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것은 언제나 낯선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렇기에 익숙하지 않은 영역에서 가치를 발견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일테죠. 우리 주위에는 그런 도전을 무릅쓰는 학우들이 참 많습니다. 바로 '창업'입니다.
오늘도 자신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 빛을 발하는 가운데, 우리 학교의 'SILBIRD'와 'JE' 두 팀의 수상 소식이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됐습니다. 그 무대는 바로 지난 8월 개최된 '제4회 정주영 창업경진대회'입니다. 유망 스타트업과 손잡고 혁신적인 창업 문화 선도에 앞장서고 있는 이 대회는 그 명성만큼이나 대학생들의 관심이 매우 뜨거웠는데요. 무려 5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사업진행 8개 팀으로 최종 진출해 자신들만의 기지를 발휘, 우수상의 영광을 거머쥔 'SILBIRD'의 세 학우에게서 그 비결을 엿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창업의 '한 수'는 무엇일까요?
▲ 왼쪽부터 김수빈(14·경영), 임창용(14·의공), 강원혜(13·산디)
"중요한 것은 수상 실적에 대한 욕심보다 창업을 시작한 의의를 되새기는 일이에요."
강원혜(13·산디), 임창용(14·의공), 김수빈(14·경영) 학우로 이뤄진 SILBIRD는 교내 창업 동아리인 Y-MEDIA에서 출발해, 정주영 창업경진대회를 계기로 새로이 결성된 팀입니다. 여성 관련 용품에서 시작한 아이템은 각종 경진대회에 출품되며 수정을 거듭했고, 실사용자와 소통하며 '환자를 위한 성인용 기저귀'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찾게 됩니다. 배변 활동이 제때 표시되지 않을 경우 환자가 겪을 욕창 등의 각종 질환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간호인을 비롯한 열악한 요양기관에 도움을 주는 것이 개발의 가장 큰 목적이었습니다.
내년부터는 독자적인 창업 동아리의 길을 걷게 될 예정인 SILBIRD. 그들의 모험은 현재의 결과에 안주하지 않는 부단한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아무리 자신 있는 아이템이라 할지라도 개개인의 관점은 모두 다르므로 끊임없는 아이디어 검증 과정이 필요한데요. SILBIRD는 성공적인 창업을 위해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고, 해당 분야의 전문가와 교류할 것을 권했습니다. 무엇보다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과 즐겁게 과제를 수행한 점은 이들에게서 엿보인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매년 3월에 개최되는 지역 설명회를 시작으로 단 8개의 아이템만을 선발하는 정주영 창업경진대회. 아산나눔재단에서 주최하는 이 대회는 사업진행 진출팀 선정 시 최대 300만 원의 지원금은 물론, 각 분야의 전문 멘토들과 협력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 때문에 올해에만 450여 개의 팀이 몰려들며 치열한 경쟁이 예고됐는데요. 특히 서류심사의 주된 평가가 되는 사업 계획서의 경우, 규격화된 문서 양식을 바탕으로 발표 내용을 함께 녹여내야 하는 점이 관건이었습니다.
▲ 대회 기간 중 시제품으로 제작된 성인용 기저귀
그렇다면 SILBIRD의 아이디어가 심사위원들의 이목을 끌어당길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요? 한 가지 아이템에 집중해 부족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보완해나간 점, 수차례 경험했던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실전 감각을 익힌 점 등은 쟁쟁한 후보들 사이에서 경쟁력을 내비칠 수 있었던 요인입니다. 이처럼 묵묵히 수많은 대회를 겪으며 덜어낸 긴장감과 준비된 답변은 2차에 걸친 발표심사를 어렵지 않게 마치는 데 보탬이 됐습니다.
또 다른 교내 창업 동아리인 JE와 함께 최종 사업진행 진출팀에 선정된 SILBIRD는 네이버 박종목 이사의 멘토링 아래 시제품 개발에 나섰습니다. 그간 거쳐온 경진대회를 통해 주로 기술적인 요소에 집중한 1차 시제품을 선보였다면, 이번 대회에서는 실제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2차 시제품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따라서 주어진 300여 만원의 씨드머니를 하드웨어 제작에 온전히 투자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예산 사용의 효율성을 따지는 데 박종목 멘토의 도움이 무척 컸습니다. 또한 그는 IoT(사물 인터넷, Internet of Things) 기술의 거부감이 큰 한국의 시장 특성을 파악해 해외 진출을 제의하는 등 아낌없는 조언을 덧붙였습니다.
▲ 제4회 정주영 창업경진대회 우수상의 주인공, SILBIRD
창업캠퍼스 MARU180에서 출퇴근하며 제품 개발에 매진했던 9주의 시간은 서비스 분야를 다뤘던 경쟁팀에 비해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그런데도 묵묵하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개진해 나간 그들의 모습에서 또렷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환자와 간호인 모두에게 도움이 될 SILBIRD의 성인용 기저귀는 8월 26일에 열린 최종 결선에서 3위에 해당하는 우수상을 차지했습니다.
수상 소감을 밝혀달라는 질문에 이전보다 제품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응답한 세 학우. 이들은 앞으로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최될 국제 전시에 출품을 기획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청의 지원 사업인 이공계 창업 꿈나무에 선정되는 등 바쁜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대회의 높은 인지도 덕분에 최근 제조회사에서 먼저 연락을 취해오는 일이 잦아졌다는데요. 향후 업체와의 논의를 거쳐 제품 출시를 목표하고 있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SILBIRD와의 인터뷰를 통해 느낀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창업'이 완전한 무(無)에서 새로운 유(有)를 창출하는 것이 아닌, 다수가 스쳐 지나간 자리에서 더 나은 유(有)를 찾아내는 작업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창업이 비로소 가깝게 다가온 순간이었습니다. 여러분은 평소 불편한 것을 그저 편치 않은 것으로만 여기진 않으셨나요? 우리가 지금보다 진보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은 수많은 발명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러한 발명은 아주 작고 사소한 것으로부터 출발합니다. SILBIRD가 세상에 선보인 성인용 기저귀가 남몰래 고통을 겪고 있을 사람들에게 희망으로 자리 잡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