해야 할까요?
센터의 주 업무는 상담과 교육이에요. 상담팀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은 대체로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첫 번째는 ▲ 노동법, ▲ 민사, ▲ 형사 관련으로 상담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법학을 공부하신 분들이 입사하는 경우가 많고, 두 번째는 역시 언어를 전공하신 분들이 많죠. 교육 분야는 주로 한국어 교육과 관련해서 공부하신 분들이 많이 하세요. 센터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교육 과정을 다 관리해 주십니다. 나머지 운영, 지원팀은 일반적인 사무직이라 특별한 공부가 따로 필요하진 않아요. 그리고 한국인 직원들이 많을 거라고 예상하겠지만, 사실 결혼 이주여성분들이 많이 근무하세요. 내국인이 언어를 구사하면서 상담팀 관리까지 하는 경우는 전국에 두 명밖에 없다고 합니다.
Q. 센터의 일은 어떤 사람들과 어울릴까요?
반드시 봉사 정신이 있는 사람들이어야 해요. 평소에 외국인 인권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내가 긍휼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 문제나 갈등을 중재하는 것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잘 맞으실 거예요. 보통 근로자와 사업주 사이에서 대화를 중재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서로의 입장이 첨예하게 부딪치니까 갈등 속에서 시달리는 경우가 많죠. 저는 평소에 어떤 직장 다니시냐는 질문을 받을 때 센터에서 상담 일을 한다고 하면 대부분이 “좋은 일 하시네요~”이런 반응을 보이시더라고요.
요즘 많은 대학생이 꿈을 좇아 외국으로 떠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낯선 땅과 사람들 사이에서, 말도 통하지 않는 환경 속에서 막막하고 힘들 것입니다. 이럴 때 주변에서 손을 내밀어 준다면 얼마나 기쁘고 고마울까요? 꿈을 이루기 위해 한국에 온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국에서의 경험을 좋은 추억으로 남기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 주신 한국외국인력지원센터 담당자께 감사드리며 기사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