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6일! 내 생애 첫 뮤지컬 공연이자, 내 생에 가장 뜨거웠던 무대를 즐긴 날입니다. 준비하면서의 과정과 무대를 무너뜨릴 만큼 강한 열정을 내뿜은 뮤지컬은 도전해보지 않고서는 느낄 수 없는 큰 경험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혼자가 아닌 12명의 팀원들과 함께 도우며 이뤄낸 결과라는 점이 더 값지게 느껴집니다. 이 경험은 앞으로도 어떤 일이든 도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팍팍 심어주었는데요. 노래도, 춤도 특출한 것 없고 경영학을 전공하는 제가 어떻게 뮤지컬을 할 수 있었을까요? 지금부터 저의 뮤지컬 도전기를 소개합니다.
뮤지컬 보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제 생각에 뮤지컬은 굉장히 매력적인 장르입니다. 뮤지컬은 종합예술의 형태로 노래와 무용, 연극이 조화를 이룬 현대적 음악극이에요. 뮤지컬을 보고 나면 나도 꼭 한 번쯤은 무대에 서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뮤지컬 무대에 선 배우들은 텔레비전과 영화스크린 속 연예인들과는 달리 같은 공간에서 교감하기 때문이에요. 공연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고, 이는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이처럼 저도 이렇게 사람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주고 싶었습니다.
▲ 뮤지컬 팜플렛의 일부(기획한 대로 잘 나와서 뿌듯했다.)
저는 배우로서 무대에 서 보겠다는 꿈을 위시리스트(Wish list)에 적었어요. 내가 하고 있는 일과 연관되지 않아도 언젠가는 연기를 해 보고 싶었죠. 그러던 중 대학내일을 통해 대학생 극단을 알게 됐고, 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극단 '날으는 자동차'는 노동부 인증 사회적 기업으로 어린이부터 실버까지, 아마추어 누구나 무대에 설 수 있도록 하는 시민극단입니다. 제가 지원한 날뛰기 프로젝트는 극단 '날으는 자동차'의 대학생 극단으로 전문 감독의 지도하에 대학로에서 뮤지컬을 합니다.
활동 내용은 ① 4개월 동안 주 1회 3시간 뮤지컬 교육(▲ 연기, ▲ 안무, ▲ 보컬 등), ② 대학로 소극장 무대에서 최종 수료 공연(하루 3회 공연), ③ 최종 수료 공연 음반과 DVD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즐기며 좋은 인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았습니다.
우리는 월요일팀과 목요일팀으로 나뉘었고, 각각 1부와 2부 공연을 했습니다. 극단의 사정상 3개월 반 동안 활동했고, 80만원의 비용을 지불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비용적인 부담이 크지만, 받은 혜택과 비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물질적 가치만으로 얻기는 어려운 것들이 있으니까요.
▲ 무전빌라 구성원(왼쪽부터 차례로 극중 아주머니였던 저와, 극중 사랑스러운 딸, 극중 저의 남편의 상황프로필입니다.)
서울시 사랑구 머니동 1004번지 개성파 사람들로 들썩이는 무전빌라. ▲ 폭풍닭살 동거커플, ▲ 좌절하는 고시생과 지고지순 뒷바라지녀, ▲ 유쾌발랄 대학생들, ▲ 열정적인 가수지망생, ▲ 근육맨 체대생, ▲ 현실과 타협한 술집여자, ▲ 실직한 주인집 아저씨와 짠순이 아주머니, ▲ 철없는 딸내미까지... 그러던 어느 날, 무전 빌라를 뒤흔드는 아줌마의 비명소리! 빌라 사람들이 모은 곗돈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데... 도대체 돈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무전빌라는 요지경'이라는 연극은 '돈'을 주제로 한 하숙집 이야기입니다. 작은 하숙집에서 북적이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담겼습니다. 하숙생들은 가난하게 생활하고 꿈을 위해 애쓰거나, 현실에 맞춥니다. 현실을 반영했지만, 슬프지 않게 가볍고 즐겁게 표현하도록 했습니다. 제가 맡은 역할은 아주머니예요! 풍족치 않아도 사랑하는 딸을 위해 '돈'에 집착하는 캐릭터로, 남편이 퇴직한지도 모르고 타박하기도 합니다. 그러던 중 하숙생들과 모은 곗돈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극 중 성격이 바뀝니다. 끈끈한 정을 느끼면서 짠순이가 아닌 다정한 주인아주머니로 변화됐고, 자신감을 되찾은 낭만적인 부부관계를 가인의 '피어나' 춤으로 마무리 했습니다. 마지막 '피어나' 춤은 관능적인 느낌 대신 코믹컨셉으로 귀엽게 봐주셨어요. 극중 남편과 야심차게 짠 안무여서 관객분들의 웃음과 호응에 더 뿌듯했습니다.
▲ 공연을 앞두고 단체 프로필 사진 촬영(컨셉을 정해서 연출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4-1. 대본이 나오기 전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매주 수업을 시작할 때 한 주 동안 가장 신경 썼던 일을 얘기했습니다. 고민을 듣기도, 기분 좋은 경험을 듣기도 했어요. 같은 대학생이고 또래다 보니 공감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부담 없이 함께 진솔한 대화를 나누니 팀원들의 성격, 성향 등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연기 선생님이 정하는 데 큰 효과를 보았다고 해요. 저는 짧은 시간동안 핵심을 말하는 법을 터득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 연기 : 상황을 짜서 파트너와 분노연기를 하거나, 파트너와 내가 거울을 보고 있는 것처럼 연기해봤습니다. 아이디어를 내는 과정은 참신하게 잘 했지만, 당시에 최선을 다했던 연기는 돌아보면 오글거리네요. 발연기였습니다. 애드리브로 상황을 넘어가려고 했던 모습에 반성하게 됐고 열심히 대사를 연습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 안무 : 각자의 춤 능력에 따라 연습을 달리 하는 게 가장 중요했어요. 처음부터 기초를 차근차근히 다졌어요. 그 과정에서 안무 선생님이 개별적으로 역량을 파악하셨습니다. 저로서는 가장 부족한 부분이었기 때문에 동영상을 촬영하거나, 복습을 여러 번 했습니다. 기숙사 방에서 흥에 겨워 춤을 춰보다가 침대에 다리를 박아 아파한 기억도 있네요. 춤동작을 통한 스트레칭과 웨이브 방법도 배웠습니다. 노래를 정해 파트너끼리 간단한 안무를 짜보는 등 춤에 대한 흥미를 주는 활동이 많았어요.
4-2. 대본 제작
우리 팀은 직접 상황과 등장인물을 가정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돈'이라는 소재뿐이었어요. 합심해서 만든 대본으로 연기를 하고, 선생님의 의견을 통해 다듬었습니다. 보통 다른 기수들은 대본이 주어지고 팀원들이 수정하는 식으로 진행됐다고 해요.
우선 중요 사항을 정했습니다. ▲ 등장 비중은 비슷하게 하자(일반적인 공연과 달리 우리 뮤지컬은 비전공자들이 같은 돈을 내고 같이 연습했기 때문이죠.), ▲ 인과관계에 맞게 극을 진행하자(막장뮤지컬이 되고 싶지 않았어요.), ▲ 트렌드에 맞는 웃음 포인트를 많이 넣자(애드리브로 대사가 수정되는 경우가 많았고, 저는 재치가 있어서 다른 배우에게 아이디어를 제시해 보기도 했어요.) 사람이 많다보니 의견이 모이는데 시간이 많이 들었지만, 선생님께 인정받았을 때는 참 기뻤습니다.
4-3. 대본 이후
절도 있는 칼군무와 극 중간에 대사가 끊기지 않도록 수많은 리허설을 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연습과 서로에 대한 대사 및 동선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였습니다.
이 공연이 특히 애착이 가는 이유는 '무전빌라는 요지경'이라는 연극 제목을 제가 지었기 때문이에요. 저는 줄거리를 구상하고, 뮤지컬 대본, 홍보에까지 참여했습니다. 이렇게 직접 과정에서부터 결과까지 참여했기 때문에 더 애착이 갑니다.
뮤지컬을 준비하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저희 팀 이름이 '너의 목요일이 들썩들썩'입니다. 처음 지을 때는 '들썩들썩 어깨춤이 나올 정도로 흥겹고 재밌다'는 뜻이었는데 공연이 다가올수록 팀이 여러 번 들썩거릴 정도로 안 좋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누군가 갑자기 그만 두게 되면 그 등장인물과 씬(장면)이 통째로 사라지므로 결국 팀 전체가 큰 피해를 입게 됩니다. 대본이 나오고 한창 연습 중이었을 때와, 생각지 못한 일로 인해 그만 둔 두 명은 특히 안타깝고, 충격이었습니다. 그러나 공연이 얼마 남지 않아 슬퍼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마음을 추스르며 장면의 순서를 교체하고, 다른 캐릭터를 넣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런 위기를 해결하고 나니 우리들이 더 대견해보이더라고요. 어려움 속에서 성장, 성숙한다는 게 맞나 봅니다. 특히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정말 중요한 듯합니다.
운동선수로 나오는 친구는 극중 상의 탈의를 해야 했습니다. 그 한 장면을 위해 치킨을 시켜도 입에 대지 않고 냄새만 맡았어요. 치욕(치킨을 먹고자하는 욕구)을 이기는 건 굉장히 어렵잖아요? 알고 보니 매번 치킨 냄새만 맡고 음악을 들으며 먹는 상상을 하더라고요. 굉장한 인내심을 가진 친구였습니다. 결국 그 친구는 성공적으로 초콜릿 복근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7-1. 공연 직전
분장에 가까운 화장을 했습니다. 조명 아래, 그리고 멀리 있는 관객들이 우리를 구분하려면 강렬하게 음영을 넣어야 또렷해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분장을 마치니 여자, 남자 구분할 것 없이 잘생겨졌어요. 신기했습니다. 뮤지컬 '캣츠'가 생각났어요. 물감만 안 칠했지, 느낌이 비슷했어요. 대기 시간에 사진을 찍으며 여유를 되찾기도 했습니다. 아쉬웠던 점은 ▲ 무대와의 확실한 동선, ▲ 조명, ▲ 음악과의 호흡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충분치 않았던 것입니다. 한 팀당 30분정도? 그 사이 타이밍을 익히기 어려웠고, 당시 상황에 맞추다보니 변동 된 점도 있었습니다. 또 소품을 무대 뒤 깜깜함 속에서 꺼내오거나, 의상을 서둘러 갈아입어야 했던 점이 또 아쉬웠습니다.
7-2. 공연 당시
생동감과 가슴이 뜀을 느꼈어요. '살아있는 것이 느껴진다.'란 말이 완전 공감되더라고요. 관객들의 박수와 응원, 호응 속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은 행복한 떨림이었습니다.
7-3. 공연 이후
시원섭섭함이 느껴졌습니다. 그 동안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가며 벅차올랐기 때문에 울기도 하고, 많이 웃기도 하고, 다 함께 끌어안고 감정을 나누었습니다. 또한 준비 기간의 파란만장함을 위로하며 끝까지 해낸 우리에게 격려의 박수를 나눴습니다.
▲ 무대를 마치고 다함께
첫째로, 뮤지컬 한 편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한다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조명이 비춰지지 않는 곳에서 조명 및 음악 담당한 스태프들은 공연을 위해 애씁니다. 배우도 연기뿐만이 아니라 ▲ 입장과 퇴장 통로, ▲ 동선, ▲ 조명이 잘 비춰지는 위치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둘째로, 희극인들의 화려한 이면 뒤에 불규칙한 수입으로 인한 고달픈 삶을 사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막연히 무대 위의 화려한 모습만으로 배우를 꿈꾸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셋째로, 함께 노력해서 얻는 성취감이 값집니다. 물론 혼자가 아닌 다수이기 때문에 곤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힘든 점. 예를 들어, 연습시간을 맞추는 거나, 배역의 문제로 인해 조정해나가는 과정에서 더 큰 성숙함을 느꼈습니다. 무대 위에서 실수가 바로 다른 사람에게 연결된다는 게 제겐 책임감을 넘어서 부담감이 됐습니다. 극을 전개하는 아주머니로써 더 오버를 했는데, 혹시 어색해질까봐 또 어려웠어요. 나름대로 몸빼바지를 입고, 앞치마, 국자를 들고 갔더니 연습 후반에는 '진정한 아주머니' 이도경으로 보였다고 해요. 자신의 역할만 잘해서가 아닌, 즉 혼자만 주목 받으려 하지 않고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시너지 효과로 멋진 공연이 완성되더라고요. 그리고 그만큼 열정을 다해 연습했기 때문에 2분 발표에도 덜덜 떨던 내가 무대를 진정으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위시리스트(Wish list)를 꼭 작성해 보세요. 하고 싶은 일을 기록해놓고 꿈꾼다면 당장은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힘들 것 같아도 결국은 기회가 올 것입니다. 인상 깊게 읽은 책이 있어요! 꿈꾸는 다락방 책에서 보면 R=VD라 합니다. [R=Result(결과)는 Vivid(생생)하게*Dream(꿈꾸면 이루어진다.)] 이 말을 기억하며 소원을 적고 매일매일 보도록, 그 꿈을 이뤘을 때의 나를 생생하게 떠올리고 느껴야 한다고 합니다. 위시리스트(Wish list)가 착실히 지워져 가며 큰 어려움 없이 용기를 가지고 살아가길 응원합니다. 우린 아직 도전할 수 있습니다. 자신감 얻고, 조금이라도 웃으시고, 힐링 할 수 있는 시간이 됐길 바라요.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