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같이 자신을 표현하는 미디어가 보급되면서 나를 표현하는 사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올해 새로 열린 ‘사진과 디지털 이미지’ 강의가 바로 그 관심을 대변해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진을 찍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사진을 ‘잘’ 찍는 것은 프로가 되기 전까지 쉽지 않은 일이기에, 졸업 후 다시 모교로 돌아와 관련 강의를 진행하는 사진작가, 강인기 동문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처음 강인기 동문이 대학에서 선택한 전공은 공학 계열이었는데요. 지금의 직업과는 사뭇 연관이 적어 보이는 전공에 대한 이야기와 학부 시절에 기억나는 에피소드를 들어 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점수에 맞춰서 오게 된 과였고, 결과적으론 전과했죠. 한번은 공학 개론이라는 수업을 들었는데 대강당에서 하는 강의였어요. 당연히 저는 관심이 없으니깐 헤드폰으로 노래를 크게 틀고 맨 뒷자리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교수님이 어떤 말씀을 하셨나 봐요. 그래서 옆 친구한테 아무런 의식 없이 ‘뭐래?’ 라고 물었는데 제 목소리가 듣고 있던 음악 소리만큼 컸던 거죠. 그 많은 인원이 돌아보는데…. (웃음) 동기가 ‘그럴 거면 차라리 전과하자.’라는 말을 했고, 그해 정말로 전과를 했어요.”
덧붙여 현재 진로를 방황하는 후배들에게 몇 가지 털털한 조언을 건넸는데요. "지금 진로가 고민이 된다면 굳이 적성이 아닌 일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을 이었습니다.
“물론 본인이 하고 싶은 일에 따라서 상황이 다르겠지만, 제가 특수한 경우였는지는 몰라도 살면서 어느 대학을 나왔고, 학점이 얼마나 되었고, 이거를 중요하게 본 경험은 한 번도 없어요. 자신이 제일 잘하는 게 뭐고 그걸 발전시키기 위해 어떻게 노력해왔느냐가 더 중요했지. (누군가를 가르치는 입장에서) 이런 말을 해도 괜찮을진 알 수 없지만, 본인이 하기 싫은 일이라면 과감하게 포기하고 그 시간에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게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남다른 학부 시절을 보낸 강인기 동문에게 가장 기억에 남은 강의에 관해 묻자 주저 없이 심리학 강의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심리학이나 철학 관련 강의는 전공에 상관없이 교양으로 들으면 좋은 과목이라고 생각해요. 심리학 강의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이유가 파블로프의 개와 관련된 심리학이 있잖아요? 제가 만약 강의 시작마다 과제를 내면 제 강의는 강의내용보다는 과제 생각 때문에 부담스럽고 힘든 과목으로 인식된다는 생각을 끌어내 주잖아요.(웃음) 실생활에서 사람의 심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 점에서 기억에 남는 강의였어요.”
▲ GENTLE MONSTER (강인기 동문의 작품)
학부 시절을 보낸 학교로 돌아와 강단에 서게 되는 일은 쉽지 않은 도전이자 성취일 텐데요. 강인기 동문이 강의를 맡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고 합니다.
“학교 다닐 때 이랬으면 좋겠다 하는 것들을 해보고 싶었어요. 앞서 말한 학부 생활이 그리 순탄하지는 않았던 것처럼 기존교육이 매우 답답했고 더 재미있게 강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항상 있었어요. 물론 어떤 분야나 과목이냐에 따라서 지루할 수밖에 없는 수업이 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가 맡은 강의만큼은 다르게 가보자였죠. 어찌 됐든 학교라는 곳은 지금의 제가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잖아요.
사진작가로서 돈을 버는 것에 급급하기 시작하면 사람이 찌들고 창의적인 생각이 죽을 수 있어요. 그런데 학생들을 만나서 이야기해 보면 기존에 제가 생각지 못했던 얘기도 하고, 다듬어지진 않았지만 엉뚱함에서 오는 신선한 아이디어도 있고, 결과적으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많이 되죠.“
▲ 윤하 subsonic 앨범 재킷 화보
(강인기 동문의 작품)
사진작가에게 사진을 잘 찍는 법이라는 딱딱한 질문을 하는 것이 부끄러웠지만 그 질문에 관해서도 강인기 동문은 몇 가지 팁을 섞어 본인의 철학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그림을 정말 사진처럼 잘 그리는 정물화 작가가 있다고 생각을 해봐요. 그런데 그 사람은 크게 주목받지 못해요. 왜냐하면, 자기주관이 없기 때문이죠. 피카소도 그렇고 고흐도 그렇고 똑같이 잘 그리기만 했다면 이 시대까지 회자되지 못했겠죠. 그들만의 화풍 혹은 생각으로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유명해진 것처럼, 요즘 스마트폰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잖아요. 셔터만 누르면 모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주관’을 담아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는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이렇게 봤어.’이런 거요.”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남들이 보지 않는 각도로 사물을 바라보기인 거 같아요. 카메라를 땅바닥에 내려놓는다거나 여러 가지 구도를 짜본다거나 이런 방법으로요. 아니면 말 그대로 ‘각을 잡고’ 프레임 안에 수평 수직을 맞추는 것도 좋고요. 그게 시작이죠. 또, 기본기에 도가 튼 화가들이 그 뒤에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처럼 우선 카메라와 친해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꾸 만져보고 익숙해져야 그때부터 원하는 장면을 쉽게 담을 수 있고 어떤 상황에서도 주저 없이 셔터를 누를 수 있을 테니깐요.“
강단에 서는 일 외, 본업인 사진 분야에서도 쉴 틈 없이 달려온 강인기 동문은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으로 박지성 선수와 함께 일한 나이키 광고를 선택했는데요. 또 다른 추억이 남는 작업을 선택해 줄 수 있냐는 질문에 의외의 유쾌한 대답이 나왔습니다.
“얼마 전에 수지 촬영한 거요.(웃음) 너무 예뻤어, 음…. 배우 촬영할 때하고 아이돌을 촬영할 때하고는 느낌이 달라요. 배우는 있는 그대로 자신을 드러내는데 거리낌이 없는 반면에 아이돌은 무언가 만들어진 예쁨이라고 해야 하나? 항상 예쁘게 보여야 한다는 그런게 있는 거 같아요.”
항상 바쁘게 작업물을 쌓아온 만큼 보람을 느끼는 순간도 다양했을 강인기 동문은 금전적인 성공도 좋지만, 그가 촬영한 사진이 대중들에게 파급력 있게 노출될 때 또한 보람을 느낀다고 하였는데요.
“길거리에 가다가 제 사진 보이면 당연히 기분이 좋죠. 포탈 메인페이지에 제가 찍은 사진이 올라와도 그렇고요. 프로필사진 같은 경우도 제가 누군가를 촬영해 주었는데 그 사람이 그걸로 이미지를 바꾸면 좋을 수밖에 없어요. 대표하는 사진을 제가 찍은 거로 바꿔 준 거니깐 거기서 오는 보람도 크고요.”
▲ TNGT 박보검 화보
(강인기 동문의 작품)
어떤 것을 취미라고 말하기는 쉽지만, 그것을 직업으로 삼고 프로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일은 쉽지 않은데요. 사진이라는 분야에서 본인의 직업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 배움을 전하는 위치까지 오른 강인기 동문의 열정과 노력이 어느 정도였을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본인이 하기 싫은 일이라면 과감하게 포기하되, 그 시간에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주관’을 담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 그의 말처럼 학우 여러분도 지금 이 순간 어느 길을 택해야 할지 망설이고 계신다면 조금 더 ‘가슴이 뛰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보는 것은 어떠신가요?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준 강인기 동문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