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릿(GRIT)'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성장(Growth), ▲회복력 (Resilience),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 ▲끈기(Tenacity)의 줄임말로 단순히 열정과 근성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담대함과 낙담하지 않고 매달리는 끈기를 의미합니다. 세 번의 낙방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5급 공개경쟁채용 시험에 당당히 합격한 정아봉 동문을 만나고 왔습니다.
5급 공무원 공개경쟁채용 시험은 ▲1차 공직 적격성 평가(Public Service Aptitude Test, PSAT), ▲2차 논문형 시험, ▲3차 면접을 통과해야 합니다. 영어시험(토익 기준 700점 이상)과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2급 이상의 성적이 있어야 시험 응시가 가능하며 직렬별 선발 인원은 다음과 같습니다.
보시는 것과 같이 다양한 직렬이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일반 행정과 재경 직렬을 많이 치릅니다. 일반 행정의 경우 선발 인원이 144명이고, 재경 직렬은 75명입니다. 나머지 직렬은 대부분 한 자릿수로 뽑기에 일반 행정직과 재경직에 비해 그 문이 굉장히 좁습니다.
제1차 시험은 공직 적격성 평가(Public Service Aptitude Test, PSAT)이며 선택형 필기시험입니다. PSAT은 공직자로서 필요한 기본적인 소양과 자질을 측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시험과목은 ▲언어논리영역, ▲자료해석영역, ▲상황 판단영역, ▲헌법입니다. 2017년부터 추가된 헌법은 성적에 합산되지 않고 60점 이상이면 통과하는 이수제입니다. 시험은 ▲헌법(25분), ▲문제지 배부(5분), ▲PSAT 언어영역(90분) 순으로 봅니다.
제2차 시험은 논문형 시험으로 직렬별로 시험과목이 다릅니다. 가장 선발 인원이 많은 일반행정직렬의 경우 필수과목 4개와 선택과목 1개로 총 5과목입니다. ▲행정법, ▲행정학, ▲경제학, ▲정치학이 필수과목으로 과목당 100점 만점입니다. 선택과목은 ▲민법(친족상속법제외), ▲정보체계론, ▲조사 방법론(통계분석제외), ▲정책학, ▲지방행정론, ▲국제법이며 50점 만점입니다. 2차 시험 성적으로 최종 선발 인원의 약 120%에 해당하는 인원들을 선발합니다
마지막 면접까지 통과한 5급 공채 합격자는 충청북도 진천군으로 이전한 국가 공무원 인재개발원에 모여 연수를 받게 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사실 고시공부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개인 사정으로 3학년을 마친 후 갑작스러운 휴학을 하면서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아야 할까?, 내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했습니다. 단순히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고픈 마음보다는 사회에 선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고민한 끝에 5급 공무원 시험을 시작했습니다. 굳이 5급을 선택한 이유는 실질적으로 정책을 만들고 영향력을 줄 수 있기에 조금 힘들더라도 도전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낙천적인 도전정신으로 저의 고시생활이 시작됐어요.
저는 세 번의 낙방 끝에 네 번째 시험에서 합격할 수 있었어요. 초시 때는 1차 시험, 그 뒤로는 2차 시험에서 두 번 떨어졌습니다. 시험을 준비하는 대부분의 시간을 신림동 고시촌에서 보냈지만, 사실 처음부터 고시촌에 가지는 않았어요. 집에서 독서실과 학원에 다니며 시작했는데 혼자 하다 보니 점점 긴장감이 풀렸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고시촌에 가서 학원과 가장 가까운 곳에 방을 잡았어요.
저는 주로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공부했고 하반기에는 학교에 다니면서 시험공부를 병행했어요. 초시 때는 1차 PSAT은 주로 인터넷 강의를 이용했고 2차 시험은 학원 강의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2016년 시험을 보기 6개월 전부터는 혼자서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제1차 시험인 PSAT은 선택형 필기시험으로 기출문제 풀이가 처음과 끝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초시 때는 자료해석영역과 상황판단영역은 다소 생소한 유형이어서 강의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강의 자체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자신만의 방법을 찾고 기출문제 분석을 통해 내 것으로 만드는 게 관건이기 때문입니다. 강의도 도움이 많이 되지만 시험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뿐이었어요. 처음 공부할 때를 제외하고 그 이후에는 필요한 과목별 특강을 참고하되 저만의 공부 방식대로 기출문제 분석을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스터디를 통해 실전 분위기처럼 모의고사를 푸는 연습을 집중적으로 했어요.
제2차 시험은 논문형 필기시험입니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객관식 시험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논문형 시험을 굉장히 어려워합니다. 저도 특히나 이러한 시험 유형이 익숙하지 않았어요. 특히나 2차 시험을 준비하면서 답을 맞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스스로를 많이 힘들게 했습니다. 하지만 4차 시험 때 첫날 행정법 시험을 망치고 와서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한 편의 글을 쓰러 가자'라고 생각했어요. 그동안 공부했던 내용을 토대로 제 생각의 논리를 전하러 간다고 생각하니 맘이 편해졌어요. 실제로 맘을 이렇게 먹으니 첫날 행정법을 망쳤지만, 그 뒤로는 좋은 성적을 받아 합격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2차 시험을 공부하는 데 있어서 드릴 조언은 학부생 때는 타과의 강의를 들어보는 것입니다. 학교 공부와 시험공부는 엄연히 다릅니다. 하지만 저는 학부생 때 경제학을 이중전공 하면서 들었던 수업이 많이 도움됐어요. 학문을 바라보는 관점이 과목별로 상이하기 때문에 그런 관점을 넓힐 수 있는 수업을 들어보세요.
시험을 처음 준비하는 초시생이라면 학원 자체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강사를 선택하길 추천합니다. 종합반의 경우 자신의 공부 스타일과는 상관없이 강사를 쫓아가기에만 급급해서 진정 자기 공부를 하기는 힘든 것 같아요. 따라서 종합반보다는 강사별 샘플 강의를 들어보고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분을 선택하세요.
▲ 인터뷰 중인 정아봉 동문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은 잠과 외로움과의 싸움이었어요. 평소 잠이 많은 저로서는 쏟아지는 잠을 통제할 수 없었어요. 밥 먹은 뒤 몰려오는 식곤증이 저를 너무 힘들게 했습니다. 이 점을 저는 스터디로 극복했는데요. 하루에 세 개의 스터디를 소화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아침에는 아침 자율 스터디, 점심시간 후에는 기출 답안 스터디, 저녁식사 이후에는 경제학 자율 스터디를 했습니다. 정해진 시간이 있고 경쟁자들과 함께 공부하다 보니 자연스레 긴장감 있게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저뿐만 아니라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이라면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농도 짙은 외로움을 느끼실 거예요. 지독한 외로움과의 싸움이기도 한데 극복할 방법은 두 가지인 것 같아요. 연애하거나, 외롭다고 느끼지 않을 만큼 공부를 하는 겁니다. 우스갯소리로 우리나라에서 단위 면적당 커플 밀집도가 가장 높은 곳이 고시촌인 것 같아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연애를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무조건 연애를 반대하진 않아요. 하지만 자신이 연애할 때 상대방에게 올인하는 스타일이라면 그 열정을 연애가 아닌 공부에 올인하시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 정아봉 동문의 수험기간 하루 일과표
시험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응시 자격요건인 영어성적과 한국사 자격증을 미리 갖춰 놓으세요. 저는 휴학한 이후에 한국사 공부를 했기 때문에 그만큼 본격적으로 시험을 준비하는 시간이 늦어졌습니다. 돌이켜보면 자격요건을 갖추기 위해 할애한 시간이 너무 아까웠기 때문에 학기 중이나 방학 때 미리 준비해두시길 권해요.
그리고 저는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에도 꾸준한 체력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체감했어요. 평생 운동을 해 본 적 없던 제가 고시공부를 하면서 운동을 시작했는데요. 근처 시민문화센터에서 주최하는 요가를 주 2회 정도 하면서 건강관리를 했습니다. 장기전인 만큼 체력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어요.
마지막으로 이 말을 꼭 해드리고 싶은데요. 어떤 공부를 하든 간에 이건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것 같아요. 바로 자기 자신을 믿지 말아야 할 때와 믿어야 할 때를 알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무슨 얘기냐면, 공부할 때만큼은 자신의 의지와 머리를 믿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하고 긴장감 있는 상태를 유지해야 시험장에 가서도 떨리는 긴장감을 극복할 수 있어요. 기나긴 자신과의 싸움인 만큼 스스로에게 강제성을 부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보세요. 그리고 자신을 믿어야 할 때는 바로 시험장에서입니다. 본 시험 때만큼은 자신의 논리가 맞는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답을 쓰셔야 합니다. 설령 문제의 모든 것을 확실하게 알지 못하더라도 최대한 쓸 수 있는 만큼 쓰고 나오는 것과 포기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 간극에서 합격과 불합격이 갈리기 때문에 모르는 문제더라도 자신 있게 답안을 작성하세요.
한 번을 떨어져도 힘든 시험을 3번의 낙방을 극복하고 마침내 합격한 정아봉 동문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불합격 통지서를 받을 때마다 너무나 힘들고 포기하고 싶었겠지만 그 고비를 모두 넘겼기에 지금의 합격이 더욱 빛나고 값지게 느껴지는 것이겠죠. 목표를 이루기 위해 멈추지 않았던 그릿을 가진 정아봉 동문의 공직생활을 응원합니다. 인터뷰 흔쾌히 응해주신 정아봉 동문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기사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