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은 가고 싶은데 넉넉치 못한 경비때문에 고민 중이라면 걱정하지 마시라.
가난한 대학생 배낭 여행자들을 위한 나라가 기다리고 있으니..
이번 겨울, 인도를 향해 배낭을 한 번 매어보는 건 어떨까?
▲슬리핑칸 기차안
때는 바야흐로 2009년 12월. 나는 기말고사가 끝나기 무섭게 인도행 티켓을 손에 쥐고 델리로 날아갔다.
왜 인도였을까? 이유는 단 하나, 배낭여행은 하고 싶은데 풍요로운 남미여행이나 유럽여행을 할 만큼의 여유가 없었다. 고로 난 수중의 50만원 정도의 돈과 '인도여행 백배 즐기기'라는 여행 가이드북만을 믿고 23일간의 인도여행을 시작했다.
나는 인도여행의 최성수기인 12월에 어렵사리 항공권을 구한 것이라 약 72만원 정도를 지불했지만, 재빠르게 움직인 여행자들은 40만원에서 50만원 사이로 항공권을 구매한 사람도 있었다.
여행객의 루트는 어느 나라를 가도 '거기서 거기'이다. 현지인이 아니고서는 지역적 특성을 모르기 때문에 여행자들은 입소문이나 여행책자에 나온 지역을 토대로 루트를 짠다. 나는 여행 전 따로 루트를 짠 것은 아니었지만 '인도에 왔다면 이것만은 꼭 해보고 싶다'고 적은 것을 위주로 여행을 하기로 했다.
처음 비행기에서 내가 인도에서 할 것을 적은 리스트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아그라 타지마할 앞에서 지붕에 손가락 얹고 사진 찍기
둘째, 자이살메르 사막에서 낙타사파리하기
셋째, 크리스마스를 바닷가 도시인 고우에서 보내기
넷째, 콜카타 테레사 수녀원 봉사활동 해보기
다섯째, 네팔 히말라야 ABC 트레킹하기
여섯 번째, 인도 속의 티벳 '레' 방문하기...
등이 있었다.
그러나 내 경험에 의하면 처음의 여행계획은 갈기갈기 찢어버리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일정이 꼬일 수도 있는 것이고, 특정지역이 좋아 아예 눌러 앉아 있다 보면 다른 지역은 자연스레 포기해야 한다. 또 기차나, 버스가 운행되지 않으면 미친 듯이 넓은 인도를 발로써 여행하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 한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것 저것 제외하고 난 후의 나의 일정은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이어졌다.
▼ 아래의 순서가 내가 인도에서 다녔던 루트이다.
델리(in)- 아그라(타지마할)- 자이푸르(핑크시티)- 자이살메르(낙타 사파리)- 아메다바드- 디우(바닷가 도시)-아메다바드- 푸쉬카르(힌두교의 성지)-델리(out).
세 번째 항목은 당시가 크리스 마스 시즌이라 인도인들도 바닷가로 휴가를 떠나 고우로 갈 수 있는 비행기, 기차 등 모든 교통 수단이 포화상태였다. 넷째는 서부지역인 자이살메르를 가기위해서는 23일의 여정으로는 북동부까지 이동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다섯 번째도 이와 같은 이유였고, 여섯 번째는 겨울에는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레로 가는 길이 통제되고, 실상 비행기도 뜨지 않는다고 했다.
사실 사전조사를 했었다면 나의 계획은 이렇게 완전히 틀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항공권은 출국 일주일 전에 발급받았고, 인터넷으로 주문한 가이드북이 내 손으로 들어온 것은 출국 삼일 전이었다는 것이다. 아무쪼록 나의 여행은 이렇게 아무런 대책 없이 진행됐다.
▲ 인도여행 내내 함께했던 '인도 백배 즐기기'
여기서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인도는 이렇게 아무대책 없이 날아온 배낭여행객들도 홀로 충분히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물가도 모르는 배낭여행객들도 배 주리지 않고, 사기도 조금씩 당하면서도 50만원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매력적이지 않은가?
나는 홀로 여행을 했는지라 대부분 혼자 싱글 룸을 잡아서 지냈다. 대략적으로 200루피 정도(약 9천원)를 지불했던 것 같다.(2009년 당시 1루피가 46원, 현재는 1루피가 20원. 당장 떠나라 인도로!) 가장 비쌌던 숙소는 새벽에 도착해 더블 룸밖에 없는지라 어쩔 수 없이 묵었는데 약 400루피를 냈고, 가장 저렴했던 숙소는 약 4일간 묵으면서 하루 100루피를 냈었다. 다만 동행이 있다면 1/n한 가격으로 묵을 수 있으니 더 저렴한 비용이 든다. 여기서 Tip을 한 가지 건네본다. 트레블매이트나 인터넷 사이트로 저렴한 침낭 하나를 챙겨가는 것을 추천한다. 아무리 지저분하고 난방이 안되는 숙소라 할 지라도 준비한 침낭안에 들어가서 잔다면 끄떡없다. 또 인도 북부를 여행한다거나 낙타사파리를 할 때 침낭은 반드시 필요한 또 다른 숙소다.
▲ 디우에서 만난 한국인 여행자와 함께 묵었던 숙소
음식, 가장 중요하다. 사실 난 처음 2,3일 간은 현지 음식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여기서 잠깐 배경설명을 하면, 인도인의 약 80%가 소를 신성시하는 힌두교이다. 때문에 인도 어디에서든 소가 사람처럼 지나다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소가 길거리에 오물을 배설해도, 노점상의 음식을 혀로 낼름 먹어치워 버려도 누구하나 소를 쫓거나 때리지 않는다. 심지어 내가 만난 어떤 인도인은 과일의 절반은 자신이 먹고, 나머지 절반은 자신의 어머니와 같은 소(그가 표현한 말에 의하면)에게 떼어 주기도 했다. 예상하겠지만 길거리에서는 소의 오물 냄새가 진동을 하고, 소 오물에 앉아 있던 파리들은 노점상의 음식이건 음식점의 탁상이건 자유자제로 날아다닌다. 이 광경을 보고 어떻게 그 음식들을 먹을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3일 째 되는 날부터 난 아랑곳 하지 않고 인도음식을 먹어 재꼇다. 내숭 없이 말하면 인도에서 난 하루 5끼씩 먹었다. 왜냐, 싸고 맛있으니까! 물론 간식도 따로 챙겨 먹었다.
사실 여행지에서 음식 값은 무시 못한다. 난 처음엔 레스토랑이라고 적힌 곳에 들어가서만 음식을 먹었는데 대략 음식 값은 약 40, 50루피 정도였다.(약 2천원) 나중엔 현지인들이 먹는 허름한 음식점에서도 많이 먹었는데, 이런 곳은 훨씬 더 저렴하다. 이곳에서는 한국으로 치면 카레정식과 같은 음식을 10,20루피만 내면 인도인의 주식인 난, 짜파티 등을 무한 리필해가면서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또 인도에서 간식으로 짜이, 라씨, 사모사 등은 하루에도 몇 번 씩 먹기도 했다. 이런 길거리 음식은 2루피부터 시작한다. 2루피면 백원도 안된다는 사실! 그러니 싸다고 계속 먹을 수 밖에...
▲인도인의 대표 간식 '라씨'
인도는 땅덩어리가 무척이나 크다. 때문에 도시 간 이동은 기차로 7,8시간은 기본이고 하루 온종일을 투자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 점을 잘 이용하면 '일타이피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푸쉬카르에서 자이살메르로 8시간을 들여서 간다고 가정해보자. 푸쉬카르에서 11시쯤 기차를 탄다면 다음날 오전 7시에 자이살메르에 도착하게 된다. 이동비만 으로 숙박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인도는 슬리핑 기차나, 이층침대버스가 많아서 이동 중에 두 다리를 뻗고 잠을 잘 수 있다는 점이 좋다.
한편, 도시 내에서의 이동은 현지버스, 오토릭샤, 자전거릭샤 등을 통해 가능하다. 내가 경험한 인도는 모든 것에 있어 가격흥정이 가능하다.(백화점만 빼고)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내가 얼마나 알고 있느냐에따라 가격은 크게 달라진다. 처음엔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릭샤꾼들의 속임으로 덤탱이를 쓰기도 하지만 2,3일만 지내보면 '이 정도 거리엔 이정도 가격만 지불하면 되겠구나'라는 감이 머지않아 온다. 멀지 않은 거리라면 20루피 정도면 적당한 것 같다.
특히 내가 놀랐던 것은 현지버스 가격이다. 인구가 많은 인도에서 현지버스를 타는 것은 미어터지는 상자 안에서 애써야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하루 한 번쯤 색다른 현지버스를 타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가격은 1루피에서 2루피. 백원도 안된다.
▲오토릭샤
내가 다녀온 모든 도시들이 다 좋았지만, 해산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디우'를 강하게 추천한다. 디우는 북서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인데, 내가 여행 갔을 때만 해도 여행객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저렴한 숙소에서는 짠물로 샤워를 해야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점을 단방에 잊게 만들어주는 한방이 있다. 바로 놀랄만한 가격의 해산물. 디우에는 해산물시장이 있는데 여행객 다섯이 모여 해산물 시장 한 바퀴를 돌면 그날 저녁은 해산물로 부르주아 식사를 할 수 있다. 약 200루피어치의 타이거새우, 킹크랩, 랍스터, 조개 등을 사면 그날 저녁은 원 없이 해산물로 배를 채울 수 있다. 게다가 일부 레스토랑에서는 요리비용 100루피만 얹어주면 손님이 사온 해산물을 맛있게 요리해준다. 결과적으로 다섯 명이 300루피만 투자하면(개인당 60루피, 즉 3천원) 팔뚝만한 랍스터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디우 해산물 시장에서
모든 게 싼 인도지만 상대적으로 비싼 것도 있다. 관광명소의 입장료가 바로 그렇다. 아그라의 타지마할의 요금을 예로 들자면, 타지마할을 구경하는데 총 들어가는 요금이 750루피이다. 사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타지마할을 보기위해 인도까지 왔는데 750루피는 큰돈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지인에게는 20루피만 받으면서 관광객에겐 37.5배나 비싼 요금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그 돈이 어마어마하게 크게 느껴진다.
그리고 자이살메르에서의 낙타사파리. 자이살메르에는 낙타사파리를 운영하는 몇 개의 여행사가 있다. 나는 성안에 있는 머드미러라는 숙소를 통해 다녀왔는데 사막까지 가는 지프대여비, 사막에서 1박 2일간 먹은 음식비, 캠프파이어비 등을 총 합해서 약 700루피 정도 사용했다. 그러나 어디서나 비싼 것은 그 값을 한다고 낙타사파리는 가격 그 이상의 가치를 톡톡히 했다. 1박 2일 코스의 낙타사파리를 하는 동안 낙타몰이꾼 들이 모든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저녁에는 바로 눈앞에 셀 수 없이 많은 별들이 이불이 되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아그라 타지마할
인도에 가면 여행객들이 꼭 사오는 몇 가지 것들이 있다. 히말라야 화장품, 질 좋은 캐시미어, 특이한 무늬의 머플러 등이 있다. 히말라야 화장품은 한국의 사이트를 참고해보면 인도가 얼마나 저렴한지 확인할 수 있다.(http://www.himalayakorea.com/) 선물용으로도 좋고 사용해보니 참 좋다. 또 앞서 말했듯이 인도의 모든 것은 가격이 흥정가능하다. 한국에선 값 비싼 캐시미어나 독특한 머플러 등은 몇 가지 구매해오면 한국에서 멋쟁이가 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사람들은 어떤 곳에 가든 일주일 정도만 지나면 그곳 생활에 익숙해지게 된다. 물가에 있어서 또한 그렇다. 처음엔 '너무 싸서 좋아'라고 말하다가도 얼마 지나면 그곳 물가에 익숙해져 "너무 비싸네"라고 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도는 23일간 나 홀로 여행하면서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하고 싶은 것 다하면서 맘 편히 풍요롭게 여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난한 대학생들에게 분명 매력적인 여행지임이 틀림없다.
▲자이살메르 성 안에서의 머플러 쇼핑
덧붙이면 인도가 토종 한국인에게 주는 매력은 값싼 물가뿐만이 아니다. 한국과 전혀 다른 문화, 전혀 다른 이국적인 풍경은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는 배낭여행을 함에 있어 여행객들에게 하루하루 새로운 에너지를 선물해준다. 또한 엄청난 크기의 땅과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가는 곳마다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인도가 현재 BRICs 국가 중의 한 나라로 급격한 성장을 하고는 있다고 하지만 아직은 개발도상국 단계에 있기 때문에 사람들도 너무 이기적이지 않고 순박하며 친절하다. 가끔 여행도중 현지인들이 호의로 베푸는 현지식이나 짜이는 인도가 주는 특별 보너스다.
개인적으로 나에게 인도는 첫 배낭 여행지이자 첫 해외 여행지였다. 별다른 이유 없이 정한 목적지였지만 후회는 손톱만큼도 남지 않는 굉장히 매력적인 나라이다. 물론 내가 그곳에서 느낀 나만의 인도는 지금 이 글로써 다 전하진 못했지만, 이 글에서 전하고자 한 '가난한 대학생, 저렴하게 배낭여행 갈 수 있는 곳'으로 인도는 최적의 국가임이 분명하다.
저렴하고 이국적인 땅을 찾는다면 당신을 위해 강력히 추천한다.
자, 얼마 남지 않은 방학. 대학생 수준에서 가격대비 최고의 질을 느낄 수 있는 여행지를 찾고 있다면 주저말고 떠나라.
인도로!
단, 모든 비용은 2009년을 기준으로 제시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