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3, 4학년이 되면 훗날 일하고 싶은 직종과 관련된 기업에서 채용하는 인턴으로 근무하기 위해 두 눈을 반짝이게 되는데요. 물론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국내 대기업도 좋지만, 색다른 경험을 쌓을 수 있고 조금은 특별한 도전이 될 만한 해외인턴에 지원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꿈꾸던 일에 한 발짝 다가가기 위해, 방글라데시에서 인턴과정을 수료한 서삼수 학우를 만나보았습니다!
Q. 방글라데시는 대부분의 학우들에게 생소한 나라인데요. 특별한 선택의 계기가 있었나요?
A. 작년부터 올해 1학기까지, 매지1학사의 RA를 했었어요. RA를 하면서 RC센터를 통해 해외봉사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는데, 해당 국가가 바로 방글라데시였죠. 저 역시 해외봉사에 지원할 당시에는 방글라데시라는 국가가 너무 생소했고, 그저 가난한 빈곤국이라고만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10일간의 봉사활동 중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해송>이라는 회사를 방문하는 일정이 있었고, 그 때 <해송>의 경영자이신 윤희 사장님을 처음 뵙게 됬었죠. 그 순간은 저에게 있어서 정말 큰 행운이었던 것 같아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한국 안에서만 진로를 고민하던 저였는데,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깨달았죠. 사장님은 <해송>이라는 회사를 성장시켜온 장본인으로서, 개발도상국의 장점과 무한한 가능성을 몸소 보여주신 분이었어요. 그렇기에, 경영학을 공부하는 저에게는 특히 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주셨죠. 참 배울 것이 많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 헤어짐이 아쉬웠던 순간, 사장님께서 매년 <해송>에서 인턴을 모집한다는 얘기를 해주셨어요. 한국으로 돌아와서 정경대학의 공고를 보고,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지원하기로 결심했고요. 그렇게 다시 한번 방글라데시행 비행기를 타게 되었죠.
Q. <해송>은 어떤 기업인가요?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요!
A. <해송>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H&M, ZARA와 같은 대형 의류 업체에 OEM방식으로 스웨터를 판매하는 회사예요. 우리가 접하는 그런 제품들은 그 업체에서 직접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해송>과 같은 기업에서 납품을 받아서 판매하고 있는데요. <해송>은 의류판매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만한 브랜드가치가 없지만, H&M이나 ZARA와 같은 곳에 물품을 납품하면서 꾸준한 수요를 얻기 때문에 기업의 이익을 낼 수 있는 것이죠. 의류 판매업체는 직접 생산을 해야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노동 집약적인 의류산업의 경우 노동력이 원가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비교적 노동력이 싼 개발 도상국에 있는 기업으로 주문을 하게 되는 것이랍니다. 의류 산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서 이러한 OEM방식의 거래를 하고 있어요.
Q. 현지생활에 적응하고 의사소통하는 데 있었을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했나요?
A. 처음 방글라데시를 가는 것이었다면, 더 많이 긴장했을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저는 이미 짧게나마 다녀온 경험이 있어서인지 어려움이 덜한 편이었어요. 문화적으로도 일정 부분 알고 있는 상태였고요. 언어적인 면에서는, 제가 있었던 오피스 식구들이 대부분 영어를 할 수 있어서 그리 큰 어려움이 없었어요. 오히려 매일 뱅골어를 하나씩 배우는 것이 색다른 재미였어요. 방글라데시는 행복지수가 1위인 나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현지인들이 한국인인 제가 뱅골어를 하나씩 쓴다는 것에 대해 얼마나 반가워하고, 행복해했는지 몰라요. 생산현장에 있는 분들과 함께 뱅골어로 얘기할때면, 늘 웃음이 끊이지 않곤 했죠. 인턴생활을 하는 동안, 분명 어려운 시간 또한 있었어요. 하지만, 그럴때마다 사장님과 한국 직원분들이 너무나 잘 돌봐주셔서 저희가 생활하는데 큰 문제 없이 잘 지내고 돌아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의사소통이란 게, 결국 마음이 얼마나 잘 통하냐의 문제잖아요. 언어에 서투르더라도 마음을 열고 먼저 다가가고 대화를 위해 조금씩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좋게 봐주시고 도와주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Q. 이번 인턴십 경험은 장래에 일하고 싶은 직종과 어떤 관련이 있나요?
A. 저는 경영학을 공부하면서 생산과 운영을 관리하는 분야에 관심을 뒀고, 그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인턴을 하기 전부터 그에 관련된 수업도 들었고, 이론으로나마 생산분야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죠. 사실 의류 산업 역시 생산과 운영이 가장 중요한 분야 중 하나라고 배웠었기 때문에, 그런 점을 고려해서 <해송>의 인턴에 지원한 이유도 있어요. 실제로 인턴을 처음 시작할 때, 일주일 동안 생산공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직접 공장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공장에 갈 때마다 직원들이 한 분씩 오셔서 꼼꼼하게 가르쳐 주셨는데, 책에서 배웠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공정을 거치고 있었죠. 그 복잡한 공정 속에서도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어요. 제 눈에는 보이지 않았는데, 그곳에서 일하는 분들은 무엇이 잘못됐고 무엇이 잘 돼가고 있는지 정확히 꿰뚫어보시더라고요. 인턴을 하면서 쌓았던 그런 경험들이, 제가 훗날 꿈꾸는 일을 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Q. 외국에서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만큼, 색다른 도전이었을 것 같은데요. 두려움은 없었나요?
A. 조만간 방글라데시의 대선이 있다고 하는데요. 사실 방글라데시가 정치적으로 그리 안정된 나라가 아니여서, 정당을 서로 비판하고 깎아내리는 ‘하탈‘(대규모 시위)이 종종 벌어지곤 했었어요. 군중심리가 강한 민족성 때문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서, 그럴 때는 밖에 나가는 것이 위험하다고 판단됐죠. 그래서 업무를 하러 나가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봤어요. 그리고 라마단이라고 불리는 금식기간이 마침 우리가 머무는 기간과 맞물려서, 금식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진 현지인들을 보기도 했어요. 아무래도 얼굴색이 다르고 복장이 생소한 저 같은 외국인들은 현지인들이 한번씩 더 쳐다보게 되는데, 그때마다 뱅골어로 어떤 얘기를 하는지 알 수 없으니 더 불안했던것도 사실이에요. 언젠가 업무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차가 고장나서 어느 마을 주변에 멈췄던 적이 있었어요. 그랬더니 어디선가 사람들이 우리 차로 다 몰려들어서 우리를 구경하기 시작하는데, 돌이켜보면 정말 아찔했던 순간이에요. 하지만 회사 내에서 경비업무를 봐주는 분들도 계셨고, 회사를 벗어날 경우 대부분 차로 이동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답니다.
Q. 인턴십을 수료하고 돌이켜보니, 아쉬운 점과 특별히 얻은 것이 있다면요?
A. 아쉬운 점은……. 없었어요.(웃음) 그래도 굳이 꼽으라면 한 달이라는 시간이 너무나도 짧게 느껴졌던 것이라고나 할까요? <해송>에서 다루는 '스웨터'라는 옷의 특성상, 여름엔 정말 바쁜 시즌을 보내요. 여름에 스웨터를 생산해 놓지 않으면 겨울에 밀려오는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여름의 <해송>은 말 그대로 '비상'이었어요. 다들 정말 바쁘게 움직였지만, 라마단 기간과 겹쳐 생산성은 떨어지고 말았죠. 하지만 그런 비상사태에서도 사장님께서는 저희에게 정말 많은 얘길 해주셨어요. 사장님께서 사업을 시작한 이야기부터 미래에 세우신 비전, 경영자로서 가져야 할 기질, 아버지로서의 인간적인 모습들까지 말이죠. 한 달 동안 좋은 인생선배를 만난 느낌이에요. 어느 인턴십 과정을 밟더라도, 그 회사의 경영자와 함께 이렇게 많은 시간을 보낼 수는 없을거예요. 경영자가 회사를 이끌어 나가는 모습을 직접 지켜보는 건, 아무에게나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니까요. 조금이나마 경영자의 생각을 엿보고 이해할 수도 있어서 참 좋았어요. 물론 사장님께서 하고 계신 고민들을 모두 털어놓으셨지는 않으셨겠지만요.(웃음) 그래서 저에게 인턴기간 동안 특별히 얻은 것이 있냐고 묻는다면, 저는 '사장님과 함께 망고를 먹으면서 얘기를 나누던 그 시간'이라고 답하고 싶네요.
Q. 경험자로서 후배들에게 해외 인턴십을 추천해주고 싶은가요? 그 이유도 함께 말씀해주세요!
A. 네! '적극추천' 해드리고 싶어요. 많은 분들이 선진국으로의 인턴을 꿈꾸고, 그것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계신다는 것을 알아요. 하지만 저는 무조건 선진국을 선호하는 고정관념을 깨고, 한번쯤 개발도상국으로 시야를 넓혀보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해외 인턴십이라는 게 일을 배우는 것도 있지만, 그 국가를 배운다는 것도 포함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말하는 소위 '선진국'은 이미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산업구조를 많이 닮아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가 발전한다기보다는 정체수준의 성장을 하잖아요. 그래서 제 생각엔, 그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을 찾기가 더욱 어려운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다녀온 방글라데시의 경우는, 국가의 개입이 없다는 가정 하에 민간 자본에 의해서 매년 7%의 성장을 이루고 있다고 하거든요. 만약 국가가 경제성장을 위해 더 노력한다면, 7% 이상의 성장을 이루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래서 저는 이런 블루오션에서 성공의 가능성을 더 많이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여러분도 해외인턴십을 생각하고 계신다면, 개발도상국가로의 도전을 해 보시길 바래요!
Q. 이 시간들을 발판 삼아,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어요~
A. <해송>에서의 인연이 어쩌면 저의 삶을 바꿔놓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사장님의 꿈과 계획들이 제게 너무나도 멋지게 다가왔거든요. 그 분의 기업윤리와 도덕성, 아버지 같은 따뜻한 마음들이 저를 이토록 진하게 감동시켰나봐요.(웃음) 다시 방글라데시로 가고 싶어요. 하지만 준비를 철저히 해서 갈 거예요. 25살의 서삼수는 그저 <해송>이라는 기업에 인턴십 과정을 수료하러 갔었다면, 10년 후의 서삼수는 방글라데시에서 '저의 꿈을 그리는 사람'으로 성장해 있도록 말이예요. 모든 계획을 지금 여기서 다 말할 수는 없겠지만, 한국이라는 좁은 공간을 바라보기보다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무궁한 가능성들이 숨어 있는 곳에서 저의 열정을 다하고 싶어요. 저와 함께 인턴을 다녀온 형과도 자주 연락하면서 그런 얘기를 하곤 해요. 다시 함께 방글라데시로 가는 비행기를 타자고 말이에요.
Q. 본인에게 ‘도전’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A. 저는 저 나름대로, 대학생이 할 수 있는 도전을 많이 했다고 생각해요. 돌이켜보면 그건 모두 제가 정말 하고 싶어서 했던 일들이었어요. 막 그런 것 있잖아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두근거려서, 아무것도 못하겠고 그것만 생각나는 그런 것들이요. '도전'이라는 낱말을 떠올리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순간이 있어요. 스무 살 때, 연세대학교 기수단이 너무나 하고 싶은데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 두려워서 가입서를 제출할까 말까 한참을 고민했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 때는 스스로 새로운 도전을 위해 결정을 해나가는 게 무서웠어요. 결국 저는 용기를 내서 기수단에 들었고, 너무나도 뜨거운 여름을 보냈어요. 그 해, 연고전을 서고 난 뒤 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어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힘들게 해내고, 이만큼 성장한 제 모습이 너무 뿌듯했어요.
그러고 나니까, 모든 도전이 쉬워지는거예요. 그 이후,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오게 되었고 그 때 번돈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녔어요. 사하라 사막에 가서 낙타도 타고, 영국에서 영어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도 만나고, 히말라야 산맥도 오르고요. 그리고 가장 말도 안 되는 도전이 오르간 연주였어요. 교회 반주자가 필요한데, 제가 해보고 싶은거예요. 그런데 악보도 볼 줄 모르는 제가 무슨 반주를 할 수 있었겠어요. 추운 겨울에 다른 일을 다 제쳐두고 혼자서 오르간 연습을 그렇게 해댔어요. 결국 제대로 한번 쳐보지도 못하고 잘렸으니, 다른 사람들이 보면 시간낭비했다고 하겠지만 절대 후회하진 않아요. 저한테 도전은 그런거예요. 하고 싶은 것을 원없이 하는 것, 두근거리는 일을 후회 없이 하는 것!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부탁드릴게요!
A. 요즘 스펙 때문에 많이들 하는 인턴이지만, 이왕 하실 거라면 자신의 꿈을 위해서 진심을 다해 하시길 바래요. 마음을 다한 만큼 배울 수 있을 거예요. 제가 다녀온 <해송>이라는 기업의 인턴십도 추천하지만, 꼭 <해송>이 아니더라도 저마다의 꿈을 찾을 수 있는 그 곳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꼭 잡으시길 응원하겠습니다!
서삼수 학우는 꿈을 조금씩 실현해나가는 열정가이자, 도전을 망설이지 않는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지금도 메신저 프로필에 '꿈을 쓰는 사람'이라고 설정해 놓은 글귀가 유독 마음에 와 닿는 이유는, 그가 스스로 그것을 증명하는 사람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장님과 함께 망고를 먹으면서 얘기를 나누던 그 시간을 소중히 되새기며, 인생을 배웠다고 말하는 서삼수 학우. 아마도 좋은 이야기를 담을 준비가 되어 있는 열린 귀와 넉넉한 가슴이 그의 하루하루를 특별한 기회들로 채워주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