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떠나보자" 하는 마음으로 여행을 가본적 있나요? 어지간히 대담한 사람아니면 힘든 선택인데요. 그 용감한 결정을 내려 세계일주 여행을 떠난 홍선기(06, 국제관계학과) 학우가 있습니다. 대단한건 20만원의 돈으로 타지에서 일을 해가며 세계일주를 해냈다는 건데요. 이것만으로도 힘들고도 값진 경험이었다는 걸 증명해줍니다.
홍 학우는 지난 15일 창조관에서 세계일주 여행을 에피소드 형식의 설명 강연을 가졌는데요. 많은 학우들이 여행에 관심이 있었는지 강의실을 가득메웠습니다. 쉽게 듣기 어려운 세계일주 에피소드를 학우분들께 소개하겠습니다.
■ 여행을 시작하게 된 계기
어릴 적에는 2가지 꿈이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세계 일주와 책 집필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막연히 생각만 한 채 시간을 보내 던 중, 그날도 여느날과 다름없는 하루였습니다. 전날 술을 진탕 먹고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부스럭 거릴 쯤, 어머니께서는 아침에 일 나가시려고 준비 중 이셨습니다. 철이 없던 저는 어머니께 “엄마, 오늘 친구 생일이니깐 5만원만 놓고가” 했습니다. 그러자 어머니는 배게 맡에 조용히 용돈을 놓고 가셨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문득 24살인 자신이 참 철이 없고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외국에 나가 철 좀 들고 오자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저의 여행은 시작됐습니다.
■ 출발, 세계여행으로 가는 길
그렇게 정말 비행기 표 값만 빼고, 20만원만 들고 자신이 모르고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미지의 외국 땅, 영국에 도착하였습니다. 막상 도착하니 무엇을 어떤 것을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그때 한국인 민박집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국인 민박집은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존재 하더라구요. 그래서 민박집에 가서 일 좀 시켜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마침 그때가 성수기라 일손이 부족하였고, 다행히 거기서 일을 시작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루 20시간, 온종일 일하기만 했습니다. 어떠한 목적도 없었죠, 민박집을 찾은 여행객들을 바라보며, 머나먼 타지에서 온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 보였습니다.
하루는 너무 힘들어서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제 목소리를 들으시자 힘든 제 마음을 알아차리셨습니다. 부모와 자식간의 정이라는게 이런 건가 봅니다. 그리고 제게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아들아, 세상에 어떤 나쁜 일이든 좋은 일이든 영원한 것은 없다, 힘들면 언제든지 돌아와라 맛있는 김치찌개 해주마” 이 한마디 말씀에 힘이 생겼고, 그 동안 꿈꿔 왔던 세계여행이라는 목표가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일하던 민박집을 떠나 이곳저곳에서 일을 하며 어느새 수중에는 1300만원 가량의 돈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시작했습니다.
꿈에 그리던 세계 일주를 !
■ 세계여행 도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
파나마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파나마라는 나라는 북미와 남미 사이의 작은 중남미 국가입니다. 사실 파나마라는 나라를 경유지로 도착하기까지 어떤 곳인지 이름조차 생소했습니다. 마침 프리즌 브레이크라는 미국드라마에서 주인공 마이클 스코필드가 갇혔던 감옥이 파나마였다는 것만 생각났습니다.
마치, 일본의 팬들이 겨울연가를 보고 남이섬을 찾았듯이, 저도 파나마의 세계적인 감옥을 가보기고 마음먹었습니다. 폭우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파나마 감옥은 사방이 밀림, 그리고 그 안에 택시운전수와 저 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교도관은 주차증이 아닌 면회증을 주었고, 받았습니다. 당황한 저는 설마하는 마음으로 제가 아는 스페인 이름을 휘갈겨 써서 냈습니다. 관계는 친구로 하고 말이죠. ‘설마, 있을리가’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곧이어 확인하고 돌아오는 교도관은 두 명의 수감자가 있다고 했습니다. 36세의 수감자와 68세의 수감자가 말이죠. 무섭고 황당해서 말이 다 나오지 않더라구요. 그래도 그 둘 중 68세가 덜 무섭지 않겠다고 생각했고, 각오하고 면회하러 갔습니다.
그때 뒤에선 작은 목소리로 교도관은 “13명을 죽인 죄수를 찾아오다니...” 라는 말이 들렸습니다. 그렇게 떨리는 마음으로 수감자와 저는 서로 마주했습니다. 그도 황당 저도 황당 둘 다 황당해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여행하다 이렇게 온 사정을 말했습니다. 그렇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면회 시간이 다되었습니다. 나가려고 뒤 돌아서는 순간, 수감자가 부탁하나 해도 되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 말에 전, 아무 말도 안하고 안아주었습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 도 있었을 저의 포옹에 그와 저는 뜨거운 눈물을 흘렀습니다.
어떠시나요? 영화 같은 실화, 파나마 감옥에서의 경험! 여행이 아니었으면 평생을 경험하지 못할 소중하고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 여행 그리고 그 후
그렇게 여행을 끝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여행을 끝나고 일상에 돌아온 저는 적응하기가 힘들었습니다. 파라다이스 증후군을 겪는 등 여행 여파도 컸습니다. 그러나 2번째 꿈을 실행시키기 위한 작업을 착수하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그건 바로 책 집필!! 그 동안 세계여행을 하면서 겪었던 경험과, 생각, 느낀점들을 모아 한권을 책으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그 간의 여행에서 적어왔던 노트를 정리해 원고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무려 200여개의 출판사에 지원했습니다. 그러나 저의 첫 번째 출판계획은 무산되었습니다. 연락이 오지 않는 출판사가 대부분이었고, 연락이 오는 경우는 정중한 거절과 함께였습니다. 그렇게 전 또 좌절을 맛보았습니다. 안되나 보다 하고 포기하려고 했습니다. 그때 어머니께서 보내신 문자를 보았습니다. “자랑스럽다 내 아들, 힘내고, 주말에 집에 오면 맛있는거 해줄게” 저는 다시 한 번 짧은 어머니의 문자에 힘을 받았고, 저는 힘을 내었습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글도 처음부터 다시 쓰고, 그 원고를 투고하였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결과는 주객전도가 되었습니다. 많은 출판사에서 같이 작업을 하기를 원했고, 저는 어떤 출판사를 고를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웅진싱크빅을 택했습니다. 저의 숙원 사업인 책 출판이 내년 2월에 나온답니다.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저는 많을 것을 보았고, 느꼈고, 배웠습니다. 그리고 꿈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이러한 기회를 누군가 저에게 준다면, 전 다시는 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여행 내내 즐거운 일도 많았지만 힘든 일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감히 여러분에게 저와 똑같은 경험 하고 오시라고 장담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세계 여행 꼭 한번쯤은 인생을 사는데 있어 경험해 보는 것은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