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라는 직업이 가지는 힘은 놀랍습니다. ‘하얀거탑’, ‘그레이 아나토미’ 같은 의학 드라마를 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하얀 가운을 입고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을 동경했을 것입니다. 그만큼 사람의 생명은 숭고하고, 그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의사라는 직업은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의사라는 직업은 ‘의과대학’라는 높은 장벽에 가로막힙니다. 대부분의 학생은 힘겨운 수험생 시절을 거치면서, 의대의 꿈을 포기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와서도 ‘의사’의 꿈을 포기하지 않은 학생들이 있다면, 저는 <의과대학원>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지금부터 의사가 되는 또 다른 길,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의과대학원에 입학한 조성균(07·생과기) 동문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의과대학원이란 무엇을 하는 곳인가요?
의과대학원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됐습니다. 대학 졸업자(학사)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이 MEET를 통해 입학하게 됩니다. 그리고 4년 재학 후 졸업하면 국가고시를 통해서 <의사자격증>이 주어집니다.
의과대학과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의과대학은 기초의학 부문에 초점을 맞추지만, 의과대학원은 임상의학 부문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또 달라진 점은 통합과목을 늘리고 문제중심학습을 도입했다는 것입니다.
<통합과목>이란 이전의 ▲ 생리학, ▲ 생화학, ▲ 내과, ▲ 외과 식의 <분야별 과목>을 통합하여, 이와 관련된 모든 교실이 참여하여 강의, 실습하는 형태입니다. 또 병원실습(clerkship)을 대폭 늘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중심학습>이란 의학에 관한 내용을 강의를 통해 주입하는 것을 지양하고, 환자 증례 등 문제를 해답 없이 주고, 토론, 튜터와의 질의를 통해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 중심의 학습입니다. 정답을 맞혔는가보다 과정 중에 나타난 논리적인 근거, 논리적인 사고 과정 등이 주된 평가의 대상이 됩니다.
의과대학 |
의과대학원 |
기초의학 |
임상의학 |
이론 위주 |
실습 위주 |
분야별 과목 |
통합 과목 |
암기학습 (결과중심) |
문제중심학습 (과정중심) |
의과대학원의 모집정원은 어떻게 되나요?
학교마다 모집정원이 다르지만 총인원은 아래의 표와 같습니다. 2011년에 1,687명으로 최고조에 이르렀다가 2017년에 218명으로 대폭 감소하였습니다.
▲ 의과대학원 모집정원
의과대학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가장 중요한 건 MEET라는 시험이며, 각 대학에서 요구하는 토플 또는 토익 점수가 어느 정도 돼야 지원할 수 있습니다. 학점은 GPA 기준 80/100, 평량 평균 3.0/4.5 이상을 지원 자격으로 둔 곳이 대부분입니다.
의학교육입문검사 MEET 시험은 무엇인가요?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위해서는 MEET라는 시험을 보게 됩니다. MEET 시험은 정규 4년제 대학을 졸업했거나 졸업예정인 사람이 볼 수 있으며 매년 6월 초에서 6월 중순쯤에 인터넷으로 원서접수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MEET인지 DEET인지를 결정합니다. MEET는 의과대학원 입학 자격시험이고 DEET는 치의학 대학원 입학 자격시험입니다.
시험은 매년 8월 말에 있으며, 1년에 한 번 있습니다. 시험 성적은 영역별 표준점수로 나오게 되고 표준점수의 합계를 가지고 각 전문대학원에 원서를 제출하면 합격 여부가 결정됩니다.
시험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 자연과학 Ⅰ: 40문제/100분
- 자연과학 Ⅱ: 45문제(일반화학 16문, 유기화학 13문, 일반물리학 13문, 통계학 3문)/110분
의과대학원 준비는 어떻게 하셨나요?
MEET 준비 기간은 총 3년이 걸렸어요. 2년 동안은 인터넷 강의(이하 인강)를 들으면서 공부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죠. 인강만 들으면서 공부해도 1년에 천만 원 정도 들었기 때문에 포기해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래도 오랫동안 인강을 들어서인지 정이 들어, 인강 강사님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러 갔어요. 자주 찾아뵌 적은 없지만, 2년 동안 원서를 넣을 때마다 상담하러 종종 찾아뵀었거든요.
그때 인강 강사님이 1년만 더 해보면 어떻겠냐고 권하셨어요. 비용이 걱정이면 학원 장학생으로 현장강의를 듣게 해준다고 하셨죠. 그래서 3년 차에 장학생으로 학원에 다니면서 공부했어요. 그 결과,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의과대학원에 합격했죠. 이런 게 전화위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로 포기하려고 했고, 30살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취업도 걱정되는 시기였거든요. 합격통보를 받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고생했던 2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공부했기 때문에 MEET 성적이 나쁘지 않았고, 그래서 학원 강사님이 그런 제의를 하셨던 걸로 생각해요. 그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묵묵하게 공부했던 저 자신이 대견했어요.
의과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처음 입학했을 때였어요. 의과대학원에 입학했다고 좋아했는데, 첫날부터 학과 행사를 하더라고요. 3박 4일 동안 ▲ 뼈, ▲ 근육, ▲ 신경 같은 신체 구조의 이름을 외우는 거예요. 이렇게 들으면 별거 아닌 거 같지만, 말 그대로 외울 때까지 잠을 재우지 않아요. 아침 9시에 시작해서 아침 7시까지 공부 하는 거죠. 그다음 1시간 정도 쉬다가 다시 아침 8시부터 외우기를 반복하는 거죠.
말 그대로 잠 안 자고 3박 4일을 버틴다고 생각하면 돼요. 그때는 왜 이렇게 비효율적인 일을 해야 하나 생각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의과대학원 생활은 그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결국, 입학한 다음 3박 4일의 여정은 “앞으로 의과대학원 생활을 버틸 수 있느냐?”에 대한 예비 시험이었던 거 같아요.
의과대학원의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의과대학원은 4년 동안 다니고, 학년제입니다. 그래서 휴학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입학을 먼저 한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먼저 졸업했느냐에 따라서 서열이 달라지거든요. 4년 안에 졸업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학점이 너무 낮게 나오거나, F가 하나라도 뜨는 순간 유급 되기 때문이에요. 같은 학년을 한 번 더 반복하게 되죠.
그나마 1~2학년은 방학 때는 쉴 수 있지만, 3학년부터는 방학 때도 병원에 <실습>을 나가게 됩니다. 사실상 쉬는 날이 없다고 생각하면 돼요. 그냥 매일매일 공부의 연속이고, 조금이라도 뒤처지는 순간 도태 됩니다.
졸업하고 ‘의사 자격’ 시험을 치면 <일반의> 자격증이 나오게 됩니다. 흔히 동네에서 보이는 <의원>을 차릴 수 있는 자격이 생긴 거예요. 여기서 대학병원에서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을 더해 총 9년을 더 수련하면 <전문의> 자격증이 나와요. 대학원 4년도 치열한 경쟁의 연속이지만, 졸업한 뒤 5년의 수련의 시절도 그에 못지않은 경쟁의 연속이죠. 그때 자신이 받은 평가에 따라 큰 병원들의 취직이 결정되니까요.
의사 자격시험은 합격률이 80~90% 정도로 떨어지는 사람은 없다고 보면 돼요. 하지만 그 성적에 따라서 ▲ 내과, ▲ 외과, ▲ 성형외과, ▲ 정신과, ▲ 안과, ▲ 비뇨기과, ▲ 이비인후과 같은 전공을 선택할 수 있어요. 그래서 다들 의사 자격시험의 고득점에 목을 매죠.
일반의 |
전문의 |
의과대학원 4년 |
의과대학원 4년 + 인턴 1년 + 레지턴트 4년 = 총 9년 |
의원 |
병원 |
▲ 왼쪽, 공부하고 있는 조성균 동문
힘든 점은 없으신가요?
매주 금요일마다 밤새워 공부해 토요일에 시험을 보고 나면 동아리 활동을 해요. 운동 동아리는 필수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하잖아요. 의대 생활이 워낙 힘들어서 중간에 포기하는 학생들도 많아요. 그래서 정신건강을 고려해서 ▲ 축구, ▲ 농구, ▲ 야구, ▲ 테니스 중에서 하나를 반드시 해야 해요. 그런데 금요일에 밤새워 공부하고 토요일에 운동 동아리를 하러 나가면, 세상이 핑핑 도는 느낌이 들어요. 정신건강을 위해서 운동한다고 하는데, 그냥 집에 가서 자고만 싶더라고요. (웃음)
학부 때와는 다르게 의과대학원은 오고 싶은 학생들만 와요. MEET 시험을 통과했다는 것만 봐도 대부분 공부에 이골이 난 사람들이죠. 공부 잘하는 사람들만 모아놨기 때문에 경쟁도 치열해서 B만 나와도 성적이 잘 나왔다고 말해요.
가장 힘든 건, 인간의 가장 본능적 욕구인 ‘수면’이 모자란다는 거예요. 조금의 여유 시간이 있으면 잔다고 생각하면 돼요.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잦은데, 그럴 때마다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견뎌요. 3년 동안 뒷바라지해주신 것만 생각해도 죄송한데, 포기하겠다고 말은 못 하겠더라고요. 지금도 견딘다는 느낌으로 버티고 있어요. 분명 좋은 날이 올 거라고 믿고 있어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
사실 의과대학원을 진학하기까지 참 많은 고민이 있었어요. 고민 중에 취직에 대한 막연함도 있었어요.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서는 스펙을 쌓고, 여기저기 서류를 넣어야 하잖아요. 취직은 점수가 아니에요. 그래서 내가 합격할지 불합격할지 알 수 없는 그 불안함이 싫었어요. 반면에 의과대학원은 MEET라는 시험을 쳐서 명확한 점수가 눈에 보였던 게 좋았던 거 같아요. 수능을 한 번 더 보는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적어도 점수라는 객관적인 기준이 있었기 때문에 불안하진 않았어요.
하지만 의과대학원에 입학하고 공부하느라 잠 못 자는 나날들이 이어지면서 힘들었어요. 과연 의사가 내 길이 맞나? 라는 고민도 많이 했고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저는 학교를 산책하면서 MEET 시험을 공부하던 그때를 떠올리곤 해요. 3년 동안 묵묵히 공부해서 학원 장학생으로 선정되고, 의과대학원에 합격하던 그 날을 저는 아직도 잊지 못해요. 분명 살면서 힘든 날이 많겠지만, 그때를 떠올리면 “노력은 반드시 보상받는다.”라는 말이 떠올라요. 여러분들도 만약 목표를 정했다면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길 바라요.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힘든 시기를 겪는 거 같아요. 때로는 주저앉아서 도저히 일어나지 못할 것만 같은 때도 있겠죠. 저 역시 그런 시기를 보냈고요. 조성균 동문과 인터뷰를 하면서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지금 현실의 버거운 무게를 ‘견디고 있다.’라고 표현하는 조성균 동문의 말이 어딘가 슬프게만 들렸습니다.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모습이 아름답게만 느껴졌습니다. 여러분들도 힘들고, 진로와 취업 사이에서 방황하겠지만, 꿋꿋이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항상 좋은 결과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