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말, 학생회관 앞에서 진행했던 인재개발원 프로모션 행사를 기억하시나요? 1200여장이 넘는 꿈들이 포스트잇에 쓰여 '연세인의 꿈'이라는 글자를 만들었는데요. 꿈들을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면서, 국과수 입사를 꿈꾸는 학우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특별히 준비했습니다~ 벌써 3번째 공기업 탐방이네요!
대한적십자사와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 아직 이전을 완료하지 않아 서울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던 반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은 이미 이전을 완료한 상태라 원주 본사에서 인터뷰를 할 수 있었습니다. 드라마 속 국과수와 실제 국과수는 어떻게 다른지 무척이나 궁금했었는데요. 지금 만나보시죠!
학교에서 택시를 타고 20여분이 지나자 원주시 반곡동에 위치한 기업혁신도시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모든 기업이 이전하지는 않아 조금 휑한 느낌이 있었는데요. 몇 년 내에 순차적으로 입주를 완료하게 된다고 합니다. 국과수는 이전을 마쳤지만 아직 입주 초기라서 빈 공간이 많이 눈에 띄었어요. 개원식도 아직 하지 않았는데 초대에 흔쾌히 응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또 우리 학교를 졸업하신 생명과학과 02학번 안으리 선배님이 직접 해주신 인터뷰라 더욱 뜻 깊었습니다. 선배님을 따라 들어간 빈 실험실에는 들어가자마자 냉장고 두 대가 보였는데요, 안에 무엇이 들었을까 궁금하던 찰나에 망설임 없이 냉장고 문을 활짝 열어주신 선배님! 후배들이 궁금해 하는 것들은 무엇이든 자세히 말씀해주신 선배님 덕분에, 정말 편하고도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국과수는 범죄수사에서 신뢰성 있는 과학적인 방법으로 신속하고 정확한 감정을 실시하고, 과학수사 지원을 통해 범죄사실 입증, 판증의 근거를 제시해 건전한 사회질서 유지와 국민의 인권보호를 돕고 있습니다. 1950년 설립된 국과수는 2010년에 연구소에서 '원'으로 승격되었고, 올해 원주에 자리 잡게 되었어요. ▲ 법의학부, ▲ 법과학부, ▲ 유전자감식센터로 구성되어 있고 법의학부는 법의학과, 범죄심리과, 문서영상과로 또 나누어집니다. 법과학부에는 약독물과, 마약분석과, 화학분석과, 물리분석과, 교통공학과가 속해 있고요.
선배님은 어떤 일을 하시나요?
저는 현재 법유전자과의 법생물연구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연구실 배정은 입사 후 인력이 필요한 곳으로 배정됩니다. 맨 처음 들어왔을 땐 성폭력 전담실에 있었는데, 6개월 정도 근무한 후 다른 연구실로 옮기게 되었죠.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거예요. 지금은 동·식물, 미생물의 종을 식별하고 불상변사자나 신원을 알 수 없는 변사체들의 DNA신원확인정보를 채취·분석합니다. 이후 실종자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유가족 일치 여부를 확인하고 있죠. 박근혜 정부의 4대악 추방정책 중, 부정식품에 관련한 의뢰들도 처리하고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경찰을 통해 들어온 일들을 처리합니다. 폭력, 절도, 살인, 성폭행 외에도 저희가 처리하는 주요 사건이 11가지가 있는데, 이들 사건의 감정물에서 나온 DNA신원확인정보는 모두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사실 공고가 자주 나는 편은 아니에요. 최근 2010년, 2011년에 공고가 있었는데, 그 두 해 동안 총 33명이 채용됐어요. 이례적인 일이었죠. 그 때 속칭 DB법(DNA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 통과되어 우리나라도 다른 선진국들에 이어 ▲ 사건 현장, ▲ 구속 피의자, ▲ 수형인들의 DNA신원확인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하여 체계적으로 관리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법안이 통과됨으로 인해 저희 법유전자과의 필요 정원이 늘어나게 되었죠. 덕분에 제가 입사할 수 있었구요. 2011년 제가 입사할 당시 정확한 경쟁률은 알 수 없지만, 당시 서류에만 천 명 단위로 지원했던 것으로 들었습니다. 국과수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 같아요. 보통 각 과마다 서너 명 정도, 소수의 인원을 선발하고 관련전공의 석사학위 이상을 필수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관련 분야에서 직무 경력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돼요. 우선 우리 과는 업무의 특성상 생물학의 여러 분야를 전공하신 분들이 많이 들어오신 것 같습니다. 국과수에는 저희 법유전자과뿐 아니라 다른 여러 과 들이 있으니 그 과에 부합하는 학문들을 전공하신다면 지원할 수 있습니다. 참! 석사 이상의 학위는 다른 과들도 마찬가지로 필수 조건이구요.
선배님은 어떻게 입사하게 되셨나요?
저는 석사 과정을 마치고 국립 암센터에서 2년 정도 근무하던 중, 우연히 국과수 채용 공고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취업이 굉장히 어렵잖아요.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바뀌었을 땐 많이 기뻤습니다. 그것도 합격자 발표를 보는데 맨 마지막에 제 이름이 있었어요. 합격자 발표 화면의 스크롤을 내리며 긴장했던 그 순간이 잊히지가 않네요. 본인의 스펙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여겨지는 사소한 것이라도 무엇이든 차곡차곡 쌓아놓으면 기회가 왔을 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암센터에서 공동저자로 나간 몇 편의 논문들이 입사에 적잖게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그땐 "'제 1저자'도 아닌데 이런 게 내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되겠어"라고 생각했거든요.
대학원 진학은 본래 어떤 이유로 가신 건가요?
저는 본래 과학자가 꿈이었어요.(웃음) 중·고등학교 때부터 생물이라는 학문이 좋았고, 연구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흥미진진해 보였어요. 또한 제 전공을 살린 직장에서 일하고 싶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전공을 살려 일하려면 석사 이상의 학위가 필요했죠. 그래서 대학원에 진학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사실 취업의 목적으로 들어갔다고 볼 수 있어요. 가뜩이나 요즘 대학들이 취업학원이다 라는 얘기가 매스컴을 통해 나오는데, 대학원까지 취업을 목적으로 들어갔다고 말하면 조금 삭막한가요? 하지만 저는 막연한 스펙 쌓기가 아닌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을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자격을 얻으려고 들어간 것이니 조금은 순수하다고 생각이 되네요. 순전히 제 생각이지만요.(웃음) 결국엔 지금의 직장에 들어오게 되었으니 대학원을 진학한 저의 목적이 달성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면접에서는 어떤 것을 보나요?
'인성'이란 게 요즘에 화두가 되었잖아요. 공무원 조직에서는 특히 그런 것들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사람이 지내보지도 않고 어떻게 인성을 평가하나 싶지만, 면접을 여러 차례 보신 면접관님들은 사람의 말투나 행동, 몸짓 같은 것들에서도 어느 정도 그 사람의 인성이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들어와서 지내보니 모나고 그런 사람들이 없어요. 서류를 통과했다는 건, 자격이 이미 검증됐다는 얘기기 때문에 면접 자체도 전문 지식에 대한 해박함 같은 것을 집요하게 물어보진 않았습니다. 정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어떻게 얘기를 풀어내는지 그 방식을 보는 것 같아요. 자기소개 같은 경우도, 튀고 화려한 문구보다는 담백하고 진솔한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현재 직장생활에 만족하시나요?
만족하고 있습니다. 처음 입사원서를 넣을 땐 공무원인 줄 몰랐습니다. 정부 소속 연구원 정도로 생각했었죠. 합격하고 나서야 연구직 공무원 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공무원이라는 직업 자체가 안정적이고, 복리후생이 잘 갖춰져 있잖아요. 거기다 노후대비도 되기 때문에 많은 젊은이들이 공무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겠지요. 공무원 준비하느라 공부하시는 분들 생각하면 정말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본원과 분원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본원은 일종의 본부라고 볼 수 있죠, 분원은 각 지방에 퍼져있는, 회사로 생각하면 지사쯤 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사건이 전국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담당 관할지역을 나눠 감정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처리하는 업무형태의 큰 차이는 없어요. 다만 분원이 처리하기 힘든 일들을 본원에서 처리하기도 해요. 예를 들어 변사자의 유골 같은 것들이 증거물로 들어오는데, 업무 효율과 전문성을 꾀하기 위해 본원에서 전담반이 맡아 처리하고 있습니다.
증거물을 대할 때 거리낌은 없으셨나요?
뼈는 차라리 낫습니다. 아무래도 여름에는 부패가 빨리 되잖아요?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변사자들의 조직들이 들어올 땐 냄새가 많이 역하죠. 좀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적응하면 괜찮아요.
일하면서 뿌듯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아무래도 여러 가지 강력 사건들을 많이 접하다 보니, 저희들의 감정 결과가 수사에 긍정적인 도움을 줄 때 가장 뿌듯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성폭력 사건 같은 경우에는, 피해자 의류에서 피의자의 정액 같은 것들을 찾아야 되는데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만약 찾아내더라도 여성의 질 액과 섞여 있는 경우가 다반사죠 이때 'Differential Lysis'라는 방법을 통해 정자를 분리해서 DNA를 추출하는 방법이 있어요. 이런 과정을 통해서 분석해낸 남성의 DNA형이 용의자와 일치했을 땐 뿌듯하죠. 모든 경우에서 DNA형을 밝혀낸다고 범인을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경찰들의 수사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제가 하는 일이 보람된 이유라고 할 수 있죠.
국과수 취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CSI 시리즈 같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굉장히 멋있게 나오는데, 실상은 사실 그렇지 않아요.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데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서 하고 있고 그렇죠.(웃음) 사실 우리 회사는 취업을 준비해서 들어올 수 있는 회사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공무원이라는 특성 때문에 정원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기 때문이에요. 쉽게 말하면 누군가 퇴직해야 자리가 나는 거죠.(웃음) 정기적으로 자리가 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침 12월 중에 공고가 날 예정인데, 관심 있는 학생들은 확인 해보시기 바랍니다. 열심히 준비하다보면, 꼭 국과수가 아니더라도 원하는 계열의 직종에서 꿈꾸던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화려하지 않더라도, 좋은 사람들이 힘을 모아 진실을 밝히는 실제모습이 저는 더 감동으로 와닿았습니다. 인터뷰를 하러 가는 중에, 안으리 선배님 말고도 또 다른 동문 선배님께서 일하고 계신 모습을 뵙기도 했는데요. "우리 학교 후배들이야?" 하고 귀엽게 여겨주시는 모습이 정말 정다웠습니다. 선배님은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표현하셨지만, 세상 어디에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아닐까요? 이렇게 멋진 곳에, 우리 선배님들이 세 분이나 계신다는 사실이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모릅니다. 국과수 입사를 꿈꾸는 여러분 또한 꼭 이 곳에 입사하셔서, 원하는 미래를 펼쳐 나가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