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아나운서, PD, 작가 등의 언론직은 많은 이들이 꿈꾸지만 그 문은 무척 좁기에 우리는 '언론고시'라 부릅니다. 오늘도 언론 수험가에서는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위해 저마다의 방법으로 자신을 담금질하고 있습니다. 한창 땀방울을 흘리고 있을 5월의 여름날, 서울시청 일대에서는 '2015 신문·뉴미디어 엑스포'가 개최됐는데요. 조선, 중앙, 동아를 비롯한 전국 주요 신문사들이 참여한 이 행사에서는 11인의 현직 기자 특강과 신문사 취업설명회가 연이어 진행됐습니다.
지난 14일, 시민청 바스락홀에서는 중앙일보 정경민 경제부장이 올해 입사한 두 명의 기자와 함께 자사의 채용과정을 소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임지수 기자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기자는 어떤 이의 인식과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살아있는 직업이다.", 중앙일보가 요구하는 '기자'란 무엇일까요? 한 명의 학생, 그리고 또 한 명의 기자가 되어 중앙일보의 인재상을 따라갔습니다.
▲ 서울시 중구 서소문로에 위치한 중앙일보 사옥
1965년 창간한 중앙일보는 굴곡진 우리 현대사를 거치며 대한민국 대표 신문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종합 일간지는 물론 ▲ 일간스포츠, ▲ 중앙SUNDAY, ▲ 코리아 중앙데일리, ▲ Korea Daily 등 다양한 신문 영역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중앙일보. 이밖에도 4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문학계간지 '문예중앙'으로부터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시사월간지 '월간중앙'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중앙일보의 지면이 예비 언론인들의 도전을 부르고 있습니다.
특히 종합편성채널인 JTBC가 본격적으로 출범하면서 중앙일보는 새로운 도약에 나섰는데요. 2011년 정식 창립한 중앙미디어네트워크는 신문과 방송의 경계를 넘나드는 미디어 융합을 지향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국내 언론사 최초로 자원봉사 캠페인을 주도하고, '공익섹션 행복동행'을 통해 나눔 정신을 개진하고 있는 중앙일보는 권위와 영역을 뛰어 넘는 '소통'을 자사의 인재상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중앙일보는 현재 JTBC와 더불어 신입 기자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신문기자와 방송기자의 구분을 두지 않는 것이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인데요. 두 영역을 모두 아우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느 한 영역에서 뚜렷한 강점을 지닌 사람이라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타 사에 비해 기자들의 스펙트럼이 넓은 것은 '중앙'이 지향하는 비전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정경민 경제부장은 고정관념에 얽매여 변화에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하며, 중앙일보는 좌우에 치우치지 않는 인재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 지난 5월 14일 서울시청 시민청 바스락홀에서 개최된 중앙일보 취업설명회
중앙일보가 선호하는 '공부하는 인재'란 단순히 책상 앞에서 골몰하는 사람이 아닌, 생활 속에서 꾸준히 자신의 역량을 키워가는 인물을 뜻합니다. 때문에 중앙일보에서는 '죽은' 상식을 보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이 날 자리한 공다훈 기자는 평소 위안부 할머니들과 마주하며 겪었던 지난 일상이 중앙일보에 입사하는 데 중요한 스토리가 됐다고 합니다. 상식을 단순 암기하는 자세보다는 우리 곁에 놓인 사회의 단면들을 자신만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쌓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상식, 영어, 한자 시험을 보지 않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지식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중앙일보의 기자가 되는 과정에는 매 순간 날카로운 통찰력을 필요로 합니다. 그것이 바로 '살아있는' 상식이기 때문이죠. 모집부터 입사까지, 중앙일보의 채용 전형은 크게 5단계로 이뤄져 있습니다.
1. 서류전형
서류전형은 지원자의 인적사항을 철저히 배제하는 블라인드 테스트로 진행됩니다. 자기소개서는 크게 문항 당 500자 내외의 주제가 주어지며, 1분 이내의 자기 홍보 동영상을 촬영해 첨부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서류전형에서 평가의 기준이 되는 것은 바로 기자 직무에 대한 '열정'입니다. 기자로서의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인데요. 자신의 자질이 글 안에서 오롯이 표현될 수 있도록 충분한 문장력을 갖춰야 합니다.
2. 필기시험
2014년 신입 공채에서는 논술과 작문, 그리고 비판적 사고력 인증시험인 TOCT(Test Of Critical Thinking)가 과제로 주어졌습니다. 논술과 작문의 경우 사회적 이슈나 관련 영상을 주제로 800자 이내의 글을 창작해야 하는데요. 논리적인 문장을 위해서는 정확한 개념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평소 시사 상식을 쌓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작문은 각각 다른 이슈를 다루는 영상을 하나의 완결된 글로 묶어야 하므로 지원자의 창의력이 합격의 당락을 가르게 됩니다.
3. 실무역량평가
지원자의 기본 소양을 측정하는 1차 면접 후, 3일에 걸친 실무평가가 뒤따릅니다. 중앙일보는 신문기자와 방송기자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방송 리포트와 단신 기사를 연달아 작성해야 하는데요. 타 지원자와의 경쟁에서 돋보이기 위해서는 동일한 키워드에도 자신만의 신선함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합니다.
4. 임원면접
3단계의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과하면 기자가 되기 전 거쳐야 할 임원면접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 인성, ▲ 품행, ▲ 말하는 태도, ▲ 가치관, ▲ 열정 등 다양한 관점에서 기자의 덕목을 평가하게 됩니다.
5. 현장실습평가
마지막 단계인 현장실습평가에서는 최종면접 합격자를 대상으로 직무적합성을 가늠합니다. 신문과 방송 양 영역에서 뛰어난 재능을 지닌 적격자를 최종 선발하기 위함인데요. 2개의 조로 나눠 신문은 사회부, 방송은 기동·탐사·법조팀에 배치한 뒤 바로 실무에 뛰어들 수 있는 현장취재 능력을 평가합니다.
임지수 기자가 건넨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일기를 쓰다 보면 기자를 하지 않더라도 살 만한 날이 찾아오지만, 다시 또 글을 읽어보면 내 꿈에 대한 확신이 생긴다는 말이었죠. 그는 오랜 인턴 생활과 입사 준비기간을 거쳤습니다. 언론사 취업은 분명 힘든 길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직업이 가진 사명감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가 신문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신문은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대신해 줍니다. 저에게 있어 무심코 지나쳐온 일상을 되새길 수 있는 것은 기사를 쓰는 즐거움이었습니다. 보잘 것 없다고 느끼는 경험에서조차 일생의 교훈을 이끌어내는 것은 어쩌면 기자들이 지닌 가장 놀라운 능력이 아닐까요. 그것이 사회에 긍정적인 파장을 불러일으킨다면 우리 시대의 슈퍼히어로는 아마 '언론'에 숨어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