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Only Live Once' 당신의 삶은 한 번뿐이니 먼 미래만을 준비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충실하게 살자는 YOLO 라이프가 대세입니다. YOLO족들은 당장 자기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미뤄뒀던 취미생활, 자기계발 등에 투자합니다. 그중 많은 사람들이 실천해보려 하는 게 바로 여행인데요. 돈을 모으기 위해서, 시간이 부족해서 등의 이유로 계획만 가지고 있었던 여행을 짧게나마 가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여행의 준비과정, 현지에서 느낀 점 등을 곱씹어 보며 글로 남기는 사람도 함께 늘어나고 있죠.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다니고 기록으로 남기는 여행작가의 삶은 어떨까 한 번쯤 고민해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행작가의 삶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습니다. 긴 여행을 떠날 자금이 필요하고, 이야기를 맛깔나게 전달할 능력도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보장된 수입이 없다는 불안정성을 견뎌야 하는 것이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겠죠. 이러한 부분들을 극복하고 여행 작가로 데뷔한 지 5년, 최근 여행 강연 섭외 1순위라는 태원준 작가를 연세웹진에서 만나봤습니다.
태원준 작가 소개
모자가 함께 525일 동안 70개국 200여 도시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호텔 크루즈 여행이 아니라 호스텔, 도미토리에서 잠을 자고 배낭을 메고 떠난 여행이었죠. 평소 기록을 남기기 좋아했던 그는 이 모든 과정을 하루도 빠짐없이 블로그에 남겼습니다. 이후 '엄마, 일단 가고 봅시다!', '엄마, 결국은 해피엔딩이야!'라는 두 권의 책으로 모자의 여행기를 더욱 자세히 볼 수 있었습니다. 일생에 한 번 실천하기도 힘든 세계여행을 어머니와 함께라니, 새롭고 흥미로웠는데요. 덕분에 이후 여러 방송 매체와 강연 자리에서 그를 볼 수 있었습니다. 몇 년 후 엄마와 함께 중남미 여행을 떠났고 '엄마, 내친김에 남미까지!'라는 책이 발간됐습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통해 유명세를 탔고 지금은 강연, 라디오 방송 등에서 심심치 않게 만나 볼 수 있습니다. 그의 블로그(blog.naver.com/ sneedle)에 매달의 강연 소식이 업데이트됩니다. 본교에서는 지난 4월 10일 청송관 185호에서 태원준 작가의 강연이 열렸는데요. 간단한 본인 소개와 왜 여행을 떠나게 되었는지, 이어서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유에 대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여행! 왜 떠나야 하는가
태원준 작가는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유로 크게 다섯 가지를 꼽았습니다. 첫째, 여행은 자유롭지만 나태하지 않은 행위입니다. 여행에는 보통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죠. 우리는 그 두려움을 떨쳐버리기 위해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일상을 떠나 의식주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죠. 계속해서 노력하다 보면 사람이 활동적으로 변합니다. 둘째, 여행에는 새로움에 빠져드는 재미가 있습니다. 일생에 한 번 경험하기 힘든 스페인 토마토 축제에서 미친 듯이 놀 수 있고요. 물어물어 찾아간 곳에서 뜻밖의 장관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셋째, 지식 너머의 깨달음의 얻을 수 있습니다. 책이나 영화 등을 통한 간접경험은 그 여행지의 대표적인 부분만을 경험하게 해줍니다. 하지만 내가 직접 찾아간 여행지에서는 원래 알고 있던, 책에서 봤던 것 이상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넷째, 여행은 사람을 만나는 일입니다. 여행에서는 순간적인 친밀감이 굉장히 크게 다가오는데요. 현지인의 집을 숙박하는 카우치 서핑 등을 통해 최대한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는 게 좋습니다. 다섯째, 여행은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입니다. 여행을 떠나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죠. 이 시간 속에서 든 생각을 매일 한 줄씩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습니다.
여행의 기술
한 TV 프로그램에서 태원준 작가가 유럽 왕복 항공권을 50만 원으로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며 화제가 된 영상 혹은 기사를 본 적 있으신가요? 지난 청송관에서 열린 강연에서도 자금 사정이 넉넉지 않은 대학생에게 조금씩 돈을 아낄 수 있는 여행의 기술들을 몇 가지 알려줬는데요. 여행을 하면서 절대 없앨 수 없는 세 가지 지출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먹고, 자고, 이동하는 데 드는 비용입니다. 이 세 부분에서 십시일반 아낀 돈으로 며칠, 몇 국가 더 여행할 수 있습니다.
우선 먹는 것에 대해서는 저렴하고 맛있는 시장 음식을 택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시장의 음식은 어떤 식당의 음식보다도 현지의 맛을 충실하게 느낄 수 있기도 하죠. 숙박하고자 하는 곳은 값비싼 호텔도 좋지만, 훨씬 저렴한 도미토리나 이코노미 호텔도 깔끔하고 숙면을 취하기에 부족하지 않다고 합니다.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날 수도 있고요. 마지막으로 이동 수단으로는 비행기를 고집하기보다 유레일 패스와 같은 저렴한 육로 교통을 알아보라고 조언했습니다. 우리나라가 바다로 가로막혀 있다 보니 '국가 간 이동은 비행기로 해야 한다'는 약간의 고정관념에 잡혀있다고 해요. 가깝게는 여름 방학, 이후 겨울 방학까지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참조해보시기 바랍니다.
여행자의 자세
여러분은 속칭 'Ugly Korean'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해외에 나가 문화유적에 한국말로 낙서하거나 불쾌한 행동을 하는 한국인들을 낮잡아 이르는 말입니다. 태원준 작가도 다양한 국가를 여행하며 꽤 많은 어글리 코리안을 본 적인 있다고 해요. 외국이다 보니 더욱 행동을 조심해야 하는데 말이죠. 그래서 강연 말미에 여행자가 갖추어야 할 자세에 대해 개괄적으로 세 가지 정도 알려줬습니다. 첫째, 현지 문화에 대한 존중이 필요합니다. 어딜 가든 여행자는 손님이지 주인이 될 수 없습니다. 둘째, 공정하고 착한 소비를 지향하고 환경 파괴 행위는 지양해야 합니다. 셋째, 머리는 말랑말랑하게 마음은 여유롭게 활짝 열라고 조언을 건넸습니다. 여행자란 무릇 생명의 존엄함에 경의를 표하고, 자연의 위대함에 고개를 숙일 줄 알아야 한다고 하네요. '어떤 행동을 하지 말라'와 같은 구체적인 사항은 아니지만, 염두에 두면 좋을 듯합니다.
▲ 우유니 사막 / 볼리비아 @태원준 작가 블로그
1시간 반여의 강연이 끝나고 25분 정도 태원준 작가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여행작가의 삶은 어떠한지, 콘텐츠를 기획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부분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오갔습니다. 이외에도 태원준 작가가 여행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솔직한 조언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Q. 여행작가라는 직업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기본적으로 여행작가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할 수 없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게 가장 장점입니다. 또 여행을 통해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사실 일반적인 직업은 반복되는 일이 많은 편이잖아요. 그러나 여행은 매번 다녀도 새로운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최대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죠. "
Q. 여행작가로서의 삶 중 힘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불안정성이겠죠. 여행작가는 자신이 움직여서 자신이 컨텐츠를 생산하는 만큼 나옵니다. 제가 뛰는 만큼이요. 그래서 안정성은 떨어집니다. 그 중 금전적인 불안정성이 가장 큽니다. 일 자체도 불안정하고요. 누군가 일을 주지 않으면 못할 때도 있으니까요."
Q. 컨텐츠가 먹거리가 되는 시대입니다. 컨텐츠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 유의해야 할 점이 있을까요?
"사실 여행전문가도 일반인을 이기기 쉽지 않습니다. 영상전문가가 다녀와서 찍은 여행 영상과 영상 비전문가인 여행 작가가 찍은 여행 영상에는 꽤 큰 차이가 있겠죠. 그래서 글이면 글, 사진이면 사진 최대한 진정성 있게 접근하는 게 좋습니다. 가십성보다는 깊이 들어갈 수 있는 이야기를 찾아야겠죠. 여행작가가 일반인보다 나은 점은 더 깊숙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곳에 사는 사람, 문화 이야기 등이요. 뭘 먹더라도 현지 식당을 가는 겁니다. 재미가 없더라도 새로워서 재미있을 수 있습니다."
"덧붙이자면 디지털 시대의 여행 작가의 덕목에 관해 얘기하고 싶은데요. 여행하고 글을 쓰고 책을 낸다는 건 짧은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일단 긴 시간 동안 여행을 갔다 와야 하죠. 그러다 보면 1년에 책 한 권 정도 내는 꼴입니다. 여행하고 글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행작가는 남들이 가기 힘든 곳, 가기 힘든 시기에 갈 수 있는 곳을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갈 수 있는 사람이 나가서 전달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Q. 여행작가로서의 직업병이 있나요?
"5년 정도 이 일을 했지만, 아직 한 번도 직업병은 겪어보지 못했습니다. 일 자체가 좋아하는 게 되어버렸으니까요. 여행작가 된 거 별로라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이전보다 더 꼼꼼하게 기록해야 한다는 건 있죠. 하나라도 더 찍고, 하나의 컨텐츠라도 더 기록하는 겁니다. 이건 직업병이라기보다 이왕 나간 김에 더 열심히 하는 게 좋으니까 그런 거죠."
Q. 기록으로 남기는 거 자체를 좋아하셨나요?
"제가 신방과 출신입니다. (웃음) 원래 글 쓰는 걸 워낙 즐겼어요. 여행작가로서 기록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현장에서 바로바로 기록하는 게 중요합니다. 저는 500일 넘는 하루하루를 빠짐없이 기록했어요. 그 순간의 감흥과 감정은 그때 기록하는 게 가장 솔직하게 다양한 언어로 담아낼 수 있습니다. 나중에는 쓸 수 없는 표현들을 현장에서 써내는 거죠. 요즘은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이 다 있으므로 기록하는 입장에서 축복받은 거라고 생각해요."
Q. 여행작가 이후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아니요. 죽을 때까지 여행작가의 삶을 살고 싶네요. 많은 분이 여행작가의 삶을 두려워해요. 가장 큰 게 금전적인 부분이겠죠. 하지만 보이는 게 다가 아니에요. 생각보다 여행작가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는 전업을 하는 것과 전업을 하지 않는 것의 차이가 대단히 큽니다. 인터뷰, 방송, 강연 등등 찾아주는 곳이 굉장히 많아요. 제가 전업이면 갈 수 있겠지만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매번 달려갈 수 없겠죠. 여행작가의 진입 장벽이 굉장히 낮아졌지만, 여전히 전업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적습니다. 자동차 잡지, 건강 잡지 등 어디에 여행 글이 들어간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잖아요. 이렇게 강연을 다닐 일도 많습니다. 라디오 방송이나 웹컨텐츠도 많고요. 꿈을 꾸시는 분인 있다면 완전히 넘어오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태원준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여행을 떠나는 데는 다섯 가지 단계가 존재합니다. 먼저 여행을 꿈꾸고, 계획하고, 떠나기를 결심한 후 가서 즐깁니다. 돌아와서는 여행의 순간들을 추억하죠. 여기서 사람들이 가장 망설이는 부분이 여행을 결심하는 거라고 해요. 꿈꾸고 계획하는 건 누구나 하지만 확 떠나버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겁이 나고 두려울 수도 있지만 한 번 그냥 도전을 해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도전하고 체험을 하고 그 흐름대로 이동하는 것만으로 여러분은 충분히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일상에 벗어나 비일상성으로 가득 찬 하루하루를 보내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하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여행을 고민하고, 나아가서 여행작가의 삶을 고민하는 분들께 이 기사가 도움이 됐길 바랍니다.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신 태원준 작가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이만 기사 마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