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에 입학 후 1학년 1학기 철학입문을 의무적으로 수강했다. 솔직히 철학이라는 과목이 너무 싫었다. 그래도 수업과 출석은 성실하게 했다. 새내기 첫 중간고사를 봤는데, 나는 그 결과를 믿을 수 없었다. 수강생 100명 중 100등이었다. 완전 꼴찌였다. 그 때 인생의 첫 꼴찌를 해봤다. 1년 후 웹진 8기 기자로서 취재원을 섭외하기 전 그때의 아찔한 경험을 추억하며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사람을 찾아봤고, 때마침 서울대 꼴찌라는 책을 집필한 이성빈 대표를 알게 되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행복의 메시지가 담긴 책 서울대 꼴찌 저자 이성빈 체인지(CHAIN G)대표를 만나 그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서울대 꼴찌 저자 이성빈(CHAIN G) 대표의 모습
이성빈 대표가 걸어온 길은 매우 다양하다. ▲ SBS [스타킹] 319회 <캠퍼스킹 콘테스트> 우승, ▲ tvN [화성인 바이러스]109호 화성인, ▲ SBS 라디오 [DJ쇼! 당신은 라디오스타] 출연, ▲ Arirang라디오 [Travel Bug] 출연, ▲ TBS교통방송 [이홍렬의 라디오쇼] 출연, ▲ 2014년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 교육부문 선정기업 <체인지(CHAIN G)> 대표 등이 있다. 여러 가지 도전을 즐겼던 탓에 그는 직업이 많다. 약 20개가 넘는 직업을 거쳐 지금은 ▲ 작가, ▲ 여행가, ▲ 대학생, ▲ 방송인, ▲ 블로거, ▲ 회사대표로 활동하고 있고 지금도 끝없이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는 정말로 이 패러다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1등만을 강요하는 이 사회 속에서 꼴찌가 더 행복할 수 있음을 충분히 시사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는 당신이 스스로가 실패자, 낙오자라고 생각 한다면 필히 읽어야 함은 분명하다. (서울대 꼴찌 본문 중에서)
*꼴찌: 1등, 첫째, 으뜸 반대말의 표준 맞춤법은 꼴지가 아니라 꼴찌이다. 차례의 맨 끝을 의미한다.
▲ 업무 중인 이성빈(CHAIN G) 대표의 모습
A. 저는 현재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04학번 4학년 2학기 휴학 중인 이성빈입니다. 이름은 '정성이 빛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에는 2번의 수능 끝에 입학을 했습니다. 이번 학기까지 해서 휴학 연한을 모두 사용한 상태라 복학은 다음 학기로 예정되어있고, 창업을 했지만 안타깝게도 서울대학교에는 현재 창업휴학제도가 확립되지 못한 터라 휴학은 더 이상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5년 반(군 휴학 포함) 동안 휴학을 했고, 현재 학교를 10년째 다니고 있어요. 학과를 통틀어 가장 고학번이죠.
A: 저는 학창시절에 모범생이 아니었어요. 서울대학교에는 재수 끝에 입학을 했고, 여담이지만 저희 형 역시 2번의 도전 끝에 서울대학교에 입학을 했어요. 고3때는 늘 야자를 안 하고 도망갔고, 학창시절에는 친구들과 놀기 바빴던 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재수를 했던 1년은 정말 달랐죠. 생활태도, 공부습관 등 모든 것을 개선해 나갔습니다. 스스로의 학습방법 및 습관을 점검하면서 분석노트를 만들어 꼼꼼하게 공부한 결과 내신 성적의 불리함을 딛고 서울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 이 대표가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 인큐베이팅 성북센터
A. 야간자율학습을 빼먹고 도망을 가면 다음 날엔 어김없이 담임선생님께 불려 가서 맞았지만 저는 회초리에 굴하지 않았어요. 2002년 4월, 친구랑 함께 영화『타임머신』을 보러 갔어요. 타임머신이라는 영화의 내용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자가 사고로 죽게 되요. 여자를 너무나 사랑했던 주인공은 타임머신을 개발해 과거로 돌아가서 여자를 죽음의 운명에서 구하려고 합니다. 타임머신의 개발에 성공해 여자가 죽기 전의 과거로 돌아가는 데는 성공하지만, 여자가 죽는 걸 막는 것은 번번이 실패합니다. 사실 영화 타임머신의 줄거리에 관심을 둔 것이 아니라, 제 관심사는 타임머신이라는 기계 그 자체였습니다. 과거와 미래를 자유자재로 여행한다는 엄청난 사실이 예전보다 훨씬 흥미롭게 다가왔고 여느 때처럼 제 머리는 단순하게 사고했습니다. 다음날 또다시 야간자율학습을 빼먹고 몰래 도망간 일로 인해 학생부실에 불려가서 서있게 되었고 지루함 속에 책꽂이에 꽂혀있던 책 한 권을 꺼내 들게 되었는데 그 책이 바로 『과학동아』라는 월간지였어요. 책의 표지에는 “특집! 타임머신은 실현 가능한가?”라는 제목의 칼럼이 메인으로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서둘러 책을 열어 그 칼럼의 첫 부분을 보았고, 전 그 글을 쓰신 분이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의 교수님임을 확인했습니다. 그 때 생각했죠. "타임머신을 만들려면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에 가야 하는구나!"라고요. 추상적이었던 서울대라는 목표에 재료공학부라는 구체적인 목표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전 그날 이후로는 야간자율학습을 단 한 차례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 이 대표가 만든 기업 구상도
A. 사실 저는 오랜 기간 사람 사이의 연관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것을 해결할 플랫폼을 개발하고자 체인지 창업에 뛰어들었지만 효과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했어요. 그래서 체인지 창업을 잠시 내려놓고, 다시 한 번 준비 작업을 위해 더 많은 생각을 하고자 노력했어요. 체인지는 Chain of Good people의 약어로 <좋은 사람들의 연결고리>라는 뜻을 지닙니다. 제가 생각했던 멘토링은 어떻게 보면 멘토링의 진정한 속성을 부정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소비자의 요구에 맞게 제공하려고만 했었지 그 요구가 진정한 멘토링을 흐린다는 생각을 못했기에 '겉'만 멘토링인 체인지 멘토링 서비스를 개시했었죠. 지금 개발 중인 체인지 서비스는 겉만 거창한 멘토링 서비스가 아닌 속이 알찬 멘토링 서비스입니다. 저와 멘토링을 진행했던 멘티가 오랜 기간에 걸쳐 진정한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고 하고 싶었던 일에 도전할 수 있었던 과정도 모델 삼아 내구성 높고 알찬 서비스가 될 수 있는 체인지 리뉴얼을 탄생시켰습니다.
▲ 웹진 8기 장두원 기자와 이성빈 대표의 인터뷰 모습
A. 부모님의 반대가 가장 컸어요.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인생관이 있기 때문에 제가 갈 길을 개척하고 꿋꿋하게 소신을 가지고 나아갔습니다.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대개 공부만 하다가 성적순으로 대학교에 가고, 대학교에서 열심히 공부만 하다가 성적순으로 취직하고, 결국 자신이 잘하는 것을 찾으려는 시도 자체를 하지 못합니다. 저 역시 서울대 입학 이후 무난하게 공부만 해왔다면 지금쯤 좋은 대기업에 취직할 수는 있었겠지만 제 정체성을 찾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계속해서 하고 싶은 것을 찾고 실행하며 일탈의 삶을 살아왔기에 전 제 스스로에게 많은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불안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오히려 인생을 살아오면서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행복합니다.
A. <화성인 바이러스> 출연 후에 각 포털 사이트에는 저의 정신력을 무너뜨릴 만큼의 비판적인 글과 악성 댓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그런 일에 익숙하지 않던 저는 견디기가 힘들었었죠. 유일한 보금자리라고 생각했던 학교에서마저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낙선 이후 여러 근거 없는 소문에 시달렸죠. 마음이 힘들어졌고, 인생에 대한 고민은 커져갔습니다. 그 시점에 제가 아끼던 친구가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그때 제 나이가 스물일곱이었는데 대학생으로서 적은 나이가 아니었지만 거의 모든 대학생이 한 번쯤은 들어보고 도전에 대한 고민도 해봤음직한 워킹홀리데이라는 제도를 친구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두 번 고민하지 않고 곧바로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고, 그곳에서 생활을 하면서 저는 창업을 결심 했어요. 대학생이라기엔 나이가 많지만 창업을 해서 성공을 한다면 저는 CEO로서 학교에 다니고 있는 게 되고 그렇게 되면 아무도 저를 무시하거나 업신여기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경험이 인생의 전환점 이었습니다.
▲ 서울대 꼴찌 저자 이성빈 대표와 함께
A. 요즘 청년창업 붐이 정말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나라에서도 청년들의 일자리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기에 청년창업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습니다. 느낌상 청년창업을 하기에 확실히 좋은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창업을 향한 청년들의 도전은 정말 좋은 자세입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바로 창업을 절대 누구에게 의지해서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정부지원금이 없으면 창업을 할 수 없는 것처럼, 투자를 받지 않으면 창업을 할 수 없는 것처럼, 팀을 꾸리지 않으면 창업을 할 수 없는 것처럼 나약하게 시작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창업자는 누구보다 강해야 합니다. 혼자서도 능히 창업해낼 수 있어야 하고 돈이 없더라도 자신의 역량과 브랜드 가치를 키우면서 창업을 해내야 합니다. 혹시 지금 제가 비록 꼴찌이긴 하지만 서울대학교 학생이기 때문에 이 모든 게 가능했을 것이라는 생각은 큰 오산입니다. 저 역시 그런 의문점이 있었기에 서울대생을 벗어난 많은 시도를 해봤고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제가 서울대생이라는 사실을 등에 업고 생활할 때는 얻을 수 있는 게 단 한 가지도 없었고 서울대생이라는 사실을 내려놓고 겸손하게 생활하니 많은 것을 이루어갈 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창업은 언제나 도전 정신을 바탕으로 나옵니다. 도전정신은 언제나 부족한 상황에서 발생합니다. 그래서 돼지는 배부른 것이고 소크라테스는 배고픈 것이죠.
A. 인생에는 여유가 필요한 것 같아요. 여유로운 자들은 다른 생각을 합니다. 그 어떤 순간에도 늦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며 어떤 일에 치중하고 있더라도 새로운 일을 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삶의 방향 전환이 빠르고 고정된 생각은 없습니다.
이상하리만큼 여유롭지만 일에 착수했을 때는 누구보다 넓은 시야로 누구보다 집중력이 강하며 누구보다 일을 멋지게 처리해내는 게 바로 여유로운 자들입니다. 그 여유는 바로 다양한 경험이 바탕 됩니다. 다양한 경험이 바탕이 되므로 그들은 진정 하고 싶은 일들을 하게 됩니다. 넓은 선택의 폭에서 선택한 일이기 때문에 불행해질 확률은 낮습니다. 저는 과거 제 자신을 과대평가 하는 바람에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아마 서울대생이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잃었을 거예요. 너무나 힘들어질 때쯤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되었어요. 그리고 다시 제 자신을 잡기 시작했죠. 저를 포장하는 모든 것들은 바닥에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 그 때부터 모든 것이 거짓말처럼 제 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죠. 자신을 과대평가할 필요도 없고 자신을 과소평가할 필요도 없습니다. 자신의 능력을 믿으면서 동시에 겸손한 자세로 살아가면 분명 그 누구라도 자신을 스스로 생각하는 것 이상의 능력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스스로를 믿고 먼저 도전해보세요. 늘 용기를 잃지 말기를 바랍니다.
▲ 이성빈 대표의 저서 '서울대 꼴찌'
이성빈 대표를 만나 이야기하면서 진솔한 그의 인생경험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서울대학교에서 그는 꼴찌였지만, 인생에서 꼴찌는 아니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서울대학교에 입학하여 많은 관심과 기대를 모았을 것이다. 그러나 관심과 기대에 젖어 자기만족에 빠지기 보다는 이루고자 하는 꿈을 찾아 나섰던 그를 보며 많은 청년과 창업 준비생들이 희망을 얻고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라는 그의 포부답게 세상을 바꾸는 큰 별이 되길 바란다.
▲ 이성빈 대표의 친필 서명
<이성빈 대표의 저자와의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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