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개그맨의 유행어처럼 '딱!', '끝!'하고 모든 일을 바로 풀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취업', '스펙'을 따지는 대학생활 대신에 다양한 경험 속에서 주식, 증권에 열정적으로 파고든 김희성(06·경영)선배를 만나 봤습니다.
삼성증권 IB부서에서 일하고 있어요. IB부서는 IPO 등 주식인수와 각종 채권발행 그리고 국제금융 및 M&A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자금조달(Financing) 관련 일체의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증권업이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이 있는데, 그 중 발행시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하루 일과는 8시에 출근해서 인사드리고 물을 한잔 마시며 시작됩니다. 신문과 사내방송을 보고 일과 정리를 한 뒤 메일을 확인합니다. 개인적으로 할 일 및 회의, 프로젝트를 수행해요. 매일 거래 관리 업무를 하면서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손익업무도 같이 합니다. 여러 거래에서 발생한 비용, 수익들을 정리하고 타부서에서 업무요청이 오면 처리하고, 투자할 것들이 있으면 투자심사회의에 들어가서 의견을 제시하며 위험을 체크하고 하루 거래와 손익을 정리해 보고합니다.
카페에서 캐셔를 했고, 연극아카데미에서 마케팅 일을 하며 돈을 벌었어요. 하지만 이 일들이 지금 내 업무와 관련은 없었어요. 증권가 쪽으로는 관심이 없었거든요. 증권 쪽에 관심이 있어 그 일들은 한 것이 아니라 돈을 벌려고 한 거죠. 하지만 돈을 벌면서 마케팅이나 사교성이 늘 수 있어요. 어디에서 일을 하던 특성은 다르지만 그 안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일이나, 아이디어를 짜는 일은 큰 틀 안에서 같다고 봐요. 이런 것들이 제 입사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우리는 경쟁을 하니까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드물어요. 이런 경험을 하면 남들과 차별화될 수 있고, 나중에 회사에 취직했을 때 어떠한 점으로 발현될 수 있다는 어필을 할 수 있습니다. 또 취업에 있어서는 여러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했어요. 앞으로 하기 힘든 경험들을 미리 했기 때문에, 앞으로 많은 일들을 할 때 이러한 경험들이 지표가 될 것 같아요.
사업을 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취업 불안감은 없었어요. 기본적으로 기업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데 아이디어만 있다고 사업이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 재무, ▲ 마케팅, ▲ 회계 등이 다 어우러져야하죠.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것들을 총괄하고 책임져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 방대한 지식이 제게는 없었어요. 그래서 먼저 취업을 해야겠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저는 이 분야에 정말 관심이 많았는데, '취업이 안 되면 어떡하나'하는 불안감이 있었어요. 하지만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분명히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져야합니다. 목숨을 걸어야 해요. 저는 삼성에 올인 했습니다. 몇 달간 면접을 계속 준비하면서 메모하고 현업에 있는 분들과 끊임없이 연락하고 물어봤어요. 협소한 사고방식을 가지지 않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에게 물어보며 다양한 것들을 접목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영학과에 오게 된 계기가 그동안 기업에 대해 호기심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기업의 운영에 관심이 많아 처음 장래에 대한 계획은 사업을 하는 것이었고요. 막상 증권으로 길을 선택한 것은 김창수 교수님의 투자론을 배운 대학교 3학년 때부터였어요. 투자론에서 유통시장부터 배웠습니다. 증권과 투자를 하며 수익이 나는 과정이 기업에게, 나아가 국가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처음에는 삼성증권 유통시장에서 일하고자 Private Bank(PB) 에 지원했습니다. 그러다가 IB로 가게 됐습니다. 증권의 유통시스템이 아닌 발행시장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고, 학교수업과 교과서에서 내용 밖에 몰랐었지만, 가장 큰 틀에서 보면 IB는 자본주의를 이끌어나가는 데 있어 시발점이 되더라고요. 기업의 상장, 어떤 식의 자금이 조달되는지, 투자와 수익을 내는 중간역할을 하기 때문이에요. 일하면서 보니 자본주의의 핵심이 되는 시장이더라고요. 동양증권 CP발행이 위험한 수준의 증권들이었는데 도덕적 해이가 일어나 마지막엔 고객들에게까지 큰 피해가 갔던 사례가 있죠. 개인 투자자를 비롯해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끼쳤던 사건이었고 그만큼 책임감이 막중합니다. 개인적으로 증권에서 IB에서 큰 시간으로 증권을 바라볼 수 있고, PB에서만 느끼지 못 할 것을 더 기본적이고, 큰 시각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의미가 큽니다.
'모르면 물어보라!' 4년 동안 학교에서 꽤 배웠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일을 시작하면 '기본적인 것만 내가 알고 있었구나'하는 깨달음이 듭니다. 이 때 힘들다고 생각하고 좌절하면 끝이에요. 모르는 상황에서 그것을 인정하고 상대가 나보다 더 많이 알기 때문에 물어보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진심을 다해 배우려는 자세로 물어보면 선배들이 기꺼이 가르쳐주시므로 초반에는 많이 물어보고, 스스로 관련 책들을 찾아서 계속 읽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전체적인 큰 흐름을 알게 되고, Top Down 방식으로 그 흐름을 통해 아래로 그에 맞게 일의 목적을 알게 되고, 그 목적에 맞게 효율적인 일을 하게 되는 거죠. 많이 부딪혀야 합니다.
모의투자나 주식관련해서. 학생 때 주식뿐만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무조건 해봐야 합니다. 생각만 하지 말고 직접해봐야 한다는 거죠. 모의투자대회는 밑져야 본전이에요. 팁을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단기적인 성과를 내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회사도 개인이 얼마를 벌었다는 성과보다는 주식에 대한 관심정도를 봅니다. 주식가격이 결정되는 데에는 외부요인이 많아서, 자신이 어떤 논리로 주식을 샀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자신의 논리를 갖고 소신껏 분석을 해서 주식을 해보는 것이 좋고, 여러 시각에서 주식 종목을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죠.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해야 합니다. 기업의 재무제표를 분석하세요. 모의투자에서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에 주목하지 않아요. 오히려 당시의 이슈나 뉴스내용 등을 통해 단기적으로 얼마나 이윤을 낼 수 있느냐에 주목합니다.
무슨 일을 하던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일을 직접 해보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죠. 자신의 관심분야를 끊임없이 생각해보면 어떤 식으로 나아가야 할지가 나와요. 공짜는 없고, 세상은 녹록치 않습니다. 내가 뭔가를 받으려면 기회비용을 지불해야 하죠. 돈이든 시간이든 잘 투자가 돼야 결실을 맺습니다. 너무 인생을 쉽게 살려고 하면 안 돼요. 다양한 경험을 하고 고뇌하면 답이 나올 것입니다.
그렇죠. 저의 경우에도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해서 어떻게 주식이 발행되는지 쭉 따라가는 과정을 아는 것이 재밌었어요. 예를 들면 '강이 예쁘다.'는 생각을 하고, 나아가 '그럼 그 한강은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나.' 알아보는 사고를 하는 것이죠. 여러 인과관계를 흐름으로 타고 가면서 자연스럽게 세부사항을 알 수 있는 공부가 됐습니다.
대부분은 뻔 한 대답일 거 같은데, 취업만을 위해 인생을 살지 마세요. 취업은 인생의 하나의 과정일 뿐입니다. 취업만을 위해서 대학생활을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취업을 해서도 생각이 많이 바뀝니다. 학교생활 이외에도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을 것입니다. 음악을 배우고 싶으면 배울 수도 있어요. 고등학교 때 우리의 목표는 대학교였잖아요. 그것에 익숙해진 탓인지 대학교에 와서도 오로지 취업에만 목매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대학생의 메리트는 우리가 어떤 일을 할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 경우는 여행이나 주식이나 재밌고 하고 싶었던 일들을 쭉 하다 보니 시야도 넓힐 수 있고, 살아가는 데 재미도 있고, 경제적 효과도 얻을 수 있었어요.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나 외부적 압력에 너무 휘둘리지 말고, 원하는 일들을 하세요. 돈이 필요하면 아르바이트를 하면 됩니다. 돈이 없어서 해외에 가지 못한다는 것은 핑계에요. 가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공부를 하고 싶으면 제대로 해보세요. 개인적으로는 책을 여러 분야에 걸쳐 많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책은 장점이 많아요. 책은 구하기도 쉽고, 다른 사람들의 깊이 있는 생각을 들을 수 있습니다. 경험과 생각을 압축적으로 적어놨기 때문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행동이 꼭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학교 때 정말 하고 싶은 것들 5가지를 정하고, 직접 해보세요. 남들과 차별화되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부딪혀 보세요. 머릿속으로만 하면 자신의 것이 되지 않습니다.
▲ 캐나다를 비롯해 여러 나라를 돌아보며 시각이 넓어졌다고 전한 김희성 선배. 사진은 남미 볼리비아
유쾌한 시간이었습니다. 선배님의 밝고 확신에 찬 에너지를 받아올 수 있었어요. 열심히 살면서 하고 싶은 일들에 부딪쳐 볼 것이고 큰 동기부여가 됐습니다. 짧게 인터뷰를 정리해 볼께요. ▲ 학점에 목숨 걸지 마라! ▲ 학생 때 공부도 해야 하겠지만, 그 나이 때 할 수 있는 일들을 놓치지 마라! ▲ 누려라! ▲ 다양한 일들을 해봤으면 좋겠다! ▲ 하고 싶다면 질러라! ▲ 실천이 중요하다. ▲ 행복한 인생은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모두들 힘찬 방학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