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첫날 기숙사에 입사한 새내기들, 처음으로 부모 곁을 떠나 홀로서기를 시작했지만 학교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죠. 하지만 18명의 RC들과 각 학사를 책임지는 RA 및 Master 교수가 있기에 이 시간을 어렵지 않게 보낼 수 있습니다. 연세의 자랑스러운 RC(Residential College) 프로그램을 이끄는 RA에 대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현재 머레이 하우스 RA인 안태민 학우와 초아름 하우스 RA인 천하림 학우를 만나 보았습니다.
안태민 학우는 현재 3학년 2학기이지만 졸업예정자로 1년 조기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1학년, 2학년 때 학생회 활동과 교내 중앙동아리인 '바구니'에서의 활동을 제외하고는 다른 대외 활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빠른 졸업을 위해 매 학기 21학점씩 채워 들으면서도 RA 활동을 놓치지 않았던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안태민 학우는 2학년이 되자마자 바로 RA로 선발되어 2012년부터 현재까지 RA활동을 계속하고 있고, 머레이 하우스의 대표 RA를 맡고 있습니다. 1학년 때부터 세연학사에 살았고 세연학사의 최지영 Master 교수에게 좋은 인상을 많이 받아 세연학사 RA에 지원하게 됐다고 합니다.
또한 결정적인 계기는 1학년 때의 담당 RA인데요, 그 당시 RA와 얘기가 잘 통하고 형으로서 의지가 되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도 좋은 RA 형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최지영 Master 교수님은 남자다운 성격이시지만, 정이 많으시고 언제나 RC, RA들의 편에 서서 RC 프로그램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신다고 소개했습니다. RA를 1년 하고 입대하기 전 교수님께 개인적으로 편지도 썼다고 하니, Master 교수에 대한 애정이 만만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인터뷰 중인 안태민 학우
천하림 학우는 현재 RA를 5학기째 하고 있는데요, 아마 RA중에 가장 오랜 경력을 가진 학우일 듯 합니다. 안태민 학우와 마찬가지로 2학년때부터 바로 RA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천하림 학우는 RA를 학교 안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활동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대외활동이 거의 서울이나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고, 우리 학교의 지리적 특성상 교외활동을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RA는 여느 대외활동과 비교해보아도 꿀리지 않을 만한 RC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고,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천하림 학우는 우리 학교에 남들보다 조금 늦은 나이에 입학했지만 1학년 때부터 RC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1학년 때 RA가 콜로키아 공모전이나 RA를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추천해줘서 지원한 뒤 콜로키아 공모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인도네시아로 해외봉사를 갔다 왔고 RA에도 선발됐습니다. 또한 1학년 때부터 청연학사 초아름 하우스 이명희 Master 교수의 RC로 생활하면서 교수님과의 면담을 통해 더욱 RA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고 합니다.
후에 RA가 됐을 때는 RC들 중에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친구가 없었기 때문에 정말 기숙사에서 같이 생활하는 친한 언니와 같은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늦게 대학교에 입학한 RC들은 천하림 학우에게 비슷한 고민을 한 언니라서 더 많이 의지할 수 있었고, 그런 같은 경험을 가진 언니가 자신의 RA라서 더 좋다고 진심을 담은 말들을 전했다고 합니다.
안태민 학우는 RA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로 지난 학기를 꼽았습니다. 한 RC가 매지리에서 술을 많이 마시고 새벽에 주차장 난간에서 떨어져서 척추와 왼쪽 발목이 심하게 다쳤었다고 합니다. 사고가 난 이튿날 병원에 가서 수술을 하고 질병 휴학 결정을 내리기까지 Master 교수와 RC 부모와의 상담이 계속해서 이어졌습니다. RC가 재활 치료를 하는 중에 병원에 자주 찾아가 상태를 확인하고, 퇴원하고 나서도 RC와 만나면서 회복 상태를 지켜봤습니다.
안태민 학우는 처음으로 RC가 크게 다친 경우여서 걱정이 많이 됐고 마음이 무거웠다고 합니다. RC의 부모도 바쁜 상황이라 Master 교수와 같은 분반 RC들이 돌아가면서 병문안을 가야 했습니다. 그는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RC 부모님의 자신에게 학교에서 부모가 할 역할을 대신 해줬다며 매우 고마워 하셨다고 말했습니다. 반대로 보람 있던 순간은 RA 평가 점수가 좋을 때라고 솔직한 심정을 전하기도 했는데요. RC였던 아이들이 나중에 RA로서 동료가 됐을 때가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천하림 학우는 RA를 하면서 아버지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선생님인데 직장 생활을 하면서 느꼈을 감정과 힘든 점들을 간접 체험하는 느낌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아무래도 나만의 시간을 빼앗기는 느낌이 들 수 있고 사람 대하는 일이다 보니까 스트레스도 자연히 따라올 수 밖에 없었겠죠. 그래도 길 가다 마주치면 누구보다 반갑게 인사해주는 RC들이 RA를 계속하게 만드는 활력소가 아닐까요?
A. (안태민) 저의 대학교 생활에서 RA 활동이 공부 다음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RA로 활동할 떄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내가 도움을 준다'의 의미였는데 지금은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제가 더 많이 배운것 같습니다. 우선 대학 생활을 하면서 타인과 깊은 관계를 맺을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는 않는데, RA를 하면서 RC들과 상담도 하고 같이 생활하다 보니 끈끈한 관계가 자연스럽게 맺어질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RC 프로그램을 통해 누군가와 깊게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공식적으로 주어지는 것인데 그 기회를 제가 갖게 돼서 너무 감사하죠.
또 매학기 많은 RC들과 이야기하다 보니 사람을 대할 때 깊은 관계까지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또 RC들과의 관계 뿐만 아니라 RA들과의 관계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제가 막내 RA였을 떄 좋은 형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지금도 동료 RA들과 아주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죠. 지금까지도 졸업생 RA들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고 가끔 찾아오시기도 하는데 모두 좋은 직장에 자리 잡으시고 잘 되셔서 너무 좋습니다.
A. (천하림) 저는 대학교에 오기 전에 이사도 안 해봤고 다른 동네에 가본적도 없고 계속 한 동네에서 살았습니다. 그래서 대학교에 처음 왔을 때 다른 지역으로 오니까 마음이 괜히 싱숭생숭했었죠. 그런데 RA를 하면서 학교에 정을 붙이고 잘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과 활동도 많이 안하는 편이었지만 RC였던 과 후배는 친해질 수 있었고 타과 후배들, 타과 RA들을 많이 알게 돼서 적응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또한 RA 활동을 통해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가 더 발전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RC들에게 배울 점도 많았기 때문에 더 노력하면서 살아야겠다고 매해 다시 다짐하곤 합니다. RC들과 이야기 하면서 내 생각도 없어지고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다보니까 이해심도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 캠퍼스는 2007학년도부터 국내 최초로 RC 프로그램을 전면적으로 도입하여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제도가 오래됐기 때문에 현재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안태민 학우는 RC프로그램이 진정으로 정착이 되려면 1학년 RC들이 프로그램을 대하는 자세와 RC프로그램이 추구하는 방향성이 긍정적으로 일치해야 성숙하게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학교에서는 RC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추가함으로써 프로그램을 보완하고 좀 더 정교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중요한 것은 RC들의 내면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RA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수 밖에 없는데요. 안태민 학우는 기존 RA채용 방식이 서류와 담당 Master 교수와의 면접 통과를 요구하지만 선발 제도에 대한 절차를 좀 더 보완해서 RA에 대한 검증을 강력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는 선발이 된 RA들도 자주 RA들끼리 모여서 워크샵을 가지고 재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추가됐으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RA에 대한 엄격한 기준과 잣대를 적용하는 대신 장학금 이외에 다른 방법을 통한 RA 복지 또한 발전되어야 하겠죠?
2007학년도 이후에 입학한 우리 학교 학생이라면 1학년 때는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합니다. 대부분이 처음 부모 곁을 떠나는 것이라 부모님들이 많은 걱정을 하시는데요. 천하림 학우는 RC 프로그램이 그 걱정을 덜어드리고 안심시켜드리는 제도이자 1학년들이 타지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습니다. RC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같은 분반 RC들끼리 고등학교 친구 못지 않게 친해지는 경우가 많아서 '대학 친구는 진짜 친구가 아니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라고 합니다.
천하림 학우는 안태민 학우와 마찬가지로 RC들이 강제로 해야 해서 하는 것보다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느낌이 드는 프로그램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RA들 또한 좀 더 단합된 모습으로 하나로 뭉쳐 RC들을 위해 일한다면 좀 더 발전된 RC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 초아름 하우스 8-13분반 RC들과 함께 한 천하림 학우
A. (안태민) 저는 1학년 RC들에게 RA 하기를 꼭 추천합니다. 워낙 제가 활동하면서 많이 배웠고 소중했던 시간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RA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장점을 활용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보람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누군가에게 모범이 되고 본보기가 되고 나의 한마디 한마디가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모르니까 말과 행동을 항상 조심하게 됩니다.
보람이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에 따른 책임도 막중하기 때문에 RA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RC 프로그램이 학교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제도이니만큼 학교에서 추구하는 RC 프로그램을 대변할 만한 훌륭한 학우들이 많이 지원하길 바랍니다. 특히 사람을 만날 때 깊은 관계를 맺기 좋아하는 학우들에게 꼭 추천해 주고 싶습니다.
A. (천하림) 저는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 했습니다. 그런데 RA를 하면서 RC들과 매주 모여 분반 모임을 하다 보니 말하기에 대한 부담이 많이 줄었습니다. 요즘 사회에서 중시하는 능력 중에 하나가 리더십인데 사실 리더십을 기를 만한 활동이 교내에서 그리 많지 않습니다. 리더의 자리가 원래 적기도 하고 말이죠. 그런데 RA는 섬김의 리더십을 기를 수 있는 교내 활동 중 최고의 활동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또한 RC 프로그램 자체가 다른 학교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특별한 제도이기 때문에 나중에 사회에 나가더라도 차별화된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사를 읽은 학우 여러분들, 지금 각자의 RA를 떠올리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1학년 때의 기억을 되살려 보면 좋은 RA언니를 만났기에 지금의 제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저 또한 초아름 하우스의 RA로 활동하면서 보고 듣고 배운 것들이 많기 때문에 RA들의 이야기에 더욱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RA가 되기 위한 요건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1학년 RC들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RA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