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유학 가보기, 해외에서 살아보기는 다들 한 번씩은 꿈꿔봤던 생활일 것입니다. 하지만 안전의 문제, 비용의 문제, 타국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꿈으로만 꾸시는 학우분들이 많은데요. 학교에서 이런 문제들을 어느 정도 보완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있죠. 바로 교환학생입니다. 교환학생 제도를 통해 해외의 삶을 체험한 박세훈(13·통계) 학우를 연세웹진에서 만나봤습니다.
Q.교환학생을 준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저는 하나의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경험은 그저 경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시야가 넓어지는 것으로 생각하거든요. 제가 경험을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장학금이었어요. 대학에 들어오고 대학생이라면 장학금을 받아봐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1학년일 땐 학점이 정말 낮아서 꿈도 못 꿨지만, 복학을 하고 난 뒤 열심히 노력해 장학금을 받고 나니까 더 큰 일, 다른 일에 도전하는 용기가 생겼던 것 같아요. 이제 뭘 하지? 대학생일 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교환학생을 떠올리게 됐어요. 해외에서 살아보고 싶지만, 비용이 걱정인 학생들에게 교환학생은 정말 좋은 제도니까요. 그리고 대학생일 때만 할 수 있는 제도이기도 하고요. 장학금을 받는다면 더욱 저렴한 비용으로 해외 대학의 수업을 들어보고 생활도 할 수 있으니 교환학생을 가고자 맘먹게 됐어요.
Q.싱가포르의 대학으로 가게 된 이유가 있나요?
저는 신촌의 교환학생으로 신청해서 싱가포르에 있는 난양 기술대학교(NTU)로 갔어요. 원주가 아닌 신촌으로 신청하게 된 이유는 신청할 수 있는 대학의 수가 많아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이에요. 교환학생을 준비하기로 마음먹고 제일 먼저 고민한 건 어느 나라로 갈 지였어요. 처음에는 독일로 가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유럽 쪽 교환학생의 물가를 무시할 수 없겠더라고요.
두 번째로 생각한 나라가 싱가포르였습니다. 싱가포르의 물가는 한국과 비슷하고, 치안이 잘 돼 있어서 독일 다음으로 싱가포르를 생각했죠. 그리고 NTU는 정말 뛰어난 대학이라고 생각했었고 무엇보다 파이썬에 대한 커리큘럼이 있었다는 점 역시 컸던 것 같아요. 파이썬은 최근 데이터 처리 프로그램 중 각광받고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에요. 하지만 아직 데이터 처리 프로그램 중에서는 유명하지 않기 때문에 학교에 다니면서 파이썬 수업이 없어 아쉬웠는데 이곳에서 수업으로 자세히 배울 수 있었다는 점에서 싱가포르로 결심하게 됐어요.
우선 영어성적이 좋지 못했어요. 처음 모의 토익을 풀었을 때 정말 열심히 풀었지만 500점대의 점수를 받았지 뭐에요. 영어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학점이 좋은 편이라 토플 합격선을 넘기는 것으로 목표로 삼고 방학인 한 달 동안 토플을 준비했어요. 하지만 토플에서 배운 내용만으로는 회화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 싱가포르에서 전자책으로 된 영어회화책을 구매했어요. 조금씩 틈틈이 듣기 파일을 듣고, 혼자 계속 말해보면서 일상적인 영어와 친해지려고 노력했죠. 그리고 교환학생을 가기 전에 글로벌 빌리지나 학교 내의 교환 학생 학우들과 좀 어울릴 수 있는 활동을 하고 가는 걸 추천해 드려요. 주변 지인이 글로벌 빌리지 활동을 하는 걸 보니 교환학생들과 매우 많은 교류를 하고 있더라고요. 평소에 외국인과 대화해 볼 기회는 많았으나 제 또래의 외국인과는 대화해본 적이 없어서 대화할 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했었거든요. 아마 이런 기회를 통해 또래 외국인들과 많은 대화를 해보고 만나보면 가서 외국인과 대화할 때 더 편했을 거 같아요.
▲ 맨 오른쪽이 박세훈 학우
NTU에서 하는 수업에는 한국과 다른 점이 두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수업내용이 수업이 끝난 후에 녹음된 파일로 올라온다는 점이에요. 싱가포르도 영어를 사용해 수업이 영어로 하지만 토플에서 배운 영어 발음이 아닌 싱글리시라는 싱가포르의 발음이어서 초반 수업내용에서는 80% 이상은 알아들을 수 없었어요. 수업시간에 녹음과 필기를 하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어 수업 녹음 파일이 정말 많이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두 번째는 대학 커리큘럼이에요. 한 개의 수업이 ▲ 튜토리얼, ▲ LAB 세션, ▲ 세미나 강의, ▲ LECTURE 네 가지의 커리큘럼을 포함하고 있어요. 각 커리큘럼대로 과제가 나오기 때문에 한 과목마다 일주일에 과제가 서너 개가 나오는 셈이니 과제가 정말 많더라고요. 이 부분은 교내에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면서 사귄 친구들이 도움을 많이 줬어요. 흔히 말하는 학과 시험에 대한 족보가 없었기 때문에 학생들끼리 공유하는 자료가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되죠.
그리고 그곳에서 공부하면서 생각지 못한 한 가지 애로사항이 있었는데 바로 도서관 자리 잡기에요. 교내에 도서관이 세 군데나 있어서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것을 선호하는 저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었으나 그곳 학생들의 학구열이 상당히 높아서 시험 기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도서관 자리를 찾기가 힘들었어요.
Q.교환학생을 가서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는 게 어렵지는 않았나요?
많은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이 궁금하실 점 같아요. 저는 겁내면서 사람들이 다가오길 기다리기보다는 먼저 다가갔어요. NTU에는 22개의 기숙사 중 2번 기숙사에 술을 마실 수 있는 학식당이 있어 친구 사귀기 더 편했던 것 같아요. 저는 학교에 적응하고 난 뒤에는 이곳에서 맨땅에 헤딩하듯 ‘Can I join you’라고 말 걸고 다녔어요. 이후에는 스쿠버다이빙이나 축구 클럽 등 활동들에 가입해서 외국인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부딪힐 기회가 많았어요. 보통 사람들은 교환학생을 가서 사귄 친구들은 한국으로 돌아오면 거리 때문에 결국 연락을 안 한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진 않아요. 이번에 외국인 친구가 한국에 온다고 해서 다시 오랜만에 만나기로 했거든요.
그곳에서 취미 그리고 자기 계발 두 가지의 활동을 했어요. 우선 자기 계발적 활동으로 KLP(Korea Language Program)과 스타톤이라는 활동을 하게 됐어요. 우선 KLP는 말 그대로 한국어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이에요. 저는 그곳에서 한국인으로서 할 수 있는 활동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외국 친구들에게 내 나라, 한국에 대해 알려주고자 하게 됐어요. 싱가포르에도 K-POP의 인기가 늘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한국인 학생들 주최로 KLP라는 교내 공식 동아리가 만들어졌어요. 이 동아리에서는 한 학기를 분기로 해서 매주 학생들과 만나며 한국어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진행해요. Language 활동답게 매주 한국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한국어 안에서 주제를 정하고 수업 또는 토크쇼 방식으로 한글을 알리는 활동을 했어요. 저는 그곳에서 한국의 숫자를 읽고 쓰는 방법에 대해 수업을 맡게 됐는데 생각보다 한국어가 어려운 언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됐죠.
▲ KLP 활동 중인 박세훈 학우
그리고 두 번째 활동은 스타톤(Starthon)이라는 활동이에요. 국내에는 해커톤 정도로 알려졌을 텐데요. 스타톤은 스타트업과 마라톤이 합쳐진 말이에요. 시작한 날 아침에 주제를 주면 무박 2일 동안 사업구상부터 프로모션까지 완성한 뒤 다음 날 저녁에 발표하는 공모전이죠. 아쉽게도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정말 많은 것을 얻은 좋은 기회였어요. 싱가포르의 대학은 국가에서 이러한 활동을 많이 지원해 주는데 저처럼 짧게 무박 2일 동안 하는 프로그램부터 6개월 1년 정도 길게 하는 공모전들도 있어요. 이런 교내 공모전은 정부에서도 지원을 하고 있으며 이와 못지않게 기업 공모전 역시 많이 열리는 편이죠. 또 이런 활동을 하면서 좋았던 점은 학교에서 공모전이 열리면 이런 학생들의 아이디어에 도움을 주기 위해 특강이 열려요. 저는 이런 특강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교환학생을 가기 전에는 사물인터넷이란 분야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 공모전을 진행하던 중 아이템을 구현하는 데 있어 사물인터넷, 공유 하드웨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더라고요. 이런 부족한 점을 특강을 통해서 보완할 수 있었어요.
▲ 스타톤 중의 맨 왼쪽의 박세훈 학우
자기 계발적 활동들 외에 취미 활동도 많이 했어요. 저는 평상시에 운동을 굉장히 좋아해요. 그래서 싱가포르에 가서 ▲ 스쿠버다이빙, ▲ 힙합 댄스클럽, ▲ 운동클럽에 들어가서 활동했죠. 우리나라에서 친구들과 놀 경우 술에 집중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곳에서는 친구들과 운동을 같이하거나, 여행을 같이 계획해서 떠나는 엑티비티 활동을 주로 해요. 이러 한 활동들을 통해 저는 이곳에서 운동을 취미로 시간 날 때 하는 것이 아니라 평생 놓지 않고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그곳 학생들은 자신은 취미활동이라고 하지만 거의 준 프로급의 실력을 갖추고 있어요. 그리고 취미에 있어 자신만의 확고한 테두리와 울타리가 있죠. 평생 그 취미를 즐기면서 프로급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 거예요. 남이 보기에는 그 취미가 직업이 될 만도 하지만요.
교환학생을 가는 것이 확정됐을 때, 저는 저의 전공인 정보통계 분야에서 데이터 분석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컴퓨터 학과로 진학할 것, 외국 학교의 우수한 교육시스템을 경험하기로 할 것, 이 2가지에 초점을 맞췄어요. 하지만 막상 가보니까 이 2가지의 색이 옅어지더라고요. 저는 교환학생을 가기 전에 노력중독이었어요. 시험이나 목표로 해야 할 게 끝나면 좋았지만 할 일 없이 그냥 쉬고 있으면 뒤처진다는 느낌에 우울하고 불안했어요.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저는 다른 사람들이 취업준비로 바쁘고 제일 열심히 한다는 4학년 1학기에 교환학생을 준비해서 떠나게 됐고, 가서도 더 열심히 하려고 하고 공부에 더 초점을 맞추려 했던 것 같아요. 막상 가니까 이런 저를 옭아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더라고요. 저는 교환학생을 가서 휴식이라는 것에 대해 알게 됐어요. 이를 통해 노력중독으로 스트레스받고 시도하고 노력하고 좋은 결과를 얻어야만 한다는 강박증이 조금씩 사라진 것 같아요. 자신을 더 알아보고 사랑하는 계기가 됐죠. 그 전에는 누가 봐도 삶의 현실적인 가치를 따지며 살아왔던 사람이었지만 현재에는 쉬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교환학생을 가기 전과 달리, 지금은 두 개가 적절히 섞인 것을 더 중시하게 됐어요.
저는 교환학생을 다녀온 후 휴학을 한 상태예요. 그저 쉬기 위해서가 아니고 저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휴학을 하게 됐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일, 꿈을 찾아보려고요. 아마 교환학생을 갔다 오지 않았더라면 그냥 학과 생활을 마치고 대학원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어요. 하지만 교환학생을 통해서 컴퓨터 학과라는 수업을 듣고 나니 계속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그래서 학과 공부 외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꿈을 찾으려 노력하는 중이에요.
고등학교 때 생각했던 대학교가 실제로 다니나 보니 생각한 것과 다른 것처럼 교환학생도 비슷하다 생각해요. 그러니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레짐작으로 걱정해서 그만두시는 분들이라면 포기하지 마시고 끝까지 도전해 보세요! 교환학생을 준비하다가 그만두는 사람은 많지만, 교환학생을 괜히 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물론 학문적인 지식을 넓히기 위해 가는 교환학생이어서 가서의 공부가 걱정될지도 모르지만 그걸 넘어서 저처럼 시야가 넓어지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잖아요. 대학교에서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한때 교환학생을 가려고 준비하던 때가 생각났어요. 저는 공부를 위해서가 아닌 그저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도전을 했다가 현재는 그 꿈을 접고 다른 활동을 도전하는 중인데요. 이번 박세훈 학우의 인터뷰를 통해 교환학생의 꿈을 포기했었다는 게 좀 아쉬워지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저도 지레짐작으로 걱정을 먼저 해서 포기했나 싶더라고요. 그러면서 그러한 걱정에도 불구하고, 타국이라는 불안함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이뤄냈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됐습니다. 학우 여러분들도 무언가 도전하는 게 있다면 걱정 때문에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도전해 꼭 이루시길 바라요!
혹시 추가로 교환학생의 제도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학우분들은
/system/xbd/board.php?bo_table=webzine&wr_id=149&sca=b&sfl=wr_subject&stx=%C7%D8%BF%DC&sop=and&page=0 기사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