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에서는 본격적인 봉사를 하기 전, 준비 과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우리 봉사단이 실제로 한 봉사 과정에 대해 알아볼까요?
우리가 방글라데시에서 할 수 있는 봉사는 크게 노력봉사와 교육 봉사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봉사단은 주로 교육 봉사를 하였는데, 우리가 봉사해야할 대부분의 장소에서 ‘기초 수준의 교육은 이루어지고 있으나 많은 예체능 교육을 받아보지 못하였다.’는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언어가 달라 원활한 의사소통이 안 되는 우리로서는 반가운 요청이기도 했기 때문에, 현지의 요청에 따라 열심히 수업을 준비하였습니다. 1월 22일 새벽 6시, 모든 단원들은 인천공항의 집합 장소에 모여서 부푼 마음과 열정을 가진 채 방글라데시로 출발하였습니다. 방글라데시에서 우리가 봉사한 곳은 크게 세 군데(거리학교, 굿네이버스, 뉴질랜드 학교)였습니다.
▲ 거리학교의 아이들과 함께
교육 봉사 전날, 우리 단원들은 더욱 완벽한 수업을 위해 늦은 시간까지 회의하며 날을 지새웠습니다. 장소는 우리 학교의 4배 규모를 자랑하는 자항길 대학 안에 있는 공터에서, 자항길 대학생들이 거리의 아이들에게 교육 봉사를 하던 곳이었습니다. 거리의 아이들은 말 그대로 거리에서 짜(차)를 팔며 생활을 유지하는 아이들로 글자도 모르지만 자기의 나이까지 모르는 이들이 태반이었습니다. 그들을 위해 우리는 예체능 중심의 다양한 수업들을 준비하였고 영어가 통하지 않는 그들과 우리를 위해 자항길 대학 학생들이 통역을 도와주었습니다.
▲ 통역을 도와준 자항길 대학생들과 함께
거리학교에서만 할 수 있는 체육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넓은 공터에서 진행하는 수업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각자가 맡은 아이들과 함께 그룹별로 멀리 떨어져 각자의 수업을 진행하였습니다. 하지만 나중에는 음악을 틀어놓으며 하나로 뭉쳐, 체육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 즐거운 체육수업!
자항길 대학 거리학교에서는 총 이틀 동안 봉사를 하였습니다(사실, 일정 때문에 각각의 봉사 지역에서 아이들과 하루에서 이틀만 함께 보낼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봉사하는 지역은 거리학교를 뺀 대부분의 장소가 학교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자항길 대학의 거리학교에서는 마지막 봉사 때 운동회와 아카라카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 함께라서 더울 신나는 아카라카!
아이들은 이틀이라는 길고도 짧은 시간 동안 정이 많이 들어서인지 꽃을 주기도 하고, 마중 나오기도 하고 배웅하기도 하였습니다. 거의 모든 봉사 장소에서, 헤어짐에 우는 아이들을 보고 단원들의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였습니다.
▲ 꽃을 달아주는 거리학교 아이들
거리학교는 위에서 말한 자항길 대학 뿐만 아니라 하리잔 마을에서도 진행되었습니다. 하리잔 마을은 방글라데시 안에서도 최하위 계층으로 분류되어, 청소하는 등 잡일을 도맡으며 소똥으로 생계를 유지해나가는 사람들이 모여 마을을 이룬 곳이었습니다. 우리 단원들이 방문하자 특별한 사람들이 올 때만 한다는, 꽃을 뿌려주는 축하 의식을 해주었습니다.
▲ 특별한 사람들이 왔을 때 꽃을 뿌려준다는 하리잔 마을의 환영 의식
예정에 없던 봉사 장소라 많은 봉사 단원들이 급하게 새 수업준비를 하며 걱정을 하였지만, 많은 아이들과 지역주민이 같이 하여 하리잔 마을에서의 축제와 같이 느껴진 봉사였습니다. 또한, 한 번도 사진을 찍어보지 못한 이들을 위해, 마을 한 편에 사진 찍어주는 곳을 마련하여 가족사진을 현상해 주기도 하였습니다.
▲ 줄넘기를 하는 아이들
▲ 마을 한 쪽에 임시로 마련된 사진관
▲ 하리잔 마을에서 다같이 한 컷!
이 곳에서는 굿네이버스에서 지은 학교 두 군데에서 봉사를 진행하였습니다. 각각의 장소는 미뿔 지역과 굴산 지역에 있는 미뿔 학교와 굴산 학교였습니다. 굿네이버스 봉사의 경우, 우리가 맨 처음 의도한 학년별 수업을 진행하지 않고, 우리가 각 학년의 교실을 돌아가며 수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열악한 학교의 시설과 교실 부족으로 인해, 오전에는 저학년, 오후에는 고학년이 수업을 듣는 방식이라 실제로 한 아이들과 만날 시간은 반나절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에게 더 좋은 수업을 해주고 싶지만 준비한 수업 수준이 맞지 않아 아쉬웠다는 단원들의 의견이 많았습니다.
▲ 미쁠 학교와 꽃을 들고 우리를 환영하는 아이들
미뿔 학교의 경우, 교실은 작았지만, 거리학교보다는 교육이 잘 되어 있어, 아이들 통제만 잘하면 수업을 진행하기가 쉬웠습니다(거리학교는 장소의 특성상 아이들이 수업 중인데도 마음대로 오고 갈 수 있어 미뿔 학교에서의 통제와는 다른 통제가 필요했습니다.). 한 조의 경우는 물감을 사용하는 수업에서 아이들 통제가 되지 않아, 얼굴이 물감 범벅이 되었고 아이들이 수세미로 단원들의 얼굴을 닦아주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하였습니다.
▲ 물감수업으로 물감 범벅된 얼굴의 아이들
굴산 학교는 다른 봉사 지역과는 달리 걸어서 이동하였습니다. 굴산 학교보다는 교실도 넓었지만, 조금만 움직여도 먼지가 많이 났습니다. 수업을 창문 밖에서 구경하기도 하였고 현지 선생님들도 재밌어하며 구경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교실 수업이 지겨워질 때쯤이면 예정되어 있진 않았지만, 주변 공터로 나가 체육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 굴산 학교 옆 공터에서의 수업
우리가 쉬는 시간에 교실을 습격해 만세 자세를 취하며 '쿠시(즐겁다)!'나 '발로(좋아)!'를 외치거나 '사랑해'를 외치면 아이들은 일심동체가 되어 똑같이 따라 하기도 하였습니다.
▲ 우리를 따라 호응해 주던 예쁜 아이들
뉴질랜드 학교(이하 GEMS)에서도 이틀 동안 봉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아이들이 입구에서부터 일렬로 줄을 서 꽃을 주며 우리를 반겨주던 GEMS는 뉴질랜드 단체에서 운영하는 학교로 동네의 가난한 아이들이 대상이었습니다.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였으며, 뉴질랜드 선생님, 현지인 선생님께서도 계셨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고학년으로 갈수록 영어 실력이 상당하였습니다. 수업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졌으며 많은 서적 및 수업 교재가 구비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전반적으로 학교 내,외부가 잘 정돈되어 있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우리의 의도대로 담당하는 학년으로 수업을 진행 할 수 있었고, 수업의 진행 능력도 늘어서 좀 더 수월하게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미술 시간이 없어 미술 수업을 위주로 준비하기도 하였지만, 예배당의 강당에서 율동 수업도 하였습니다.
▲ 미술 시간에 신난 아이
▲ 모두 신나게 노래에 맞춰 춤을 춰봐요!
▲ 별자리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보며 신기해 하는 아이들
방글라데시는 아직 정치적인 시위가 많이 일어납니다. 봉사 마지막 날, 대규모 시위가 일어날 것이라 예고하였고 봉사지역에 가는 것 자체가 위험한 모험일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시위가 일어나기 전에 모든 단원이 무사히 GEMS에 도착할 수 있었고 수업이 진행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단원과 아이들이 강당에 모여 우리가 준비한 공연을 지켜보았습니다. 공연 전, GEMS를 대표하여서 한 아이가 우리에게 편지를 읽어주었습니다. 시위가 일어나 우리 봉사단이 오기가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여서 모두가 침울해 있었는데, 우리가 무사히 도착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우리에게도 감사하다고 전하였습니다. 사실, 우리 봉사단 내부에서도 위험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사소한 행동에도 웃음 짓고 간절히 기다리던 아이들을 보니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의 편지 낭독을 듣고 많은 단원이 뒤돌아 눈물을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 GEMS를 대표해 편지를 읽어주던 아이
▲ 마지막 공연!
아카라카를 포함한 공연을 마지막으로, GEMS에 도착해 시작한 수업과 봉사활동이 끝났습니다. 단체 사진을 찍으며 봉사 일정을 마무리한 단원들의 얼굴에는 일정이 끝나서인지, 많은 아쉬움이 드러났습니다.
▲ GEMS에서 단체 사진
짧게는 반나절도 안 되는 시간, 길어도 이틀이 안 되는 시간동안 우리는 봉사단이라는 이름을 걸고 갔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아이들에게 따뜻한 마음과 순수함, 그 이상의 것들을 배웠습니다. 우리의 배움은 아이들뿐 아니라 다른 방글라데시 사람들에게서도 계속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