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봄에서 무더운 여름으로 향해가는 5월의 넷째주 화요일, 1학기 마지막 도시락Talk콘서트가 있었습니다. 학우들에게 생소한 캄보디아어를 건네며 강연을 시작한 김은지 학우는 작년 2학기에 라온아띠라는 프로그램을 참여해 활동했다고 합니다. 예년보다 빠르게 찾아온 5월의 더위보다도 뜨거운 나날을 보내고 온 김은지 학우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볼까요?
캄보디아에서 김은지 학우의 이름은 '찌'였다고 합니다. 찌는 캄보디아의 모든 음식에 첨가되는 재료인데 그러한 찌처럼 늘 함께하자는 의미에서 친구들이 붙여줬다고 합니다. 찌, 김은지 학우는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는 책을 흥미롭게 봤다고 해요. 스펙을 쌓아 무엇을 해야 겠다는 것보다 왜 내가 그것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즉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비전)를 제대로 세워나아가야 한다는 것이죠. 현재 김은지 학우는 바로 서있되 같이 서있자는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그 비전을 이루기 위해 청년기에는 풍성함을 쌓아야 하는데, 하나의 길을 걸으면서 그 안을 풍성하게 하는 것을 선택했다고 해요. 그 일환으로 1학년 때부터 꾸준한 경험을 해왔습니다. 1학년 때는 '기아대책헝거 서포터즈'를 통해서 국제이슈에 대해서 배웠고 이후 연세대학교 동아리 'JDM'을 통해서 무전여행과 말레이시아로 비전 Trip을 갔다오고, 해피무브와 쌍벽을 이루는 대외활동 'G마켓 해외봉사단'으로 활동하며 필리핀 톤도를 다녀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최근, 오늘의 강연 핵심인 '라온아띠'로 캄보디아를 다녀왔다고 합니다.
라온아띠는 KB국민은행과 YMCA의 공동지원으로 ▲ 방글라데시, ▲ 인도, ▲ 태국, ▲ 필리핀, ▲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7개국에 각각 1개씩 팀(4명 혹은 5명씩 한 팀)이 파견되어 5개월간 현지인과 함께 생활하고 봉사하는 해외봉사활동 프로그램입니다. 매 기수마다 전국에서 30명을 모집하고 비용은 전액 무료라고 합니다. 라온아띠는 순우리말로 좋은 친구라는 뜻인데요. 함께 봉사를 간 사람들과 좋은 친구가 되어가고, 현지에서 좋은 친구를 만들어 온다는 의미입니다. 라온아띠의 또 다른 별칭은 청년변화프로그램입니다. 라온아띠에 선발된 사람을 보면 너무 자신감이 강하거나,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뽑힌 사람들이 있다고 해요. 그들을 긍정적으로 변화시켜 주려고 뽑을 정도로 청년들의 발전에 많은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라온아띠 모집 포스터
라온아띠의 활동은 모집 - 국내훈련(1개월) - 해외자원활동(5개월) - 후속활동(평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모집은 현재도 진행중인데, 6월 초까지라고 하니 관심있는 분들은 서두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라온아띠는 면접부터 재미있게 한다고 해요. 카페에서 이루어지는데 1시간 동안 수다를 떨고 분위기를 이완시킨 후에 3:3으로 본다고 합니다. 이는 암기를 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기 위함이라고 하네요.
국내훈련은 30명 전체가 함께 한다고 합니다. ▲ 도보 훈련, ▲ 밑 빠진 독, ▲ 지역 인턴십 등이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도보훈련은 묵언으로 한다고 해요. 여름에 실시된 훈련이라 짐이 많지는 않았지만 오래 걷고 지치다보니, 묵언 속에서 '왜 내가 이걸 하나 더 가져왔을까, 하나 더 내려놓으면 편할 수 있었을텐데... 이런게 내가 책임지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짐을 내려놓고 걷게 되자, 너무 멋진 자연 속에 있다는 것을 느끼고, 옆의 사람이 어떻게 웃고 말하는지 보이게 되었다고 해요. 또 스마트폰, 햄버거 등 우리의 소비활동에 관련해 사람들이 죽어가는 불편한 진실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도 갖고, 생각은 글로벌하게 하고 행동은 로컬부터 시작하자는 취지의 지역 인턴십 활동까지 한다고 합니다.
해외자원활동은 프로그램 중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라온아띠의 핵심활동 입니다. 캄보디아의 인구 6,70%는 청소년인데 일자리가 없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다보니 공장이나 사창가로 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를 교육으로서 개선하기 위해 실시되는 'Youth Development Program'은 현지에 파견된 라온아띠 단원들이 캄보디아 아이들에게 ▲ 영어, ▲ 한국어, ▲ 요리 등을 가르친다고 합니다. 또 저소득층 및 농가의 마을개발 활동을 지원하는 'Community Development Program'이 있습니다. ▲ 톱질, ▲ 나무 옮기기, ▲ 농사 등을 하는데, 김은지 학우는 협업에 필요한 의사소통이 어려워 굉장히 답답했던 경험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 외에는 홍수 등이 재난이 많은 지역에서 구호활동이 있고, 문화활동을 하거나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주말도 있었다고 합니다. 김은지 학우는 캄보디아에서 생활하면서 친구를 많이 사귀었다고 합니다. 먼저 함께 동거한 동물 친구들(?)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흡혈 진드기부터 개미, 쥐, 도마뱀, 박쥐 등이 있었다고 하네요. 또 같이 간 친구들과 살면서 남녀의 차이도 체감하며 돈독해졌고, 현지인들과 밀면에 고추장을 버무려 먹고 모르는 사람의 집 화장실도 자연스레 드나들 정도로 현지화 했다고 합니다.
후속활동으로는 이산화탄소를 줄이자는 '350ppm', YMCA 코디미팅 등 여러가지가 있는데요. 무엇보다 이제 캄보디아 사람들이 내가 아는 사람들, 친구가 되어 그들이 나의 삶에 들어왔기 때문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말이 와닿았습니다.
▲ 김은지 학우의 에세이 中 '사람과 마음을 나누고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은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리고, 궁금하지 않던 것들이 궁금해지는 것이다'
Q1: 라온아띠의 경쟁률은 어떻게 되나요?
A. 저도 대학교 1,2학년 때는 뽑히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해서 G마켓 봉사단을 신청했었어요. G마켓은 200명을 뽑는데 1만 명 정도 지원했던 것 같아요. 라온아띠도 30명 뽑는데 몇 천명씩 지원을 해서 경쟁률은 높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휴학을 해야하니까 절대적 수치는 그렇게 높지 않은 것 같아요.
Q2: 캄보디아에서 아이들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칠 때, 캄보디아어를 얼마나 구사할 수 있었나요?
A. 처음에는 자주 쓰는 용어를 외웠어요. 1~2개월 차에는 "따라해보세요.", "입을 이렇게 하세요.", "쓰세요.", "일어나 보세요." 이런 말들을 했었고, 3개월 정도 지났을 땐 생각한 문장을 쓸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캄보디아어는) 영어랑 문장구조가 같아요.
Q3: 캄보디아에서 아프거나 질병에 걸린 사람은 없었나요?
A. 피부병은 기본이었고 다른 팀은 댕기(열)에 걸려서 귀국하기도 하고, 저희 팀에서도 장티푸스랑 눈을 쳐다보면 옮는 눈병이 유행했었어요. (다들 걸리는데) 저만 안걸렸어요. 아무래도 흡혈 진드기도 있고, 모기도 굉장히 많았죠. 제 친구는 너무 심하게 물려서 에이즈 걸렸냐고 의심 받기도 했었어요. 근데 뭐 죽진 않으니까 그렇게 위험하진 않아요.
Q4: 캄보디아에서 돌발상황은 없었나요?
A. 전 병에 안걸린 대신 도둑에게 모든 걸 빼았겼어요. 모든 소지품을 기타 가방에 넣어뒀는데 오토바이를 탄 도둑이 훔쳐갔어요. 또 청혼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여기서 아무리 까매도 거기에선 좀 하얀 편인데... 일단 한국인에 대한 호감이 많아요. 하루는 친해진 아주머니들이랑 새벽까지 술판이 벌였는데 한 분이 "너 너무 마음에 든다. 내 아들이 의사인데 결혼해서 여기서 살면 된다" 라고 하셨어요. (웃음)
김은지 학우의 강연을 들으면서, 우리나라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벗어나 이제 다른 나라를 위해 도와줄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한편 나에 대한 의미보다는 남을 앞서기 위한 스펙을 만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우리 청년들의 삶이 조금 더 값지게 쓰였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또 책상 앞에서 배운 사랑이라는 '글자'가 아닌 그들의 집 안에서 정취를 나누고 온 사랑이라는 '마음'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강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