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2일 화요일, 미래관 237호에서 우리은행 이순우 은행장의 특별강연이 열렸습니다. 캐주얼한 옷차림을 한 그의 모습에서는 편안함이 물씬 느껴졌습니다. "학생들에게 편하게 다가가기 위해 특별히 신경 좀 썼다"며 웃던 그는 특유의 재치와 사투리로 강연을 이끌어나갔는데요. 이순우 은행장은 최초의 은행원 출신 은행장이며 우리금융지주의 회장도 역임하고 있습니다. 같은 금융그룹에서 은행장과 금융지주 회장을 모두 맡은 최초의 금융권 인사이기도 합니다. 강연 도중 이는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기처럼 불가능에 가까워 컴퓨터로도 계산할 수 없다"라고 농담 반 진담 반의 이야기를 하시기도 했는데요. 말단 은행원이 '은행장', 그리고 '회장님'이 되기까지! 실패를 긍정한 진짜 사나이의 이야기,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은행은 사회적 역할과 책임이 있습니다. 바로 국민들로부터 받은 돈을 알맞은 곳에 투자 하여 국가의 부를 창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은행은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우리은행의 전신은 대한천일은행으로 고종황제가 우리나라 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왕실의 예판금을 써서 설립한 은행입니다. 이와 같이 우리은행의 설립취지는 상인들을 보호하고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포스코가 어떻게 설립됐는지 아십니까? 삼성전자는 1976년도에 IT산업에 진출하기 위해 한국전자라는 조그만한 IT회사를 만들었습니다. 그때 당시 한국전자의 기술력은 IT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었습니다. 이런 회사에게 은행은 자금을 대출해주지 않았죠. 오직 우리은행이 한국전자의 가능성을 보고 대출해주었습니다. 포스코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날 두 기업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이 되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베트남 파병, 독일 광부, 중동 건설까지 우리은행의 보증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는 우리은행이 설립 취지를 잊지 않고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은행장인 저는 오늘도 은행의 주인은 19조를 낸 주주가 아니라 210조를 예금한 예금주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실패전문가입니다. 어릴 때부터 중․고.대학교 입시 실패까지......이를 만회하고자 재수를 했지만 목표였던 서울대엔 다시 낙방하고 2차 대학인 성균관대 법대에 입학했습니다. 대학에 입학해서도 학점은 낮고, 2학년부터 준비한 사시도 낙방했습니다. 다시 도전할 여력이 없는 집안형편 때문에 오랜 꿈이였던 검사를 포기하고 우리은행에 입사했습니다. 은행에 들어왔지만 법조인의 꿈을 접지 못하고 설렁설렁 일 했습니다. 그렇게 의욕없이 은행을 다니던 어느날이였습니다. 친한 선배가 "머릿수나 채우고 있을 거면 그만둬라"며 진지하게 충고했습니다. 그 때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때 지금 이대로라면 이제는 익숙한 '실패'를 또 할 것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내 인생에 더 이상 실패는 없을 것'이라고 되뇌이며 은행원으로서 새로운 시작을 다짐했습니다.
먼저 매일 웃는 연습부터 했습니다. 시도때도 없이 웃는 연습을 하니 나중에는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미소가 번졌습니다. 두번째로 마음을 열고 다른 사람 말을 귀담아 들으려 노력 했습니다. 질책이나 충고를 겁내기보다 받아들이고, 지적받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세번째는 마음가짐입니다. '앞 발자국만 보며 가자'라는 다짐 하나로 내딛는 발마다, 그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온 힘을 다해서 걸었습니다. 그렇게 묵묵히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다 보니 어느새 '은행장', '회장'이라는 명함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계속된 실패, 그 실패를 성공으로 이어지는 한 과정이라 생각하고 열정을 가지고 하세요. 실패는 포기가 아닙니다.
Stay foolish (겸손)
똑똑해 보이는 것도 어렵지만 바보처럼 보이기는 어렵습니다. 총명하면서 바보처럼 보이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총명함을 내려놓고 한발 뒤로 물러보세요. 하는 일마다 마음이 편해질 것입니다. 바보처럼 보일 때, 즉 자신을 낮출 때 주변에 사람이 모입니다. 저는 주변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욕까지 배웠습니다.
Stay behind (배려)
진정으로 배려하는 것은 짐승도 알아차립니다. 배려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예를 들어 은행장실 앞에 '은행장실' 또는 '회장실' 대신에 '열정을 나누는 따뜻한 사랑방'이라고 붙여놓았습니다. 직원들이 어려워하지 않고 편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저 나름대의 사소한 배려입니다. 이런 별거 아닌 것 같은 사소한 배려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또 이런 배려들이 주변에 사람을 부릅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용맹스런 장수 위엔 지혜로운 장수가 있고, 지혜로운 장수 위에는 운이 좋은 장수가 있다." 이 말은 운이 좋아야 한다는 말 속에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Stay hungry (성실)
글씨로 유명한 추사 김정희도 70 평생에 벼루 열 개를 다 닳게 하였고, 붓 천 자루를 뭉당붓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벼루 열 개를 닳게 한다, 그 노력이 상상 되시나요? 천재도 성실함이 기본입니다. 천재가 아닌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지요. 저는 특히 열정에 가까운 성실을 강조합니다.
자기소개서 잘 쓰는 법
첫째, 거짓을 적지 마세요. 인사담당자들은 수많은 자기소개서를 봅니다. 자기소개서의 내용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정도는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거짓으로 자신을 포장하지 마세요.
둘째, 자기소개서는 공식이 없습니다. 공식에 얽매여 자기소기서를 쓰려고 하지 마세요.
셋째, 나의 '스토리'를 쓰세요. 스토리는 사람들을 집중시키고 감동시킵니다. 거짓으로 꾸며낸 이야기보다, 공식에 짜맞춘듯 모범적인 자기소개서보다 훨씬 눈길이 갑니다. 나만의 진솔한 '스토리'가 있는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이 취업에 성공하는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면접 잘 보는 법
영화 '관상' 보셨나요. 관상도 면접에서 중요한 요소입니다. 아무래도 관상, 즉 인상이 좋은 사람이 더 끌리기 마련인데요, 면접에서 관상이 좋으면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관상은 자기가 만드는 것입니다. 좋은 인상을 가지고 싶으면 자꾸 웃으세요. 저도 선배의 충고 이후 표정부터 바꿨더니 사람들이 많이 다르게 봐주더군요.
그리고
씨를 뿌니고 5년 동안은 작은 순만 나오고 더 자라지 않는 모죽은 5년이 지나고 난 어느 날 갑자기 20미터까지 자라 대나무 중에 가장 높게 자랍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당신이 땅 속에 있던 5년간, 누구부다 크게 자라기 위해 준비했던 것입니다."
이순우 은행장은 오히려 겸손하고 배려하는 바보가 되라는 조언을 합니다. 처음에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남들과 경쟁하라고 말하는데 바보처럼 살아서 어떡하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정말 중요한 인생의 교훈이 담겨있습니다. 능력 있는 사람은 많은 사람들이 따릅니다. 그러나 그 능력이 다하거나 그 능력이 더이상 필요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떠납니다. 이해관계로 맺어진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겸손과 배려로 맺어진 관계는 그렇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상대방을 배려하고 조금은 모자라 보이는 행동은 인간적인 호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때야 비로소 상대방과 나는 인간적으로 맺어지게 됩니다. 결국 사람들은 서로의 조건과 능력에 상관없이 서로를 지지하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은행장님은 인간적인 모습으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은행장님께서 강의 도중에 한 말씀중에 기억에 남는 한 마디가 있습니다. 말단 은행원에서 은행장이, 또 회장이 될 수 있었던 열쇠가 아니였나 생각해 봅니다. "가장 가치있는 인생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환영받는 인생이다. 나는 그래서 요즘도 저녁을 세 번씩 먹는다. 내가 가면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