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방송국, 신문사에 취업하는 것을 두고 '언론고시'라 부릅니다. 사법고시, 행정고시 등의 시험과 비슷하게 합격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뜻인데요. 물론 어느 분야나 입사하기란 쉽지 않지만 특히 언론계는 원하는 사람에 비해 해마다 뽑는 인원이 적으며 사회 전반적인 상식을 요구하기 때문에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까다로운 자기소개서부터 시사·상식을 묻는 필기시험, 재치 있는 답변이 요구되는 작문시험에 실무평가, 면접까지 소수의 인재를 가리기 위한 언론사의 벽은 높기만 합니다. 이렇게 힘든 과정이 기다리고 있음에도 많은 대학생들이 ▲ PD, ▲ 기자, ▲ 아나운서, ▲ 엔지니어 등 방송인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데요. 공영방송 KBS에서는 언론인을 꿈꾸는 청춘들을 위해 방학마다 방송캠프를 열고 있습니다. 5일 동안 KBS에 머무르며 직접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 치열했던 방송캠프 체험기가 지금 시작됩니다.
▲ KBS 본관
KBS 한국방송은 미래 방송인 양성을 위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KBS 대학생 방송캠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방송 제작에 대한 이론과 실무학습을 배울 수 있어 인기가 높은데요. 2014 여름방송캠프는 3차로 나눠 모집했으며 과정은 ▲ 기자, ▲ 아나운서, ▲ 프로듀서, ▲ 방송기술로 나뉩니다.
저는 지인을 통해 캠프를 알게 됐는데 보통 캠프 시작 한달 전 KBS 홈페이지에 공지가 뜨며 방송 하단 자막으로도 광고가 나갔습니다. 신청은 KBS 방송교육센터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으며 개별 연락으로 합격 여부가 발표됩니다. 저는 위 과정 중 평소 관심 있던 프로듀서 과정에 지원했고 건강한 체력을 준비해오라는 메일과 함께 합격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1일차 : KBS 제작현장 견학
두근거리는 첫 일정은 여의도 KBS 본관에서 시작됐습니다. 간단한 오리엔테이션 시간을 가진 뒤 4~5명씩 조를 나눴는데요. 개인적으로 방송과 관련한 경험이 많지 않아서 걱정했는데, 카메라를 한 번도 만져보지 않았더라도 능력에 따라 조를 배정해주기 때문에 열정만 있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사내에서 점심을 먹은 뒤 ▲ 예능프로그램, ▲ 교양프로그램, ▲ 드라마 순으로 현직에 있는 유명 PD님들이 와서 강연을 이어갔습니다. 단순히 앉아서 강의만 듣는 것이 아니라 방송 리허설 현장도 살펴보고 PD님과 함께 방송국 곳곳을 돌며 제작 과정에 대해 배웠습니다. 저녁에는 드라마 PD님과 세트장으로 이동해 실제 촬영 현장을 살펴봤는데요. 연예인을 볼 수 있는 것도 좋았지만 브라운관 밖 제작 환경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의미 있었습니다.
2일차 : 촬영 기획
2일차 일정부터는 KBS 수원센터에서 진행됐습니다. 어제까지 견학이 주를 이뤘다면 오늘부터는 이론과 실습을 통한 수업이 시작됩니다. 가장 먼저 우리가 만들 작품의 콘티를 작성해야 했습니다. 탄탄한 기획안이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연결되므로 아이디어 회의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지만 역시나 처음 하는 작업이라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겨우 기획안을 완성하고 PD님의 피드백을 통해 그럴듯한 콘티가 완성됐습니다.
3일차 : 촬영 실습
지난밤에 완성한 기획안이 영상 촬영으로 이어지는 3일차! 오전에는 현직 다큐 PD님이 오셔서 이론적인 부분을 설명해주셨습니다. 방송으로 볼 때는 순식간에 지나갔던 찰나의 장면을 위해 많은 장비와 스태프, 고도의 기술이 집약되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습니다. 실제 방송에서 쓰이는 고가의 카메라를 만져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신기했는데 이 카메라로 우리의 작품을 담을 수 있다니……. 벅찬 기분을 안고 촬영을 위해 세트장으로 이동했습니다.
드디어 촬영이 시작됐습니다. 처음엔 카메라가 낯설기도 했지만 이제는 대본에도 없는 애드리브를 넣을 만큼 순조롭게 진행됐습니다. 하나의 영상을 만들기 위해 다각도로 촬영하고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우리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장시간에 걸친 촬영이 이어졌습니다.
4일차 : 작품 편집
방송캠프의 준비물이 체력이라는 사실을 실감하는 4일차. 전날 늦게까지 찍느라 다들 지쳐보였지만 오늘은 촬영만큼이나 중요한 영상 편집이 남아있습니다. 오전에는 전문가가 직접 편집 프로그램인 프리미어의 기본적인 활용법을 알려주고 이를 실습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영상 편집을 거의 못하더라도 기본부터 알려주기 때문에 모두가 따라할 수 있었습니다.
편집 툴을 배웠다면 이제 실습해 볼 차례! 어떤 영상을 가져갈 것이고 없앨 것인지 고르는 가편집 과정이 시작됐습니다. 촬영 때는 많은 영상을 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파일을 열어보니 초점이 안 맞거나 소위 발연기인 영상이 많았습니다. 다행히 재촬영은 막았지만 이번에는 제한시간 내에 제출해야한다는 사실이 저희를 힘들게 했습니다. 편집은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하던가요? 촬영본을 고르고 이어 붙이는 데만 해도 오랜 시간이 걸렸고, 영상에 재미를 더할 자막과 배경음악, 효과음 등을 입히는 것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결국 자정을 한참 넘겨 작품이 완성됐고 체력이 바닥나 조원들끼리 기쁨을 나눌 여력도 없이 숙소로 돌아가야만 했습니다.
5일차 : 작품 시사회 및 수료식
벌써 5일간의 캠프 마지막 날. 여섯 조가 만든 작품을 감상하는 작은 시사회가 열렸습니다. 전문가들을 초빙해 작품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는데요. 오글거리기도 하고 부족하기도 했지만 또 어떤 영상은 프로 못지않은 실력으로 관중을 놀라게 했습니다. 저 역시 마음속으로 순위를 매겨보며 영상들을 살펴보니 정말 대단한 친구들이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시사회가 끝나고, 강당에 모여 개략적으로 KBS 채용정보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고 올해 입사한 KBS 신입 PD와의 만남도 있었습니다. 질의응답을 통해 프로듀서가 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간의 과정들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엄청난 경쟁을 뚫고 PD가 된 신입 사원들이 존경스러웠습니다. 나도, 우리도 몇 년 뒤에 저 자리에 설 수 있기를. 수료증을 받은 뒤 그새 정들었던 KBS를 떠나며, 숨 가빴던 5일간의 일정을 마무리 했습니다.
1학년부터 4학년까지, 학교도 전공도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 영상 기획부터 편집까지 함께 했습니다. 방송 전공도 아닌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았지만 든든한 조원들과 여러 PD님들의 도움으로 8분 38초! 짜임새 있는 영상 한 편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번 캠프를 통해 PD가 되려면 더 많이 공부하고 준비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았는데요. 그동안 프로듀서가 되고 싶다며 막연히 생각만 했던, 제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였음을 반성했습니다.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란, 아직 도전하지 않은 일이라는 말처럼 방송인을 꿈꾸는 당신, 이번 방학에 KBS의 문을 두드려 보시길 바랍니다.